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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이스 Nov 23. 2024

16. 다음 여행지 10곳

지극히 주관적인 Top10

여행, '생각만 해도 설레는 두 글자'라고 많이들 말하겠으나 현재 나에게 여행은 '생각만으로도 지치는 두 글자' 다. 왜냐고? 너무 좋았지만 쉽지 않았고, 마지막에 여권과 지갑이 든 핸드백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최악으로 마무리 됐던 시베리아 횡단열차.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퉁퉁 부은 몸과 얼굴로 혼자서 강행한 한 달 동남아 배낭여행. 한 동안 나에게 여행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여행은 두 개는 꽤 괜찮았다. 작년 크리스마스에 갔던 올랜도 디즈니월드와 유니버셜은 꿈속을 거니는 것 같았다. 물론 완벽하기만 했다면 그건 나의 여행이 아니었을 것이다. 공항을 가는 길에 이미 몸이 안 좋았고 여행 내내 매일 타이레놀을 두 알씩 먹으며 버텼다. 감기몸살에 걸렸던 듯싶다. 내가 더 이상 여행을 하지 못하게 막는 무언가가 있다면 이때의 나를 보고 학을 떼며 도망갔나 싶을 만큼 그다음 여행이자 나의 가장 최근 여행인 올해 4월 일본 여행은 참 좋았다. 일주일의 일정으로 후쿠오카, 유후인, 뱃푸를 갔는데 디즈니가 꿈같았다면 유후인은 천국 같았다. 산속에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앉아 새소리를 들으며 있으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이후 나온 가이세키(한 상차림) 저녁도 재료가 무척 신선하고 맛있었다. 


그래서 이제 슬슬(?) 다시 여행 계획을 짜려고 한다. 10군데의 여행지를 정하는 것 만으로 이미 기분이 좋아진다. 여행은 공항에서 시작되는 것도 짐을 싸면서 시작되는 것도 아니다. 계획을 할 때 이미 시작되는 것이다.  

마침 어제 누군가 '세계 여행을 하는데 1년은 턱 없이 부족하다'라는 글을 올렸길래 바로 댓글을 달았다. '그래서 난 시간과 돈을 몰빵 하지 않고 평생에 걸쳐 나눠서 하려고!' 


1. 포르투갈과 스페인

일단 가장 최근에 갈 여행지. 내년 3월 말에 포르투갈과 스페인으로 떠날 예정이다. 

포르투에서 한 달 살기 하는 게 어릴 때 버킷 리스트에 있었다. 이후 여행 일정이 때문에 한 달 살기는 힘들 것 같지만 그래도 충분한 시간을 포르투에서 머물 생각이다. 한국에서 만난 스페인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기대되는 일이다. 정통 빠에야를 먹어 보는 것도, 가우디의 건축물을 보는 것도 모두 매우 기대 중! 


2. 이집트와 터키 

내가 아직 간(?)도 못 본 지역이라고 한다면 중동 지역과 아프리카가 있는데 위험할 수도 있고 그 지역 문화나 음식에 조예가 깊지도 않으므로 아직은 크게 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 유일하게 가보고 싶은 곳이 터키였다. 

터키를 다녀온 사람들은 다들 터키가 너무 좋았다고 말하더라. 중학교 시절, 막연하게 언젠가 그리스, 이집트, 터키로 삼각형 모양 여행을 해야겠다 생각했었는데 갈 수 있을지... 현재로는 내년에 포르투갈 스페인을 갔다가 터키로 이동해서 또 다른 여행을 이어하는 것으로 계획 중에 있다. 


3. 일본 전국 일주 

몇 년 전부터 자주 "조만간(?) 일본 전국 일주를 할 거야"라고 말하고 다녔다. 홋카이도에서 오키나와까지 일본의 소도시들을 최대한 많이 들리면서 여행해 보고 싶다. 일본의 소도시만 다룬 여행 책이 따로 있을 만큼 일본의 소도시들은 꽤 매력적이다.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사실 일본은 꽤 큰 나라가 아니던가. 각 지역마다 특색이 분명한 것 같다. 나고야를 중간 거점으로 두고 홋카이도에서 나고야를 여행 후 잠깐 쉬고, 나고야에서 오키나와까지 다시 여행을 이어가는 것으로 생각 중이다.  


4. 이탈리아 효도 여행  

누구나 이탈리아 여행을 꿈꿀 것이다.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인터넷에 누가 올린 이탈리아 남부 여행 영상이었다. 그 짧은 영상은 바다를 보며 이탈리아 요리와 와인을 마시는 내용이었는데 부모님과 함께해서 더욱 좋았다는 설명글이 나를 울렸다. '맞아. 누구나 이탈리아를 가보고 싶을 텐데 나의 부모님이라고 안 가보고 싶을 리가 있어?' 혹시나 싶어 단톡방에 "이탈리아 여행 가자!"라고 했더니 의외로 엄마가 바로 "그래!"라고 답장이 왔다. 아빠는 워낙 여행을 좋아하니 당연히 좋아할 줄 알았는데 엄마도? 

일단은 26년 봄에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것으로 구두 합의!    


5. 호주와 뉴질랜드 캠핑카 여행 

저번달에 친구네 커플과 함께 캠핑카에서 1박을 하고 왔다. 글램핑이 하고 싶었는데 캐나다엔 글램핑은 없다. 아예 호텔에서 숙박하는 여행이던지 아니면 텐트를 쳐야 하는 진정한 캠핑이던지... 그래서 내가 생각한 대안이 캠핑카에서 숙박하는 것. 캠핑카 옆에서 나무 아래서 불을 피우고 바비큐를 즐기며 "집 대신 이런 거 하나 사서 돌아다니며 사는 건 어떨까?"라고 했다. 집으로 돌아온 후, 유튜브에서 캠핑카로 여행하며 사는 사람들의 영상을 조금 찾아봤다. 나쁘진 않은 것 같은데 조금 자신이 없기도 해. 그래서 결정한 게 캠핑카를 렌트해서 여행하는 것! 한 달 정도? 기왕이면 날씨도 경치도 좋고, 도로가 넓은데 차는 별로 없고, 캠핑카로 다니기도 편해야 하니까 호주나 뉴질랜드가 어떨까! 호주는 멜버른과 시드니를 중3 때 이모네 따라 패키지여행을 한 적이 있다. 다시 간다면 감회가 새로울 것. 


6. 미국 로드트립  

원래는 토론토에서 중고로 차를 구입 후 미국을 뚫고 다시 밴쿠버에서 차를 파는 장황한 계획을 세웠었으나 중고차를 사고파는 일이 쉽지는 않아 보여 렌트로 계획을 바꿨다. 사실 US 루트 66을 질주하는 게 미국 로드트립의 핵심인데 굳이 토론토부터 운전을 하고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현재 계획은 이렇다. 

토론토에서 비행기를 타고 세인 루이스나 오클라호마 시티로 간다. 거기서 차를 렌트해서 루트 66을 질주한다. 그랜드 캐년과 라스베이거스를 지나 엘에이에서 차를 반납한다. 어때? 


7. 홍콩 영화 여행 

약 15년 전쯤 혼자 상하이를 여행한 적이 있다. 7월 말이었는데 숨을 막는 찜통더위에 어딜 가도 얼음은 없고, 슈퍼에 음료도 냉장고가 아닌 상온에 있어 충격을 받았다. 그때만 해도 훠궈도 못 먹을 때라 제대로 먹지도 못 하고 다녔다. 하루 한 끼만 먹었는데 출국 전 날, 호텔 레스토랑에서 토마토 파스타를 먹은 기억이 있다. 무튼 그때 호되게 당하고 상하이가 이런데 중국은 어떻겠어... 라면서 다신 중국 땅을 밟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홍콩은 다르지. 나는 홍콩 영화를 좋아한다. 영화 스틸컷을 프린트해서 홍콩 명소에 도착해 사진을 찍어 가며 여행을 다녀 보고 싶다. 홍콩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8. 자기 계발 대만 여행 

초등학교 교사를 그만둘고 자기 계발을 하는 친한 언니가 있다. 언니는 요즘 성공하고, 기부도 많이 하는 사람들 모임에 다니고, 강연을 많이 들으러 다니면서 엄청난 통찰력을 얻고 있는 듯하다. 이 언니는 중국어를 한 마디도 못 하면서 다짜고짜(?) 대만으로 떠나 전국일주를 한 적이 있다. 언니는 내게 너무 좋은 여행 기억이었다면서 또 대만에 가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따라가겠다고 했다. 언니는 이제 중국어로 기본회화가 가능하니 언니랑 가면 편할 것 같기도 하다. 토론토 국제 영화제에서 만난 대만 친구도 만나고, 혹시 가능하다면 언니와 함께 대만에서 사는 한국인들 위한 강연도 하고... 구체적인 계획은 이후에 더 세워야겠지만 자기 계발 대만 여행? 엄청난 도전과 동시에 자극이 될 것 같다.  


9. 하와이 

나는 2020년 봄, 한국에서 포케 가게를 오픈했고 3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운영 한 후 가게를 닫고 캐나다로 돌아왔다. 딱 3년 코로나 기간 동안의 가게 운영은 내게 많은 교훈과 경험을 줬고, 나는 이 점에 매우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포케는 하와이에서 시작된 음식이다. 밥 위에 날 생선을 올려 먹는 것으로 시작 됐으나 미국 본토에서 샐러드 형태로 발전했다. 하와이에서 시작된 요리를 팔았던 나는 정작 하와이에 가본 적이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포케는 하와이에서 맛이 없다나 어쨌다나... 언젠가 하와이를 가면 내가 메뉴 이름으로 땄던 이름들을 가진 해변들에 누워 나의 젊은 시절을 회상하겠지. 그때까지 건강하자.    


10. 그리고 남미... 

어릴 때부터 꿈꿔온 많은 여행 중에 손가락 3개 안에 드는 여행이 바로 남미 여행이다. 나의 남미 여행 계획은 조금 특별하다. 그냥 남미의 한 도시에 가서 바로 배낭 여행 하는 것이 아니라 아르헨티나에서 한 달 살기를 한 후에 시작된다. 한 달 동안 머물며 생존 스페인어와 탱고를 배운다. 그리고 아르헨티나에서부터 여러 국가들을 지나며 북쪽을 향해 전진한다. 그리고 이 한 달 살기와 여행에 대한 소설을 쓴다. 약간의 창작 스토리가 가미된 여행 서라고 보면 된다. 기본적으로는 여행에 관한 내용이니 꼭 출판사에 투고를 하는 것이 아닌 인터넷에서 연재를 해도 좋을 것 같다. 요즘 시대에 딱 맞는 콘텐츠 아닌가! 

한 달 살기, 탱고, 배낭여행, 그리고 글쓰기... 핵심 단어들 만으로도 낭만 터지는 이 여행을 언제 할 수 있을지 사실 잘 모르겠다. 아마 202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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