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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Jun 26. 2023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나는 행동이 가볍고 생각이 얕지만, 행동이나 생각이 빠르다. 나는 끈기가 없지만 새로운 일을 저지르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무모하지만 두려움이 없는 편이고 용기가 있다. 동전의 양면이지만 이 모두가 나다. 그렇지만 나는 동전의 뒷면인 내 모습이 내 삶을 좀 더 가치 있게 만들어왔다는 것을 안다. 실은 그 외에는 방법이 없기에 가진 그것을 가지고 내 인생을 꾸려나가야 했다.


십여 년 전 한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한 날. 나는 이 업계에 전혀 없는 job포지션이 머릿속을 스쳐갔고 그것을 허황된 생각이라 흘려보내지 않고 그것을 실현해보고 싶었다. 다들 생뚱맞다고 여겼지만 퇴사와 함께 나는 바로 브랜딩하고, 제안서를 작성하고, 브랜딩한 이름이 적힌 봉투와 명함까지 만들었다. ‘아님 말고‘식의 마음이었다. 어차피 퇴사했는데 나라는 브랜드가 하는 제안이 매력있음 먹힐 것이고 아니면 그냥 마는 것이라고 가볍게 접근했다. 결론만 말하자면 내가 원한 딱 그 모양대로 일하게 되진 않았지만 나의 시도로 시작되어 기회가 열렸고 사람들을 만나게 됐으며 실제로 난 그 후 10년을 넘게 두 아이를 키우면서도 너무나 안정적이고 만족스러운 일을 할 수 있었다.


코시국이 끝나지 않은 2022년 3월. 나는 갑자기 결심했다. 내년이면 중학생이 되는 큰아이에게는 올해가 마지막 기회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미국 두 달 살기를 가자고. 결심도 갑자기 내렸지만 실행에 옮기는데 며칠 걸리지 않았다. 나는 혹 내 결심이 흐지부지 될까 사람들에게 말을 해버렸고 그들은 무모한 나를 걱정했다. 아는 사람 하나 없이 나 혼자 애 둘과 함께 미국 두 달 살기라니.. 서울 아닌 수도권에서만 가능한 운전 실력을 가진 사람으로 자동차 없이 생활이 불가능한 미국에서 어떻게 운전하고 다닐지.. 많은 우려 속에도 나는 떠났고 두 달간 무사히 즐겁게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왔다.


두 아이를 키우며 출퇴근시간이 너무 먼 곳으로 회사를 다니는 것이 너무 버거워 일을 그만두기로 했다. 그 후 운동도 하고 사람들도 만나고 재미나게 보냈지만 계속 일을 했던 내가 그냥 집에 있기는 약간의 무료함이 있었다. 그러던 중, 네이버 김포지역 카페 매니저 자리를 제안 받았고 그동안 해온 일과 무관하지 않기도 하고 카페의 분위기나 추구하는 바가 멋져 덜컥 수락해서 지금 재미나게 온라인 카페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고 만족감 또한 크다.


생각이 깊고 신중하며, 행동이 진중하고 끈기가 있는 것, 분명 좋은 가치들이지만 이렇기만 하고 움직이고 행동하지 않는다면 머릿속은 우주를 갔다 왔을지언정 현실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고민하고 고민하기를 끝없이 반복할 시간에 그냥 시도해버리고 마는 것이 길게 보면 배우는 게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당연히 인생을 바꿀 중대한 사안이나 기회비용이 매우 큰 것들을 이렇게 가볍게 행동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그리고 실은 위에서 결과가 좋은 것들만 얘기했을 뿐 나의 무모함과 가벼움으로 얼마나 많은 이불킥하는 에피소드들이 나의 인생에 틈틈이 박혀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은 생사를 오고가는 굵직하고 중요한 사안들보다는 아주 작고 작은 선택들로 이루어져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 선택들 앞에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만 있어 기회를 흘려버린다면, 올 수 있는 다른 기회들도 나를 찾지 못해 다른 누군가에게 가고 만다. 그리고 사람은 경험한 것만 알게 된다. 살면 살수록 더욱 그러하다. 내가 아무리 깊은 사유를 한다고 할지언정 직접 부딪혀보고 경험한 것처럼 ‘찐’으로 내 것이 될 수 없다.  


어느 날 아는 분께 전화가 왔다. 김포신문 ‘나를 흔든 한 문장’에 글을 써보지 않겠냐고.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하겠노라고 답했고 그 고민의 시간은 0.23초정도 였던 것 같다. 내가 방금 수락한게 뭔지나 알고 수락한 것인가 싶을 정도로 아무것도 모르면서 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경솔할 수가. 나는 글을 쓰는 사람도 아니고 이런 경험이 있지도 않다. 그렇지만 얼마나 재밌고 신나는 일인가 김포신문에 내 글이 실리다니. 생각 없이 하겠노라고 답한 대가로 지금 머리를 쥐어뜯으며 글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고 있지만 이 또한 나에겐 즐거운 행위이며 좋은 경험이다. 바로 수락한 나를 칭찬한다.  


아직 3월이다. 개학도 3월이니 아직 2023년 초기라고 우기고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너무 좋은 시기이다.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머무르게만 하지 말고 그냥 해보자. 저질러보자. 무언가를 배우는 것도, 운동도, 누군가의 만남도... 그 무엇도 좋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한번뿐인 우리 인생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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