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연구자를 꿈꾸는 모든 분들께
취업문이 좁아지고 대학원 진학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연구에 관심을 가지는 대학생분들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특히 바이오나 이공계열을 전공 중인 대학생 사이에서 이런 추세가 더 많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연구'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무거운 느낌 때문인지, 연구를 하고 싶은데 (또는 해야 할 것 같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연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누구랑 해야 하지?
뭘 연구해야 하지?
연구실에 들어가야 하나?
시작부터 막막하죠.
대학교 연구실에 이메일을 보내려고 해도 뭐라고 써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혼자 하자니 학부생 입장에서는 수많은 제약이 따릅니다.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저도 1년 전에 비슷한 막연함과 막막함을 느꼈습니다.
관심 있는 분야의 연구실은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찾고 나면 뭐라고 이메일을 드려야 하는지,
가서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등등 고민이 많았어요.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서,
이 글에서는 학부생이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과 가이드라인을 소개하려고 해요.
난이도 : 하
높은 확률로 제2저자/제3저자
연구를 처음 시작하는 입장에서 가장 접근성이 좋고 부담이 덜한 방법은 일단 연구실에 인턴으로 들어간 다음에 다른 사람(교수님 또는 대학원생)이 진행하는 연구에 보조 역할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연구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 건지, 논문은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 등을 어깨너머로 배우는, 다소 간접적이고 소극적인 방법입니다.
맡은 역할 자체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의견이 있어도 쉽게 이야기하기 힘들 수 있고 시키는 일만 하다가 끝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마인드셋은 '메타인지'를 갖추는 것입니다.
메타인지라는 말이 조금 뻔하게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 해보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특히 내가 맡은 부분이 전체 연구 과정에서 어떤 단계에 해당하는지, 내가 맡은 일을 다 끝내고 나면 그 다음 단계는 무엇인지, 등을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참여한 연구가 무사히 논문 출판까지 간다면, 저자 리스트에 여러분의 이름이 들어가게 됩니다. 여러분이 연구에 기여한 바가 작더라도, 일단 참여를 한 이상 저자에 포함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논문 저자에는 레벨이 있거든요. 가장 크게 기여한 사람은 제1저자라고 하고, 그 다음에 제2저자, 제3저자가 있습니다. (교신저자도 있는데, 교신저자는 주로 교수님이 하시기 때문에 여러분과는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주도한 연구에 보조자로 기여한 경우에는 보통 제2저자(경우에 따라 제3저자)로 올라가는 게 일반적입니다.
난이도 : 중
제1저자 가능
만약 여러분이 연구실에서 맡은 일을 잘 해낸다면, 당연히 다른 분들의 눈에 띄겠죠? 그러면 교수님이 "너도 이제 작은 프로젝트를 혼자 한번 해봐라"라고 하시면서 새로운 기회를 주시기도 합니다.
이 경우에는 여러분이 주도권을 갖습니다. 다만 주제는 교수님이 정해주시거나 연구실 분야에 맞춰서 정해야 하고, 완전히 혼자 하는 게 아니라 교수님/대학원생분의 지도를 받으면서 진행하게 됩니다.
여러분보다 더 크게 기여한 사람이 없다면, 여러분이 제1저자가 될 수도 있는 거고요.
하지만 그만큼 해야 할 일도 늘어납니다. 남의 연구에 보조로 참여하는 것보다 시간적, 심리적 부담이 큰 것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특히 여러분이 스스로 뭔가 시도해보는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은 의사소통과 협업 능력입니다.
여러분의 연구를 도와주시는 교수님이나 대학원생분들은 이미 다른 일들로 많이 바쁘기 때문에 여러분이 뭘 하고 있는지, 어디서 어떻게 봐줘야 하는지를 바로바로 캐치하지 못하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주는 이 작업을 중점적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라든지, "이걸 하려고 했는데 여기서 막혀서 도움이 필요합니다"라든지, 진행 상황을 수시로 업데이트하고 피드백을 받는 것이 중요해요.
그리고 말씀드릴 때는 최대한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좋습니다. 말이 길어지거나 조금 딱딱해보일 것 같아도, 정확하게 말하는 것이 결국에는 더 도움이 됩니다.
내가 말한 내용을 상대방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방금 뭐라고 한 건지 다시 설명해줄래요?"라고 역으로 질문하게 되면 그만큼 소통이 꼬이고 일이 밀립니다. 이런 상황은 최대한 안 일어나는 것이 좋겠죠?
난이도 : 상
제1저자 가능
지금까지 이야기한 2가지 방법은 여러분이 특정 연구실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소개할 3번째 방법에서는 꼭 한 군데에 소속되어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이 방법은 연구 프로세스(주제 정하고 -> 연구하고 -> 논문 쓰고 -> 저널 찾아서 투고)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가 있는 분들께만 추천드려요. (이 부분은 인턴 경험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해요)
대략적인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1) 관심있는 주제/분야를 정한다
2) 해당 주제/분야를 다루는 연구실/교수님을 구글링한다
3) 이런 주제로 연구해보고 싶은데 교신저자가 되어주실 수 있냐고 여쭤보는 이메일을 보낸다
4)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온다
5) 연구를 수행하고 논문을 쓴다 (중간중간 진행상황 보고는 필수!)
6) 적합한 저널을 찾고 투고한다
이런 경우에는 주로 프로젝트 단위로 진행되기 때문에, 교수님이 교신저자로서 지도/자문/피드백을 해주신다고 해도 소속감은 없을 수 있어요.
하지만 독립적인 상태가 오히려 다양한 분야를 두루두루 탐색하는 데는 더 좋을 수도 있기 때문에, 연구실 소속 여부가 엄청나게 중요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 글이 여러분의 선택과 고민 해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