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감사한 것들에 대한 새로운 감사에 대하여
생일이었다. 완벽한 하루였다.
사람들과 파티를 좋아하는 나는, 생일이면 종종 펍이나 카페를 빌려서 생일 파티를 했다. 축하 분위기가 좋은 것도 있지만, 사람들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최고의 시간을 만들고 싶었던 것도 있다. 시끌벅적한 생일이 유쾌했다.
내가 변하게 된 지 5-6년 정도 되었다. 친정엄마가 아팠고, 가족에 대한 더 깊은 고민이 있었고, 내 삶에 깊이가 깊어졌고, 그렇게 낯선 이를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워졌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인지, 화려한 싱글라이프보다 내 가정을 꾸리고 터를 잡아갈 준비가 자연스럽게 되는 과정이었는지, 그렇게 나의 일상의 이벤트들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깊게 나누는 게 더 의미 있어졌다.
16개월 나무는 걷기도 잘 걷고, 움직이는 것을 좋아한다. 모처럼의 주말에 아들의 에너지를 맘껏 뿜어낼 수 있게 해 줄 겸, 내 생일을 기념하여 아쿠아리움을 다녀왔다. 주말마다 편한 맘진에 스웻셔츠 차림이었지만 오늘은 모처럼 원피스에 가벼운 화장 정도를 더했다. 사실 생일이라고 크게 다른 건 없었다. 워낙에 활동적인 우리 가족은 주말마다 사람을 피해 산으로 들로 다녔는데, 오늘은 그 대신 아쿠아리움을 선택했을 뿐이고, 내 모습만 조금 달라졌을 뿐이다. 이전의 내 생일과 비교하자면 꽤나 시시한 일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은 태어나서 가장 행복하고 감사한 날이었다. 대단한 이벤트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나를 사랑해주는 다정다감한 남편이 곁에 있고, 아무런 조건 없이 나를 엄마로 여겨주는 나무가 내게 달려온다. 무엇이 더 필요하겠는가.
사람은 햇수가 더해질수록 필요한 게 많아지고 욕심도 많아진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아는 게 많아질수록 불안함도 커지고, 지켜야 할 것도 많아지고, 타인을 부러워하며 자신을 비교하여 상대적 박탈감도 느끼는 사회적 존재. 하지만 오늘 나는 절대적 만족과 감사를 온전히 누릴 수 있었다. 최고의 생일이었다. 신이 주신 최고의 생일선물이 아니었을까? 지난 한주 야근 등으로 밀린 빨래를 두 번이나 돌리고, 대청소에 아이를 동반한 외출, 장까지 봐야 하는 고된 일정이었음에도 그 보다 내게 주어진 감사거리들이 더욱 인상 깊어, 넉넉히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이런 시선을 선물해준 신께 감사하는 마음을 드려본다. 이 선물이 평생토록 지속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p.s. 나무는 오늘 특별히 늦잠을 자고 일찍 잠에 들었다. 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