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주관적인 Top10
여러 가지 의미로 달라질 때가 왔다(?) 나는 나 자신을 죽을 만큼 바꾸고 싶어서 ㅈㅅ 대신 지구 반대편인 캐나다로 온 것인데 그것도 이제 10년 전이라 다시 리셋을 할 때가 온 것 같다. 현재 나는 몸무게가 13킬로 정도 쪘고, 그로 인해 모계 쪽 유전인 혈관 관련 질병이 심해져 매일 약을 먹고 있으며, 당연하게도(?)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차고, 브레인 포그 증상을 자주 느끼고, 혹시라도 우울의 늪에 빠질까 봐 조심조심 돌다리를 건너고 있는 느낌으로 살고 있다. 더불어 퇴사를 하고 백수가 된 지 4개월이 됐는데 아직도 루틴을 못 잡고 나 스스로도 '대체 뭐 하고 살고 있나' 의문이 드는 생활을 하고 있다. 나는 달라지기로 결심하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부터 당장 실천하기로 했다. 달라지기 위해 앞으로 지킬 10가지를 공개한다.
1. 정해진 시간에 자고, 일어나기
백수가 되니 출근의 부담이 없어 알람을 끈 지 오래다. 그렇게 되니 아침에 그냥 눈이 떠지면 일어나는 게 너무 행복하고 좋았다. 하지만 점점 생활 패턴이 깨진다. 어떤 날은 인터넷을 하다 늦게 자고, 다음 날 늦게 일어나고 어떤 날은 9시 반만 되면 졸려서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 마냥 늘어져있다가 자고, 어떤 날은 새벽에 자다가 계속 깨는 바람에 푹 못 자고, 또 어떤 날은 아침에 일어나서 누워서 핸드폰을 하다가 다시 잠이 들어 버리고. 우울증으로 병원에 가면 의사 선생님이 중요하게 지키라고 하는 게 뭔지 아는가? 바로 정해진 시간에 자고, 일어나고 먹는 것이다. 그래서 난 다시 핸드폰의 알람을 맞추기로 결심했다. 루틴을 잡기 위해선 규칙적인 수면 패턴이 가장 중요하다.
2. 하지만 정해진 시간에 먹지 않기
방금 정신과 의사 선생님이 말하는 게 규칙적으로 자고, 일어나고, 먹는 것이라고 해놓고 이게 무슨 소리냐고? 내가 깨달은 것은 바로 내가 배고프지도 않지만 밥 먹을 시간이 됐다고 생각하면 습관적으로 밥을, 그것도 한 끼 제대로 먹는 것이다. 밥 먹을 시간이라고 생각이 들어도 배고프지 않으면 좀 간단하게 때울 수도 있는 노릇인데 내 사전에 간단하게 때우는 끼니란 없다. 그래서 배고프지도 않았으면서 한 끼를 제대로 먹는다. 몸이, 특히 위가 쉴 틈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시간과 상관없이 배고프면 밥을 먹기로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배고파 죽을 때까지 기다리면 당연히 폭식으로 이어진다. '어? 쫌 배고픈데?' 싶을 때마다 건강하게 챙겨 먹으면 점점 배고프다 느끼는 시간이 비슷해질 것이다.
3. 흰쌀밥과 작별하기
나는 한 달에 10킬로를 뺀 적도 있고, 찐 적도 있다. 이 정도 나이의 날씬하게 타고나지 못 한 여자라면 아마 온갖 다이어트 방법은 다 시도해 봤을 것이다. 황제 다이어트, 덴마크 다이어트, 간헐적 단식 다이어트, 한약 다이어트 등등... 하지만 난 한 번도 다이어트할 때 칼로리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단순 칼로리는 살을 찌고 빼는데 중요하지 않다. 그럼 뭐가 중요하냐고? 내가 뭘 먹고 쪘는지를 파악한 후 그걸 안 먹는 게 제일 중요하다. 나의 경우엔 흰밥이다. 뭘 먹든 흰밥을 먹고, 맛있으면 두 공기 먹고, 반찬 없으면 흰밥에 간장이나 고추장을 넣어서 비벼 먹고, 밤 11시 야식으로 초밥을 먹는 생활을 1년 정도 하니 당연히 몸 상태가... (말을 말자) 무튼 그래서 흰쌀밥 대신 귀리쌀, 컬리플라워 쌀, 오트밀, 렌틸콩 등을 활용해 식단을 하려고 한다. 좋아하는 베이글과 파스타는 끊지 않을 것이다.
4. 술 마시는 횟수를 극단적으로 제한하기
일단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내가 중독이 된 건 흰 밥과 커피인데 술은 왜 마시나 생각해 봤다. 물론 내가 맥주를 좋아하긴 한다. 하지만 난 몸에서 술이 안 받는 스타일이라 술을 마시고 나면 몸이 너무 힘들다. 엄청나게 마시지는 않아서 다음 날 숙취는 거의 없는 편인데 어쩌다 가끔은 심각한 근육통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게 다 간이 안 좋아서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나는 간에 대한 가족력이 있다. 외할아버지가 간암으로 돌아가셨고, 엄마도 간 모양이 이상해 간경화가 의심되어 한 동안 약을 먹었고, 외삼촌들도 간 상태가 안 좋다고 한다. 외갓집 식구들은 술도 정말 잘 마신다. 나는 술을 못 마심에도 불구하고 굳이 먹을 이유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이나 샤워하고 개운하게 맥주를 마시고 싶을 땐 탄산수로, 반신욕을 하며 와인 한 잔에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땐 차갑게 우려낸 허브티로, 혹시 친구들과 술집에 가게 되면 콜라나 주스 같은 액상과당보단 맥주가 나으니 그럴 때만 맥주 한 잔. 한 달에 2-3회 정도 일거라 예상하고 있다.
5. 물건 버리기
최근에 물건을 버리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물건을 버리면서 그 공간을 확보하고, 영원히 오지 않을 언젠가를 버린다. 물건을 버리고 정리를 잘하면 그만큼 운이 좋아진다고 한다. 미신이라고? 살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얼마나 영향력이 크고 중요한 지 아직도 못 깨달았는가? 나는 깨달았다. 과거의 나를 바꾸고 싶다면, 버리고 싶다면 과거의 내가 산, 과거의 나와 함께 한 물건들을 버려야 한다. 그 행위를 통해 나는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어제 녹이 슬고, 색이 바랜 귀걸이들부터 버리는 것으로 대장정을 시작했다. 연말엔 산 지 1년이 넘은 속옷들을 버릴 것이고, 실제로 20% 정도밖에 입지 않는 옷장을 정리할 것이다.
6. 요가와 필라테스
나는 한평생 세상에서 운동이 제일 싫은 사람이다. 도대체 왜 인지 모르겠지만 헬스장에만 가면 죽을 것만 같다. 운동은 해야겠는데 사는 건물에 헬스장이 있는데도 가기가 싫다. 심지어 퇴사하고 움직임이 없다 보니 하루에 걷는 양도 엄청나게 줄었다. 살을 빼야 하는 상황에서 살이 더 찌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다. 한국에 있을 땐 매일 필라테스를 했다. 심지어 하루에 오전, 오후 두 번 간 적도 있을 만큼 필라테스를 사랑했다.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운동... 캐나다 토론토 다운타운에는 필라테스 수업을 듣기가 쉽지 않다. 있어도 개인 수업이라 수강료가 비싼데 나는 백수가 아닌가. 그래서 등록한 것이 요가! 물론 요가와 필라테스, 특히 기구 필라테스는 좀 많이 다르다. 그래도 필라테스와 접목한 요가 수업도 있고, 요가 기본 동작에만 천천히 집중하는 수업, 명상과 함께하는 수업 등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 등록했다. 일단 내년 3월까지는 무제한 요가수업을 즐길(?) 예정!
7. 집을 벗어나기
백수가 되고 거의 매일 책을 읽고, 영화나 드라마 한 편을 보고, 글을 쓰고 있다. 여름에는 날씨가 좋아서 살고 있는 건물의 테라스에 나가기도 하고 공원도 갔는데 어느새 시간이 10월이 됐고 공기가 차가워졌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까 늘어지기 시작해서 일부러 시청 도서관에 갔다. 도서관은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고 있으므로 집중하기 꽤 좋은 환경이다. 문제가 있다면 시청 건물 안에 있는 도서관인지라 규모가 작아서 종종 자리가 없다는 것과 컴퓨터 앞에 하루종일 앉아 있는 노숙자들의 냄새를 견뎌야 한다는 것. 차라리 커피값을 생각하고 카페를 갈까. 공유 오피스를 한 달 등록해 볼까 고민했다. 심지어 일하던 곳 사무실에 있는 빈자리라도 쓰겠다고 할까 하는 생각까지 했지만 거긴 공기가 너무 안 좋았다. 다행히 11월은 집에서 도보 3분 거리인 친구 집 거실과 카페, 도서관을 섞어가며 다니면 될 듯하다. 12월엔 공유 오피스를 가볼까 한다. 친한 언니의 말에 의하면 돈을 낸 게 있어서 아까워서라도 매일 가서 뭐라도 하게 된다고 한다.
8. 선택과 집중
나는 현재 브런치에 이 에세이 글을 연재하고, 개인적으로 일기처럼 풀어내는 글이 2종류가 있고, 웹소설 공모전에 도전한다고 처음으로 웹소설을 31화까지 썼으며, 친구들과 짧은 영상을 찍는다고 영어로 짧은 대본을 썼고, 1월에 있을 오펜 공모전을 준비 중이고, 최근에 영어 회화 관련 전자책을 쓰기 시작했고, 영어로 에세이를 연재해보고 싶은 욕심이 들어 해외 유료 플랫폼인 Medium에 가입해 4개의 글을 올렸다. 더불어 열심히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채식요리 영상도 다시 시작하려고 준비 중이었고, 연말에 아마추어로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를 도전하려고 했으며, 스케치 코미디스런(?) 짧은 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려고 했다. 그런데 문득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게 뭘까? 내가 뭘 하겠다고 퇴사를 했던가?
바로 드라마 대본이다. 지금까진 단막만 썼는데 장편을 써보고 싶었다. 아이디어는 많이 적어 놨는데 단 하나, 시놉시스라도 완성한 게 없었다. 근데 나는 지금 너무 많은 일을 하려고 하고 있다. 게다가 공모전이 이제 두 달 밖에 안 남아서 그 사이에 완성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제 모두 정리하고 드라마 대본을 쓰는 일을 선택해 그것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9. 가성비충 탈피하기
나는 소위 말하는 '가성비충'이다. 뭐를 살 때, 뭐를 할 때, 뭐를 먹을 때 가성비를 생각 안 해 본 적이 거의 없는 듯하다. 언제나 이 물건이, 음식이 이만한 가치를 하는가?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러다 보니 마트에선 질이 좀 낮아도 가장 저렴한 걸 구입하게 됐고, 운동도 사는 건물에 헬스장이 있는데 뭐 하러 돈을 주고 다른 데를 다니나 생각했고, 솔직히 돈 쓰기 싫어서 집에서 안 나간 적도 있다. 그런데 굳이 그렇게까지 살 필요가 있나 싶다. 내가 더 이상 가성비를 미친 듯이 따지지 않는다고 해서 당장 돈을 펑펑 쓸 것도 아니고 그 계산에 쓰이는 에너지를 좀 덜 쓰고 싶달까. 이제 어린 나이도 아닌데 가성비를 너무 따지면 아무래도 좀 없어 보이는 것 같다. 그런 어른이 되고 싶지는 않기에 가성비충 말고 과소비 안 하는 합리적인 사람으로.
10. 태도는 차분하고 우아하게
난 좀 시끄러운 사람이다. 말도 많고 목소리도 크다. 누가 한 마디 하면 꼭 받아쳐야 직성이 풀린다. 그리고 또 잘 받아쳐서 그 자리에 있는 모두를 웃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런 성격의 '작가'님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내가 '작가'로서 자질이 없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내가 글을 못 쓴다 하더라도 그게 꼭 내가 말이 많아서 글을 못 쓰는 걸까? 내가 시끄러운 사람이라고 작가가 못 된다는 법이 있는 걸까? 상관관계가 정말 있을까? 하지만 이제는 좀 덜 시끄럽고, 덜 흥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좀 차분해지고, 시야도 넓어지고, 배에 힘줘서 말하지 않고, 말하는 것에 에너지를 너무 쓰지 않고.
나는 최화정, 윤여정 선생님들처럼 우아한 어른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