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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이 May 24. 2023

 한강에 갑니다.

얼마 전부터  차를  타고 자주  한강에 간다.

오솔길을 걸어 한강에 닿는 길도 있지만 앉거나

쉬기까지 한참을 걸어야 해서  바로 너른 풀밭과

강이 보이는 곳, 매점이 있고  또  파라솔이 펼쳐진 한적한  쉼터가 있는  고수부지에 간다.


이유는 두 가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발표 과제들과 이젠 홀로 남은 쿠키 때문이다.  내 기분 탓인지 요즘 쿠키도 부쩍 쳐진 것 같아서 더욱 신경을 쓰는 중이다.



쿠키는 크림이의 부재가 얼마나 궁금할까.

하루는 크림이가 앉던 담요, 방석 등을 냄새 맡으며 크림이를 찾는 것 같아 눈물이 났다.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린, 그간  얄밉기도 재밌기도 했던  미운  정 고운 정 쌓였을 크림이가, 말은 못 해도  보고 싶을 거다.

두 마리를 놓고 외출할  쿠키나 크림이나 혼자가 아니니 맘이 그다지 무겁지 않았다.  

 어울려 놀지는 않아도 가까이서  함께 자기도 하멀찍이 떨어져 있다가도 서로를 보며 위안이 되겠지 싶어서.


크림이가  없는 지금 집에선  노트북을 펴기가 힘들다. 허락도 없이 풀쩍 올라와 춤추듯 키보드를 밟고  심지어 키보드를  침대삼아  태연히 잠을  자던 냥이가 그리워 노트북을 폈다가 도로 접기를 여러 번이다.

내가 작업하던 것들이  날아간다 해도 크림이가

올라와 주기만 하면 너무나 행복했었는데.

마음껏 쓰다듬고 뽀뽀할 수 있는 기회가 황홀해

행여나 내려갈까 노심초사했는데.


그리운 내새끼


나처럼 슬퍼 보이는 쿠키를 데리고 노트북을 싸서  한강에 가면 먼저 쿠키와 20여분  산책을 하고  

쿠키 볼 일을 다 보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으로 간다.

 댓 개의 파라솔 달린 탁자가 있는 작은 정원 같은 이곳엔 사람도 거의 없다.

여기 앉아 한두 시간 과제를 한다.

(나머지는 학교 도서관 가서)


 살랑 부는 바람과 덥지 않은 따스한 볕,  집에서 준비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덕분에 집중이 잘된다.  

크림이 생각도 덜 난다.

쿠키는 내 옆에 앉아 지나가는 개를 보고 꼬리를 흔들기도 하고 짖기도 한다.

대부분의 시간은 착하게도 가만히 앉아있다.



내 발표 주제는 다행히도 평소 접하던 내용들이라

자료나 논문 찾기도 어렵지 않고 재미있는 책도 많다.(다 못 읽어서  문제)

사유리의 비혼출산으로 쟁점이 된 비배우자 간 보조생식술, 과학이 이념이나  정치와 결탁해 마침내

히틀러의 미친 광기로 끝난 우생학, 이번엔  맞춤아기 문제를 다룬 '마이시스터즈 키퍼'라는 영화에 숨은  생명 윤리와 법적문제를 살펴보는 것이다.

그런데 과제를 준비하고 발표하며 느낀 건데

생명공학의 발달은 가히 공포스러울 정도다.

이젠 선택에 따라 아이를 낳을  때 체내수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내 아이가 유전병에 걸릴까 걱정할  필요도 없으며(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있으니)

아픈 아이는 유전자가 일치하는 또 다른 아이를 만들어  치료도 가능하다.

 키가 작을까 머리가 나쁠까 안 예쁘면 어쩌지?

그런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 배아상태에서 유전자를 다듬어 내가 원하는 대로 선택해서 맞춤 아기를 낳을 수도 있다.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이 놀라운 일들을 접하며

결국 한 가지 생각에 귀결 된다.


ㅡ 그럼에도 불구하고 첨단 과학은 나와는 상관없다는 것!

 왜냐면  신장 망가진 어린 고양이를 제대로 살릴

방법은 없었으니까.

또한 크림이를 복제하는 일도 쉽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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