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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Jun 26. 2023

생애 처음 보는 봄인 듯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불고 따뜻하지는 않으며 비도 왔다가 흐렸다가 더웠다가 그런데 꽃은 일찍 핀 봄이다. 지난한 겨울이 언제나 끝나나 싶어 봄을 그토록 기다렸는데 오긴 왔는데 내가 알던, 아니 내가 꿈꾸던 봄은 아니다. 이번 봄에만 아이들과 내가 소소하게 앓은 감기가 이미 몇 번이다. 이런 날씨에 강철 체력 아니고서는 버텨내는 게 용할 정도다.


계절이나 날씨를 말할 때 우리는 흔히 이번이 가장 더운 여름이라든지 이번이 가장 추운 겨울이라든지 아니면 감기를 말할 때도 이번 감기는 이전과 달리 너무 독하다고 하는데 난 그런 말을 들을 때 마다 아니 진짜 그런 건가 싶다. 매번 듣는 말 같아서 우리는 모두 현재를 살아가기에 지금 자신이 겪은 게 가장 와 닿아서 그렇게 표현하나보다 하고 만다. 그래서 이번 봄도 이번만 유난스럽지 않을텐데 왜 난 유난히 이번 봄을 그렇게 느끼나 궁금했다.


이번 봄이 나에게 그런 봄이다. 이런 봄은 처음이다 싶을 정도로 유난스럽고 감기 안 걸리고는 못 버티게 지랄 맞은 봄 날씨 같아서 내 생애 이런 봄은 처음인 듯 느껴진다. 그래도 봄은 이미 왔고 이러다 살짝 방심하면 곧 여름이다. 삶의 여유가 생겨 이 봄날의 하루하루가 내가 직접 경험하고 느껴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회사를 다니거나 아이들이 어릴 땐 하루하루 날씨가 어떤지를 내가 직접 그 속에 살아내지는 못해 올 여름이 어땠는지, 올 겨울이 어땠는지, 봄에 어떤 꽃들이 피고 지는지 나와는 무관한 편이었다. 난 그냥 사무실에서 그 시간들을 지냈으니. 그런데 내 시간이 많아지니 이 봄날 하루하루에 나의 하루를 담아내려니 이 날씨 때문에 사연이 다 생겨 내게는 이런 봄날이 처음처럼 느껴지는 것인가 미루어 짐작해본다.


그렇다면 다가올 올해의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내게는 이전의 날들보다 더 내 것으로 생동감 있게 누리면서 살아 내질 것이다. “이렇게 더우면서도 갑자기 추운 여름은 처음이야“, 이렇게 단풍이 예쁘게 물든 가을은 처음이야”, “이렇게 눈이 많이 오지만 덜 추운 겨울은 처음이야” 이런 말들을 하며, 허투루 부는 바람은 없는 것처럼, 허투루 내리쬐는 햇살은 없는 것처럼 하루하루를 온전히 느끼며 내 것으로 살아내기를 기대해본다. 아무리 유난스러워 이런 봄은 생애 처음인 듯 하지만 그래도 봄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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