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갈 때면 어디서 튀어나오는지 야옹~하며 크림이가 등장한다. 닫힌 변기 뚜껑을 딛고 세면대로 오른다. 물 마실 거니까 물을 틀어 달란 얘기다. 아주 조금씩 졸졸 흐르도록 ,크림이가 딱 좋아하는 물줄기로 조절하는 일이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볼 일이 급할수록 물 조절하기가 힘들지만, 최선을 다해 본다. 물줄기가 맘에 드는지 손으로 쳐보고 손을 적셔 물맛도 보고 맘에 들면 물을 마신다. 그런데 물 마시는 모습에웃음이 터진다.
물줄기의 굵기가 자기맘에 드는지 손으로 쳐보는 크림이
도도한 이미지와는 달리 물먹는 방법은 조금...멍청하다.그래서 더욱 이쁘지만.
흐르는 물을 기다린걸까?느닷없이 세면대에 누워있는 크림이.
이 화장실, 저 화장실이 모두 크림이의 옹달샘이다.집사들은 물 틀어주느라 매우 바쁘다.
쿠키는 목이 마르면 화장실 근처에 앉아 그윽한 눈 맞춤으로 신호를 보내거나 아예 문턱에엎드려있다. 직수를 마시기는 어렵지만, 맑고신선한 물을 떠달라는 것이다.
엄마,엄마 새 물! 물 갈아줘!
누구든 집에 있는 날이면네다섯 번은 쿠키의물그릇을 새로 갈아줘야 한다. 마시기 전 냄새를 맡고 물비린내가 나는 것 같거나작은 날벌레 혹은 머리카락이라도 떠있으면 안마시기때문이다.
쿠키의 물그릇은 우리 딸이 쓰던 국그릇이다. 2000년생인딸이 돌이 됐을 때, 우리 엄마가 유명 도자기 회사에서 국그릇 밥그릇 수저세트를 선물하셨었다. 쿠키 물그릇은 다이소 표 예쁜 도자기 그릇이나 우리 가족이 쓰다만 버리기 직전의 국그릇으로 여러 번 바뀌다가, 몇 년 전 찬장에서 아직도 멀쩡한 딸아이의 그릇을 발견한 후 쭉 쓰고 있다. 마치 사연 있는 소중한 물건을 물려준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