사방이 유리로 뚫린 브런치

by 서재진

외진 곳에 공장이 있었다. 그곳에서 생산되는 물품은 유독 하자가 많았다. 경영진은 돌파구를 모색하고자 그 이유를 분석했다. 무엇보다도, 공장 노동자들은 의욕이 저하되어 있었다. 그래서, 고안해 낸 대책은 공장 벽을 허물고 사방을 유리로 만드는 것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벽으로 가리어져 있던 공장 안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적절한 시선은 노동자들에게 활력소로 작용되었다.


비슷한 심리학 실험도 있다. 타인의 존재 유무가 신발끈을 풀어놓고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끈을 묶는데 미치는 영향을 탐구했다. 하나는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 다른 하나는 누군가 지켜보는 곳에서 실행시켰다. 결과는 예상대로 누군가 지켜보는 곳에서 진행된 실험이 정확도는 높았으나 시간은 조금 지연됐다.


글을 써야겠다는, 아니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삶의 우선순위 뒷전이었다. 그러다가, 브런치를 알게 되었다.


사방이 유리로 뚫린 공장 속 노동자처럼 글쓰기에 대한 내 관심과 결심이 새로워졌고, 단단해졌다. 떨리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13시간 시차가 나는 이곳에서 지구 정반대편의 반응을 궁금해하며 잠이 든다.


각자가 쏟아붓듯 써 놓는 수려한 글 속에서 도전받는다. 일면식도 없는 낯선 이방인의 글을 읽어주고 응원해 준다. 감사한 마음에 나 또한 브런치 마실을 다닌다.


밤새 쓴 연애편지를 브런치 우체통에 넣고 잠을 청하려 한다. 꿈속에서도 만날 것 같은 작가님들과 작품들을 기대하면서.


2026년 3월 20일 새벽 1시 20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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