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애는 조금씩 스며드는 거다.
2주간의 조리원 생활이 시작되었다. 모든 것이 처음인 초보 엄마는 아이를 안는 것조차 떨어 뜨릴까 봐 조마조마했다. 아이는 하루 종일 눈도 안 뜨고 잠만 자고 있었다.
저녁 9시쯤 한번 아이를 무조건 방으로 데리고 가야 하는 시간 빼고는 아이를 맡겨두고 아이가 배고프다고 할 때만 모유수유하러 갔었다.
아직은 이 작은 존재가 신기하기도 하고 앞으로 매일 본다는 것도 생소했다. 아직 태지도 안 떨어져 얼굴이며 몸이 하얀 각질로 덮혀 있어 정말 어떻게 생긴건지 감이 안 왔다. 거의 눈도 안 뜨고 잠만 자기 때문에 눈도 어떻게 생긴건지 모르겠다.
모유수유를 하러 가면 다양한 엄마들이 아이를 수유쿠션에서 모유를 주고 있다. 둘째 엄마들은 능숙하게.. 처음인 엄마들은 조리원 분들의 도움을 받아 수유를 했다. 난 젖양이 적어서 몇 번 쪽쪽 아기가 먹으면 없었다.
모자란 건 분유로 채웠다. 그래도 초유니까 어떻게든 먹여보려고 얼마 안 되는 양이라도 유축을 했다.
2주간 식당에서 식사도 여러 엄마들과 맛있게 잘 먹었다. 조금씩 친해지기도 하고 서로 도움을 주기도 했다. 마사지도 받고 요가 수업도 하고 2주 동안 심심하지 않았다.
조리원이 있을 때가 천국이라는데 맞는 말이다. 아이를 안는 것조차 쉽지 않고 생소한데 집에 가는 순간 모든 것이 나의 일이 된다.
조리원을 나올 때까지도 아이의 존재가 생소했다. 조리원 생활을 마치고 집에 도착하면서 전쟁이 시작되었다. 오자마자 시어머니는 자기가 분유를 먹이고 싶어서 나한테 아이를 주지도 않는다. 모유를 먹여 보려 해도 벌써 분유를 타서 아이를 먹이고 있었다. 어느 순간 젖양이 줄면서 모유도 나오지 않게 되었다.
아이는 분유를 40ml~ 60ml만 먹고는 1~2시간마다 다시 배고프다고 깨어났다. 난 밤새 1~2시간마다 깨서 분유를 타고 먹여줘야 했다. 진짜 육아의 시작인 것이다.
뱃속에 있을 때가 가장 좋을 때라더니... 진짜구나 싶다.
낮에는 친정 엄마가 오셔서 집안일을 도와주고 난 아이를 케어했다. 아이는 등 센서가 있는지 잠이 들어 바닥에 내려놓는 순간 깨버렸다. 결국 잠이 들면 그대로 내 가슴 위에 엎드려 재웠다. 나는 꼼짝 못 하고 함께 누워 있었다. 아이는 어느 순간 살이 포동포동 찌면서 눈코입도 또렷해졌다.
아이를 10월에 출산하고 12월까지 추운 겨울을 집에서 아이와 함께 보냈다. 임신 막달까지 회사를 다녀 얻어낸 휴가인것이다. 아이가 눈을 맞추고 엄마와 떨어지려고 하지 않고 품에서 잠이 들면서 나의 모성애도 조금씩 스며들어 갔다.
아 내 아이구나.... 앞으로 매일 함께할 존재구나...
이렇게 모성애가 생기니 시간이 지날수록 가까워지는 출근날짜가 점점 부담스러워졌다. 아이와 좀 더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으니 난 가야 했다.
그렇게 출근을 하게 되면서 아이는 친정 엄마 손에 맡겨졌다. 하지만 친정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것엔 한계가 있었다. 저녁에는 오자마자 아이를 씻기고 젖병을 씻고 또 부랴부랴 재워야 했다. 아이가 잠들려면 수유부터 노래까지 한 시간은 걸렸다.
아이를 키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일을 하면서는 더더욱....
진짜 워킹맘이 된 나는 24시간이 모자란 나날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