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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크레딧 - Cocktail #2

드라이 마티니 - 제임스 본드 / 에그시

by Chroma J

#2 드라이 마티니 (Dry Martini)

제임스 본드 from 007 어나더데이

에그시 from 킹스맨 골든 서클



코스모폴리탄이 레이디를 대표하는 칵테일이였다면 드라이 마티니는 멋진 남자들을 위한 칵테일이라고 할 수 있다. 마티니로 가장 유명한 영화는 바로 007시리즈의 제임스 본드. 특히 007시리즈 중 007 어나더데이 속 제임스본드의 마티니는 많은 사람들 머릿속에 마티니라는 이름보단 한 문장의 대사로 기억될 만큼 임팩트가 있었다.


드라이 마티니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도수가 강한 술로 달콤하거나 과일향 대신 진하고 깊은 진의 향으로 여성들보단 남성들에게 더 인기 있는 칵테일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 드라이 마티니는 드라이 진, 드라이 베르무트가 베이스인 칵테일이지만 007 어나더데이 속 제임스 본드는 드라이 진 대신 좀 더 부드러운 보드카를, 그리고 알코올 향이 진하게 남을 수 있게 살짝 젓는 방법 대신 부드러운 목 넘김을 위한 쉐이킹으로 준문을 한다. 매력적인 미소와 함께 작전 수행을 앞두고 자신만의 마티니를 즐기는 제임스 본드라....



보드카 마티니, 젓지 말고 흔들어서!




이는 그 전에서 해왔던 방식과는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를 주겠다는 제임스 본드의 의지를 보여주면서 새로운 분위기로 전환하는 장면이기에 더욱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또한 007 시리즈의 이전 제임스 본드와는 색다른 매력으로 부드럽지만 위트 있고 여유 넘치는 모습의 제임스 본드(피어스 브로스넌)였기에 영화 속에서도 그 장면이 더욱 매력 있게 다가왔던 것 같다.


이전 제임스 본드는 말수도 적고 일에만 몰두하는 번듯번듯하고 진중한 매력의 제임스 본드였다면, 마티니의 변화처럼 좀 더 세련되고, 부드럽고, 매력적인 본드의 이미지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 드라이 마티니 레시피

- 드라이 진 2 oz

- 드라이 베르무트 1/3 oz

- 그린 올리브



다른 주스나 향이 첨가되지 않는 칵테일인 만큼 베이스인 진과 베르무트의 맛이 제일 중요한 칵테일이라 진정한 마티니를 즐기고 싶다면 고급스러운 향의 진을 선택하는 게 좋다고 한다.








하지만, 2017년 이후엔 드라이 마티니는 더 이상 제임스 본드만의 것이 아니게 된다. 바로 킹스맨에서의 에그시가 차세대 제임스 본드처럼 그를 오마주하여 자신만의 드라이 마티니를 만들었고 이를 기점으로 마티니하면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 그리고 킹스맨의 에그시 두 인물이 떠오르게 되었다.



킹스맨에서의 에그시는 갑작스러운 변화에 당황하면서도 앞으로 다가올 자신의 미래에 설레이는 신입 킹스맨으로서 어설프지만 나름 제임스 본드처럼 멋진 작전도 수행하는 모습으로 영화의 캐주얼한 웃음까지 보여준다.




제임스 본드와 킹스맨은 비슷한 영화지만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미국과 영국의 문화의 차이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미국의 제임스 본드는 젠틀하고 신사적이지만 여유롭고 편안한 분위기가 느껴진다면, 영국 신사들의 영화인 킹스맨은 007시리즈 보단 좀 더 차분하면서도 클래식한 매력들이 강하게 표현된다. 대부분 미국이 세련되고 캐주얼하다면 영국은 클래식하다고 생각하듯이 말이다.










마티니, 단연히 보드카 말고 진으로,
뜯지 않은 베르무트를 바라보며
10초 정도만 저어서





두 영화의 문화 차이는 에그시의 마티니 주문에서 확실하게 표현해준다. 에그시의 주문법은 미국의 제임스 본드와는 다르게 고전적인 마티니라고 할 수 있다. 마티니는 들어가는 술이 단순한 만큼, 만드는 방법에 따라, 가니쉬의 향에 따라 맛의 차이가 크다고 한다. 특히 제임스 본드는 쉐이킹으로 부드럽게 섞었다면, 에그시는 딱! 10초만 저어서 달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미국의 제임스 본드를 오마주 했지만 우리는 클래식을 따라가겠어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특히 불안정한 가정환경에서 자신의 꿈도 미래도 생각하지 못한 채 살아오던 에그시가 해리를 만나고 킹스맨으로써 성장하면서 자신만의 마티니를 찾아 결국엔 나는 제임스 본드와는 다른, 그리고 영국 신사처럼 젠틀하고 고전적인 신사 같은 킹스맨이 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명장면이 아닐까 생각한다.



제임스 본드처럼 혹은 에그시처럼 앞으로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결정하는 순간, 클래식하고 멋진 드라이 마티니 한 잔과 함께한다면 그 순간은 아마 내 인생에서 잊히지 않을 명장면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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