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좌충우돌 컬리지 적응기
마지막 학기가 되자 학교에서 주는 스트레스와 나 스스로 졸업 후가 걱정돼 받는 스트레스가 쌓여 어떻게 주체가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당시 아르바이트를 하던 라멘집 사장님께 마지막 학기라 그만두겠다 말씀드렸더니 학교 마칠 때까지는 일해달라고 하셔서 그냥 남기로 했다. 어차피 시간표도 잘 짠 덕에 학교는 일주일에 두 번만 가면 되었고 일은 주말에만 했으니 평일 3일을 아무것도 안 하고 쉴 수 있었다.
사장님께서 아시는 분이 유학원을 하고 계시니 원하면 소개해 주겠다고 하셨지만 반신반의했다. 사장님이 정말 연결을 시켜 주셔야 했고, 그 유학원에서도 사람이 필요한 상황이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그 유학원 사장님이 나를 맘에 들어해야 하는, 세 박자가 모두 맞아야 되는 일이었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전공한 마케팅이나 비즈니스 전반적으로도 매니저(관리자) 직책 이상은 일을 해야 영주권 신청이 가능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전공 분야로의 취업도 포기한 상태였다. 컬리지 졸업 후 받는 3년 비자 동안 신입사원에서 매니저 직책까지 승진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막연히 '한국 회사에서 일하면 영주권은 신청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마저도 쉽지는 않은 일이며 '운'이 따라줘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이 시기에 받았던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라멘집 사장님께서 진지하게 한 번 알아봐 주시겠다고 하셨다. 나는 기말고사를 코앞에 두고 있어 정신이 없었는데 갑자기 사장님께서 전화가 오셨다. 알아봤더니 마침 그 유학원에서 사람을 뽑고 있다며 대표님의 번호를 알려 줄 테니 연락을 해서 면접 날짜를 잡으라고 하셨고 나는 그 상황이 꿈처럼 느껴졌다. 떨리는 마음으로 번호로 전화해 인터뷰를 잡았다. 시험기간이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렇게 유학원으로 면접을 보러 갔고, 한국에서 학원에서 일한 경험과 캐나다에서 다양한 비자로 있었던 것을 맘에 들어하셨다. 내가 너무 어리진 않을까 걱정되셔서 나이를 물어보셨는데, 내 실제 나이를 들으시곤 깜짝 놀라셔서 서로 당황했다. 면접 내내 뭐에 씐 것처럼 말을 잘했는데 간절함이 있다 보니 긴장감 따위는 개나 줘버리는 상태가 되었나 보다. 면접 끝에 대표님이 내가 맘에 든다고 하시자마자 미소를 띠우며 '저도 대표님이 맘에 드네요. 같이 일하게 되는 거니까 제 의견도 중요하잖아요'라고 말했고 대표님이 아주 크게 웃으시며 내 말이 맞다고 하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상황에, 그 자리에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는지 의아하지만 결국 면접을 잘 마치고 취업이 되었다.
유학원을 나오자마자 라멘집 사장님께 전화드려 좋은 소식을 전하고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라멘집 사장님은 나와 전화를 끊으시고 다시 대표님께 전화해 감사 인사를 전하셨다고 한다. 끝까지 마음 써주시는 사장님께 정말 감사했다. 여기저기 기쁜 소식을 전했더니 역시나 부모님께서 가장 기뻐하셨다. 덕분에 두 달 일정으로 계획했던 한국 방문은 2주로 줄었고 베트남 여행을 위해 사 두었던 비행기표는 포기해야 했지만 모든 일에는 우선순위라는 게 있으니까 어쩔 수 없었다. 오히려 잘 된 일이 아닌가. 졸업 전에 취업이 되며 유학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