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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이스 Dec 19. 2023

캐나다 워홀 이야기(2)

3. 생활비 

물가가 많이 올라서 렌트는 미쳤고, 식당에서 밥 먹는 것도 부담스럽고, 장 볼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난다. 이곳 애들도 캐나다 물가와 유럽 물가를 비교하는 영상을 찍어서 올리기도 한다. 렌트는 외국애들이(어디 나라라고 말하지 않겠다.) 투자 목적으로 살 지도 않으면서 집을 사대서 사태가 더 심각해졌다. 식당에서 팁은 기본 15%, 캐나다 로컬 술집은 18%가 기본으로 설정되어 있기도 하다. 공산품은 또 왜 그렇게 비싼지 내가 볼 땐 그냥 대기업 놈들이 돈을 굉장하게 벌고 있는 것 같다. 


계산을 해보자. 

현재 최저 시급으로 주 40시간, 풀타임으로 일을 할 경우 세금을 제외하고 대략 1달에 $2,000 달러 정도 된다. 여기서 가장 큰 렌트비 (월세)를 빼야 하는데 외곽에 정말 싼 방을 구한다면 800불 정도, 다운타운에 콘도 세컨드룸에 산다면 평균 1300 정도 한다. 대충 $1,000불로 잡자. 

어라? 벌써 반이 날아갔다. 

여기에 폰 요금 $50과 지하철 한 달 패스 $143이 있으니 대충 $200을 빼자. 

마트에 가서 장을 보면 아무리 못 해도 $50 정도는 나온다. 주 1회 장을 본다고 치고 한 달에 $200.

$600 달러가 남았다. 이제 당신은 매달 약 58만 원 정도를 모을 수 있다. 당신이 친구가 아무도 없고 무조건 집에서 밥을 해 먹는다면 말이다.  


외식비는 워낙 사람마다 다르니까 말하지 않겠다. 커피를 마시면 커피값이, 술을 좋아한다면 술값이. 특히 한국 술집에 가서 소주를 마셨다면 $150은 각오해야 한다. 일주일에 외식비를 $100 정도 잡으면 당신에겐 한 달에 $200이 남는다. 물론 1년 후에 세금 환급을 받을 수도 있고, 팁이 있는 일을 구한다면 더 벌 수 있지만 대신 일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팁이 있는 일로 두 군데를 구하면 위에 예상한 금액보다 두 배는 더 벌 수 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여행 가는 워홀러도 꽤 봤지만 체력이 정말 좋아야 한다. 애초에 목적이 '돈 모아서 여행 가자'가 아니라면 일만 하는 캐나다 삶에 회의가 올 수도 있다. 


4. 워홀, 그 이후 

1년이든 2년이든 워홀 이후의 계획을 하고 오라는 말을 하려고 이 문장을 시작하고 보니 정작 나는 아무 계획 없이 무작정 지구 반대편을 날아왔다. 심지어 2년도 아니고 당장 1년 후의 계획이 없었다. 10년 전, 알바인 듯 알바 아닌 알바 같은 직장을 그만두고 '캐나다로 워홀 갑니다.'라고 했을 때, 나의 가족과 친한 친구들은 나를 응원했지만 가깝지 않은 주변인들은 '가서 뭐 해?', '갔다가 오면 뭐 해?'라는 식의 질문을 많이 했다. 


당신이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면 당신은 우물 안의 개구리다. 비하하는 것이 아니다. 개구리는 우물 안에서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다만 우물 밖으로 떠나려는 개구리에게 '나가서 뭐 할 건데?' 식의 질문은 전혀 의미가 없다. 우물 밖으로 나가 보기 전까지 어떤 개구리도 그걸 알리가 없기 때문이다. 우물 밖은 수많은 가능성과 그에 준하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워홀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가서 다시 직장을 구하는, 우리가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누구는 이곳에서 학교를 가거나 work 비자를 지원받아서 일하거나 결혼을 한다.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도 하고, 이곳에서 새롭게 닿은 인연이나 기회로 인해 한국으로 돌아가 전혀 다른 일을 하기도 한다.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캐나다 워홀을 고민하면서 '일자리 못 구할 것 같은데...', '난 영어를 못 하는데', '워홀 끝나고 나이는 많아져서 다시 일을 구하기 쉽지 않을 텐데' 식의 생각이 든다면 캐나다행을 고민할 필요조차 없다. 일자리 구하기가 힘들지만 미리 각오하고, 영어를 못 하지만 악착같이 배우겠다 생각하고, 워홀 이후 계획은 없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용기 있게 도전하려는 마음이 있는 사람만 '워홀'이라는 인생에 한번뿐인 기회를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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