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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악치료사 Jun 21. 2020

음악치료사의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

예술치료 공부 중인 후배와의 저녁식사 대화 Q&A with Yuko

저는 이 세상을 소리 내며 살아가는 음악치료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입니다. 여기에 적힌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이 묻어있고, 편파적일 수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작년 11월 뉴욕에서 열린 예술치료 학술회 봉사활동 중에 일본인 유학생을 만났다. 뉴욕대에서 미술치료를 공부하는 대학원생인데 많은 대화를 나누며 열정적으로 배우려는 의지가 강한 그녀가 대견해 보였다. 뉴욕에 종사하는 동양계 미술치료사들이 있음에도 선후배의 교류가 그리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아 서포트가 필요해 보여 가끔씩 안부를 주고받았다. 그녀는 당시 음악치료 수업 하나를 듣고 있었는데, 미술치료와 비슷하지만 다른 접근법에 꽤나 흥미를 느꼈는지 직접 만나 대화하고 싶어 했다. 나는 이직으로 정신없었지만, 지체되면 더 만나기 힘들어질 것 같아 퇴근 후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날 이 친구가 수많은 질문을 쏟아낼 줄은 몰랐다. 아래 질문들을 나열했다.


즉흥연주가 뭐예요?

즉흥연주는 어떻게 시작해요?

음악을 만들 때 내담자를 진단한 내용을 토대로 만드나요, 아님 내담자와 나눈 대화를 토대로 만드나요?

즉흥연주는 시간이 얼마나 걸려요?

음악치료는 어떻게 내담자를 진단평가를 하나요?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이나 병을 가진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쓰이는 어떤 특정 악기가 있나요?

어떤 사람들이 음악치료사가 되나요?

모든 음악가들이 음악치료사가 될 수 있나요?

음악치료사가 모르는 음악이나 다른걸 내담자가 언급하면 어떻게 대처하나요?

개인 (private practice) 음악치료를 할 경우 어느 정도로 다양한 악기가 필요한가요?

존경하거나 우러러보는 음악치료사가 있나요?


좋은 질문들을 많이 해주었고, 그 당시 최대한 간략하게 대답했었다. 후배의 좋은 질문과 열렬한 리액션 덕에 다시 초심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익숙해져서 잊고 지낸 것들이 새롭게 다가와 설렘을 안겨주었다.

여기선 조금 더 살을 붙여 학문적인 개념보단 경험에서 나온 나의 견해를 풀어보았다.




우선, 즉흥연주에 관한 첫 4가지 질문을 묶어 답하였다.

즉흥연주는 말 그대로 즉흥적으로 악기를 이용한 연주하는 거나 노래 혹은 신체에서 나오는 소리를 포함한 함께 음악 활동을 통해 교류하는 기법이다. 주제가 정해져 있는 즉흥연주도 있고 그냥 정해지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연주도 있고 다양하다. 시작은 누가 먼저 할지 정해놓고 하기도 하고, 아니면 누군가 하고 싶을 때 먼저 시작할 수 있다. 그룹의 경우 상황에 따라 체계적이고 질서 있게 하기도 해서 어떻게 악기를 다루는지 보여주고 또 연주하는 걸 가르쳐주기도 한다. 그룹이 아닌 1:1 개인이라면, 더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다. 내가 즉흥연주를 글로 설명하기엔 한계가 있다. 직접 참여해서 경험한다면, 더욱 이해가 빠르고 즉흥 연주라는 개념 안에 얼마나 다양한 기법들이 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음악을 만든다는 건, 즉흥적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나는 보통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하는 편이라, 진단한 내용을 감안하고 있되, 현재에 충실하게 나눈 대화를 토대로 만드는 것 같다.


즉흥연주에 걸리는 시간은 알지 못한다. 길 수도 있고 짧을 수도 있고, 음악치료사나 내담자의 지휘 아래 끝나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음악에 의해 끝나기도 하고. 다만, 음악치료사는 주어진 세션 시간을 잘 파악하고 활용해야 한다. 여러 방면으로 신호 보내서 마무리를 이끌어 내야 한다. 즉흥연주 후 느낀 점을 나눌 시간이 충분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 깊고 정확한 (학문적인) 정보는 '즉흥연주'를 네이버나 구글에 검색하거나 Bruscia와 Wigram의 학문을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    


음악치료사는 내담자를 진단 평가할 때 어떤 도구를 사용하나요?

음악치료사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내담자에 대해 알아가고  라포 형성을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담자의 살아온 배경, 환경, 특징, 사회, 정서, 인지, 운동, 의사소통, 음악, 관심사 영역을 진단한다. 도구는 내담자를 인터뷰할 목록이나 메모할 종이와 펜, 온갖 악기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치료사의 집중해서 듣는 기본적인 자세이다. 상당한 집중력과 관찰력을 요하는데, 대화와 질문 속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음악/소리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메모를 하거나 기억한다. 그 후로는 음악치료사 개인의 순발력, 촉/직감과 통찰력을 요한다. 그렇게 내담자의 수용 능력을 파악 후, 필요한 치료적 목표를 세우고 그에 알맞은 음악치료 임상을 통해 창의적인 과학자/연구자가 되어가는 과정의 연속이다.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이나 병을 가진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쓰이는 어떤 특정 악기가 있나요?

없습니다. 만약 있다고 하는 음악치료사를 만난다면 사기꾼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연륜이 있는 음악치료사들 중 특정 악기가 트라우마나 병을 가진 사람들에게 효과적이라고 그 들만의 노하우를 구축해서 하나의 임상 기법으로 밀고 나가기도 한다. 꾸준히 특정 악기를 사용해서 몰입과 유도 및 촉진으로 의미 부여하여 변화를 관찰하고 기록을 함으로써 그 악기가 효과적이라고 믿게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배보다 배꼽, 꿈보다 해몽이 아닐는지 의심해 봐야 한다. 실정은, 개인의 차가 있고, 특정 악기보다는, 치료사의 인성, 음악적인 특성, 치료 목표와 과정에 따라 악기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렸다. 음악치료사는 내담자의 내면 여행 안내자이자 성장 과정을 함께하는 동반자로서 자기 탐색 및 성찰을 돕는 역할로 음악치료의 효과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어떤 사람들이 음악치료사가 되나요?

모든 사람을 대변할 수 없지만, 대중적으로 "음악을 좋아하고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된다"라는 뻔한 답변은 예의가 아님과 동시에 표면적인 것에 불과하다. 내 생각은 음악치료가 필요하고 자신의 가장 지우고 싶고 잊고 싶은 아픔과 상처, 그리고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용기 있는 사람들이 음악치료사가 된다고 생각한다. 누구보다 음악치료가 필요한 치유받고 싶은 사람들. 아프고 서툰 사람들.


모든 음악가들이 음악치료사가 될 수 있나요?

모든 음악가들이 음악치료사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음악가의 선택에 의해서든 타고난 성향에 따라, 다 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대답하고 싶기도 하고 애매하다. 음악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지만 되고 싶은 사람은 다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노력을 할 테니. 정말 별의별 사람들이 음악치료사가 된 걸 목격하고 경험한 사람으로서, 누구나 될 수 있지만, 누구나 되길 바라지 않는다.


음악치료사가 모르는 음악이나 다른걸 내담자가 언급하면 어떻게 대처하나요?

나는 먼저 모른다고 말한 뒤, 얼씨구나 좋다! 하고 물고 늘어진다. 어떤 음악인지 내담자와 그 음악의 관계라던가 연관성 등을 파악하고 그 음악을 직접 부르거나 연주하거나 들려달라고 한다. 듣고 나서 악기로 반주를 하던지 무언가 재창조를 하거나, 아니면 다음 세션에 내가 배워온다고 말하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다르다. 끝으로, 덕분에 새로운 음악을 알았다고 얘기하고 나와 공유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한다. 몰라도 당황할 필요가 없다. 음악치료사가 주크박스가 아니기 때문에 (개인적으론 그렇게 되고 싶지만) 모르면 모른다고 당당하게 얘기하고 이걸 기회로 삼아서 배우는 자세로 내담자에게 힘을 실어주며 더 다가갈 수 있다.


개인 (private practice) 음악치료를 할 경우 어느 정도로 다양한 악기가 필요한가요?

악기가 다양할수록 여러 가지 임상을 경험할 수도 있고 내담자의 경험과 표현력의 폭도 넓혀줄 수 있어서 좋긴 하지만, 양보단 질이다. 기본적으로 기타나 피아노 혹은 키보드 둘 중 하나는 꼭 있어야 하고, 부담 없이 연주 가능한 리듬악기 (타악기)가 가장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소장하는 악기는 탬버린, 에그 셰이커, 핸드벨, 공명 실로폰, cabasa, djembe, guirro, kalimba, maracas, ocean drum, rain stick 등이 있다.


존경하거나 우러러보는 음악치료사가 있나요?

솔직히 말해서, 존경하는 음악치료사는 없다. 솔직히 나와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러러보는 사람이라기보단 선호하는 사람은 자신의 장단점을 잘 알고 그걸 잘 활용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또한, 나를 나답게 있도록 하는 사람들, 자신의 임상이나 방법이 옳다고 따라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는 사람들 역시 좋아한다. 미국에서 교육받고 일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백인들이 굉장히 많은데, 아무리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유능한 사람들이라 해도, 전문성을 존중(감안)하더라도, 그들의 위선적이거나 가식적인 면모를 느낄 때마다 실망스러운 건 어쩔 수 없다. 대부분 상업적으로 자신의 입지를 다지고 이익을 챙기기 바쁜 게 우리 분야의 실정이다. 한편, 대표적인 음악치료 기법으론, Analytical Music Therapy, The Bonny Method of Guided Imagery and Music, Nordoff-Robbins Music Therapy, 그리고 Vocal Psychotherapy가 있다. 오랜 시간에 걸쳐 훈련을 받아야 하는데 굉장한 시간 을 투자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위에 언급한 임상 훈련을 받지 않았지만,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관심 있는 분야는 심도 있게 배워보는 것도 추천한다. 경험자들에 의하면 비용이 비싸고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배우는 과정이 값지고 좋다고 들었다. 그 외, Neurologic  Music Therapy는 3박 4일 속성으로 배우고 교육 수료증이 주어진다고 알고 있다.


끝으로 저번 포스팅에 댓글로 질문을 주신 분을 위해 답변드립니다.

어떤 분들이 음악치료사를 찾나요?

음악치료사들은 보통 기관이나 시설에 소속되어 있거나 프리랜서로 일을 합니다. 따라서, 학교, 병원, 정신 보건 관련 기관 (정신 병원), 개인 병원, 재활 병원, 복지관, 장애기관, 양로원, 음악 치료소, 특수 교육 기관 등 다양한 기관에서 음악치료사를 찾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발달장애, 행동장애, 자폐, 정신 지체 혹은 언어장애 아동 및 청소년을 둔 부모님이 1:1 개인치료 혹은 소규모 그룹으로 음악치료 문의를 하기도 합니다. 또한 장애 유무를 떠나서 신생아부터 성인까지 모든 연령층을 아울러 음악치료가 제공됩니다.


조금이나마 궁금증이 해소되었길 바라며,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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