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주관적인 Top10
제목을 쓰고 보니 조금 오글거린다. 마치 초등학교 시절, 반장 선거에 나가서 공약을 말했을 때가 떠오른다. '제가 반장이 된다면 같은 반 친구들을 위해 봉사하고...'
유독 한국인들 사이에서만 이 '작가'라는 단어에 대한 기준이 다양하고 까다롭다. 매일 글을 쓰면 작가인가. 책을 출판했으면 작가인가. 다른 직업을 안 가져도 되면 작가인가. 신춘문예 등단이나 드라마, 영화 데뷔를 해야 작가인가.
웃긴 건, 내가 사는 이곳 캐나다에선 아무도 '작가'라는 단어를 정의하거나 기준을 세우려는 생각 자체를 안 한다는 사실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글을 써서 한 푼이라도 벌어 본 사람 또는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작가라고 부를 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책이 3권이 나오고, 드라마 보조 작가로 일 했고, 매일 글을 쓰는 나는 '작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목은 작가가 돼야 하는 이유라고 썼다. 왜냐면 아직 내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지어낸' 이야기를 세상에 선보이지 못했기 때문이고 이 부분에 있어 나는 그 누구보다 간절하다. 그런 의미에서 정리해 보는 내가 작가가 돼야 하는 이유 10가지.
1. 매일 글을 쓰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치는 사람
'매일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라는 말을 듣고 진짜 어이없다고 생각했다. 과장은 하여간...
그런데 웬걸 내가 요즘 그렇다.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짧게라도 쓰지 않으면 마치 입안에 가시가 돋은 듯, 힘들고 불편하다. 아직 전업 작가도 아닌데 매일 글을 쓰고 있다. 이러니 전업 작가가 되면 어떻겠는가. 더 많은 시간 열심히 쓸 수 있다.
2. 글을 쓸 때 가장 큰 힐링과 자기만족을 얻는 사람
물론 나도 글을 쓸 땐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뒷 내용이 풀리지 않아서 스트레스, 더 잘 쓰고 싶은데 못 해서 스트레스 등등... 하지만 나는 글을 쓸 때 가장 큰 힐링과 자기만족을 얻는다. 글을 쓴다는 행위는 엄청난 명상의 효과가 있다. 글을 쓸 땐 현실 세계에서의 스트레스와 고민을 잊고 오롯이 글 쓰는데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꽤 오래 글을 쓸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다.
3. 쓸데없는 생각을 진짜 많이 하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방송인 유재석이 한 말이 있다. 어렸을 때 하도 티브이를 많이 봐서 부모님이 '아주 TV 속에 들어가겠다!'라고 잔소리를 하셨는데 정말 들어와 있더라 라는 이야기이다. 마찬가지로 나도 어릴 때부터 '쓸데없는 생각 좀 하지 마'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는데 이 쓸데없는 생각이 나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줬다고 생각한다. 아님 상상력과 창의력이 풍부해서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한 건가?
4.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끄집어내서 어떻게든 표현하길 좋아하는 사람
무튼 나는 머릿속에 이런저런 생각이 참 많은 사람이다. 한 번은 사주를 보러 갔는데 '생각 좀 그만해!'라는 말을 들었다. 반전이 있는 영화를 보더라도 생각이 많아 결말을 예측하기 때문에 재미가 없을 거라면서. 그런데 나는 그냥 머릿속에서 생각, 상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정리해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게 작곡을 배웠고, 요리를 좋아하고, 현재는 글을 쓰고 있다. 본투비 크리에이터... 랄까?
5. 장르를 안 가리고 글을 쓰는 사람
나는 로맨스를 좋아한다. 주로 로맨스, 멜로를 많이 쓰고 연습했는데 단막은 '휴먼, 드라마' 장르가 더 적합한 것 같아 주인공의 성장 이야기도 꽤 썼다. 그런데 몇몇 분들은 내 습작을 읽고 '스릴러. 호러'를 잘 쓸 것 같다고 하신다. 물론 나도 구성이 잘 짜인 스릴러를 좋아하긴 하는데 아직 써 본 적은 없다. 하도 범죄, 추리 드라마를 많이 봐서 이 분야도 마음먹고 자료 조사 하면 잘 쓸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나는 기본적으로 반전이 있는 결말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무조건 읽는 사람이 예상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항상 넣는다. 무튼 언젠가 드라마 작가가 된다면 진짜 파격적인 소재의 OTT용 드라마를 쓰고, 시트콤 같이 가벼운 드라마도 쓰고 싶다.
6. 동서양의 문화를 잘 아는 사람
처음 캐나다 땅을 밟은 지 10년 차가 됐다. 물론 중간 코로나 기간 동안 한국에 있었지만 이 때도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와 있는 외국인 친구들과 한 건물에 살며 매일 어울려 놀았기 때문에 지난 10년 동안 외국 문화를 많이 접했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좀 더 글로벌한 소재나 스케일의 극을 만들 수 있다. 또한 해외에서 너무나 다양한 문화권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에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 캐릭터를 만들게 된다면 보다 생생하고 살아있는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7. 부정적인 피드백도 수용하고 절충할 줄 아는 사람
나는 귀가 얇지 않고 자기주장이 굉장히 강한 편의 사람이다. 내가 결정한 건 누가 뭐래도 일단 하고 보는 편이다. 그런데 나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 것도 굉장히 좋아한다. 누군가가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너무 재밌고, 호기심이 생긴다. 더 얘기를 나눠 보고 싶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나는 내 글에 대한 합평이나 피드백을 받을 때 상대방의 의견을 잘 듣는 편이다. 이는 드라마 작업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작가의 자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드라마는 공동의 작업이다. 그리고 대본을 보는 작가의 관점과 감독, 배우의 관점은 다를 수밖에 없다. 나는 이 다른 점들에 대해 듣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사랑한다.
8. 글을 쓰는 데 있어서 만큼은 부지런한 사람
내가 알고 보면 굉장히 게으른 사람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부모님과 가장 친한 친구 정도? 나는 사실 엄청 게으른 사람이고 침대에 누워 있는 걸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글을 쓰는 데 있어서 만큼은 다르다. 게다가 글을 쓰는 속도도 굉장히 빠른 편이다. 이 때문에 친한 웹소설 작가님으로부터 '너는 웹소설을 써 봐라'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그렇다고 한 작품을 빠르게 완성하는 것은 아니나 (뒷 이야기가 안 풀리거나 아이디어가 생각나지 않을 때가 많으므로) 어쨌든 글을 쓰는 데 있어선 부지런한 편이다. 1번의 이유와도 연결되는데, 어쨌거나 나는 매일 쓰기 때문에 뭐가 됐든 일단 항상 뭔가를 쓰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9. 아이디어가 넘치는 사람
나 스스로 이런 말을 하는 게 참 낯부끄럽긴 하지만 사실인 걸 어쩌겠는가. 나는 언제나 아이디어가 넘치는 사람이다. 이 아이디어는 꼭 글에만 국한되진 않는다. 사업 아이템이나 다른 사람에게 조언을 할 때도 새로운 관점이나 역발상, 창의적인 뭔가를 쉽게 떠올리는 편이다. 어떻게 보면 잔머리가 좋은 것이기도 하다. 잔머리로는 우리 아빠를 따라올 자가 없는데 다행히 내가 그 부분을 좀 닮았다. 드라마 보조작가로 일 할 때도 아이디어를 많이 던졌다. 그중에서 채택된 것은 몇 개 없지만... 그래도 일단 헛소리를 내뱉음으로 해서 메인 작가님이 그걸 듣고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10. 작가로서의 스토리텔링이 있는 사람
마치 영웅의 서사처럼 나란 사람은...
4살 때까지 '엄마, 맘마' 밖에 못 해서 언어 장애 의심받음 (빠빠 아빠도 못 함)
갑자기 말문이 트이더니 동화책 오디오를 읽으며 스스로 한글을 깨침.
이후 어린애가 말을 너무 잘한다며 칭찬받거나 선물 받은 적 많음.
집에서 책을 많이 읽고, 드라마를 많이 보는 엄마의 영향으로 항상 옆에서 함께 책을 읽고 TV 드라마를 봄.
작가가 아닌 작곡가의 삶을 꿈꾸었으나 초6까지 매일 일기를 씀.
정작 음대 입시에 실패하여 엄청난 좌절과 절망을 느끼고 인생을 포기하려 함.
아이러니하게도 캐나다로 이민을 가서 작가의 꿈을 갖고, 매일 글 쓰기를 시작해 책 3권이 나옴.
이 이후는 이제 새롭게 만들어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