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 풀가동 엑셀러레이터
어린이집을 다니니 자주 감기에 걸리는 것 같다. 모유 먹는 애들은 잘 안 아프댔는데 왜 자주 걸릴까 싶을 정도이다. 하긴 어린이집 가면 아무리 청결을 신경 쓴다 하더라도 공동생활공간이다 보니 서로의 균들을 공유할 수밖에 없을 테다. 아직 마스크도 잘 못 쓰는 나무와 또래 친구들은 서로의 비말에 대한 완벽한 방어가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걸렸단 소리 안 들리니 정말 신의 보호하심이구나 싶어 감사하긴 하다.
하지만 어쨌든 어제 어린이집에서부터 맑은 콧물과 기침이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아니나 다를까, 밤새 코막힘으로 잠도 못 이루고, 아침엔 심한 기침까지 올라왔다. 어린이집 등원은 못할 심산이다. 이제부터 난감하다. 어제 나의 회식을 위해 남편이 오후 반차를 써버린 탓에 오늘 또 연차를 쓰기엔 부담스러운 상태이다. 특히 오늘은 남편이 자기 계발 데이로 일찍 끝나는 날이라 엄마도 모처럼의 방학인 날이었다. 그런 기념으로 막내 여동생이 연차를 내고 둘이 당일치기 여행을 짜 놓은 상태. 나 역시도 오전에 조직개편 이후 각자 자신의 사업을 선정하여 발표가 있어, 빠질 수가 없었다. 난감한 상황이었다.
아침, 나무의 거센 기침으로 눈 뜬 6시 이후로 출근 준비시간까지 남편과 둘이 머리를 맞대고 이런저런 가능성을 논의했지만, 결국 친정엄마에게 기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엄마는 여행 일정을 조금 미루고 오전 내내 나무를 맡아주었다. 나는 발표일정을 마치고 서둘러 오후 반차로 엄마 집에 달려가, 나무를 안고 병원에 들려 진료를 받고 약을 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아 참, 그 와중에 신청해놓고 도저히 찾으러 가지 못했던 주민등록증 재발급도 수령했다. 한참 나무와 놀아주다 보니 남편이 도착했고, 포장해온 곰탕으로 저녁까지 해결했다. 저녁 약을 먹이려고 보니 약기운이 떨어진 탓이었는지 나무가 37.8도까지 열이 올랐다. 약을 먹였으니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겠지만 혹시 몰라 해열제를 찾아보니, 아뿔싸. 박스만 있고 내용물은 다 먹었다. 밤새 어쩔지 몰라 잠옷바람으로 서둘러 약국에 갔다. 팬데믹의 여파인지 약국들이 일찍 문 닫았고, 지하철역 근처까지 한참 가서야 겨우 약을 구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상한 열감이 느껴져 머리에 손을 대보니 미열이 난다. 그리고 보니 오늘 하루 종일 피곤했다. 이제야 온몸 구석구석이 쑤시고 관절 등에 통증이 느껴진다. 나무를 챙기느라, 스케줄을 맞추고 회사일도 하고, 종일 시달리고 돌아보니 나도 아팠나 보다. 순간 감정적으로 울컥 무언가 솟아오른다. 나도- 참 고생했다.
울컥하는 감정을 돌아보며, 일탈을 결심한다.
아이스크림이 하나 먹어야지!
이왕이면 비싼 걸로-
나무야 엄마가 해열제 사간다 기다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