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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영 Grace H Jung Nov 17. 2023

화가의 양구일기 30_내게 던지는 질문이 무엇인가

양구 '도솔산', '선사박물관' 드로잉

2016년 6월 4-5일.
박수근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입주 74-75일 차. 
표지: <고대리 지석묘군> 


<도솔산에서> 종이에 먹과 수채, 18.5 x 25.6cm, 2016


상상을 했던 도솔산 전투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곳은 이곳 전적비 주차장에서 등산을 해야 해서, 건강상태와 일행들의 시간을 고려해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대신 강원도에서 볼 수 있는 산맥을 빠르게 크로키하였다. 구름이 점점 덮어가 산의 겹이 하나하나 그 색을 달리하며 빠져나가는 장관을 언제쯤 찬찬히 그려볼까.

 

_2016/06/04 드로잉노트: 도솔산에서




<도솔대대> 종이에 먹과 수채, 18.5 x 25.6cm, 2016


양구 최전방에서 보는 우리의 산은 험준한 꼭대기마다 군부대가 자리하고 있다. 아름다운 녹지로 우거진 산의 곳곳에, 가장 높은 정상에 처절한 생사의 역사가 스며있고 여전히 그 긴장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만의 이러한 풍경을 양구에 오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으리라. 주님, 당신의 인도 따라 보게 되는 이 모든 것을 그려낼 수 있기를.

 

_2016/06/04 드로잉노트: 도솔대대

 



<고대리 지석묘군> 종이에 먹, 18.5 x 25.6cm, 2016


선사박물관 뒤편에 고대리 지석묘군에서 이전해 온 고인돌들로 꾸며진 공원이 있다. 


무덤,
영원을 갈망하는 집



무덤이라는 것. 사람이 반드시 맞이할 죽음을 다루는 의식. 그 먼 옛날, 거대한 돌덩어리들이 이미 죽은 한 사람을 위해 어찌 이리 옮겨져 영원을 갈망하는 집을 만들었을까. 알 수 없는 사후의 세계. 현실에서의 열망, 소원. 그저 자연의, 흙의 일부로 돌아가지 않고 길이 남고자 하는 인간의 영존에의 바람은 놀라운 사역을 가능케 했다. 경이로운 이 고적들이 내게 던지는 질문이 무엇인가. 이 고인돌이 옮겨온 원래의 고대리 지역을 탐방하며 더 들어봐야 하겠다.


_2016/06/05 드로잉노트: 선사박물관




10명의 시인과 2명의 철학자. 아, 내가 이 귀한 글들을 어찌 잊었을까. 그들의 어법과 감성, 정신이 날 감동시킨다. 다시 찬찬히 지극히 한국적인 이들의 문학과 사상을 읽어보아야겠다. 미국에서 추상언어를 연구할 때 영시에서 영감을 얻었던 것처럼, 구상언어를 취하려는 이때 한국의 시에서 분명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

 

_2016/06/05 작업노트: 인문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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