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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Jun 26. 2023

엄마라는 존재의 행복 딜레마

육아란 나에게 언제나 너무 힘든 숙제이며 의무감이다. 그런데 그 육아라는 것이 얼마나 긴지, 그리고 둘을 5살 터울로 낳았으니 나에게 육아는 적어도 30살부터 50살까지의 숙명이니 이걸 즐기지 못하는 나의 하루하루는 실은 행복하다고 말하기 힘든 시간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설 연휴 처음으로 아이들을 친정에 두고 왔다. 신랑과 단 둘이 올라오는 차 안에서도 약간의 어색함을 느꼈다. 집에서도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는 상황이 굉장히 좋으면서도 뭔가 허전한 느낌. 내 삶에 육아가 90프로를 차지하던 삶을 살다가 그렇지 않으니 느끼는 어색함이라고 하기에는 아이들이 보고 싶었고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딜레마이자 모순인 상황. 아이들이 있을 땐 나 혼자 있고 싶고, 아이들이 없으면 보고 싶고 같이 있고 싶고. 뭐 어쩌자는 건지. 내 인생이 중반부가 전부 엄마의 핵심역할을 해야 하는 시기인데 이 시기를 즐기지 못하면 난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이 되는거 아닌가. 실은 지난 10년을 그렇게 살았다. 즉, 아이들과 부대끼는 육아의 삶을 즐기지 못하면 인생을 행복하게 산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니. 통탄스럽지 아니할 수 없다.  

엄마의 삶이란 내가 죽을 때까지겠지만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독립하는 시기를 생각해봤을 때 내 나이 50대 초반이면 될텐데 앞으로 10년 정도 남았다. 나에겐 갱년기가 남아있고 아이들에겐 사춘기가 남아있다. 지금까지의 10년은 몸으로 힘든 어린 아이의 육아를 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정신이 힘든 청소년을 키우는 육아이다.


앞으로의 10년은 지난 10년과 같지 않았으면 한다. 난 육아를 잘 못해. 너무 힘들어. 혼자 있으면 좋겠어가 아닌 같이도 행복하고 혼자도 행복한 그런 육아였으면 한다. 실은 그래야 한다. 지나봐서 알지만 10년이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 시간이고 앞으로의 10년도 그리할 것을 알기에. 그렇다면 나의 인생이 이런 눈 깜짝할 10년들이 모여 지금까지 40년이 지났는데 앞으로의 소중한 10년, 10년을 육아의 힘듦으로 푸념과 후회만 하기엔 너무 아깝지 않은가.


일상을 소중히 여기자. 아이들에게 밥을 해주고, 눈을 맞춰 아이들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들어주고, 아이들의 옷을 정리하고, 책을 읽어주는 시간 뿐 아니라 학원으로 실랑이하고 숙제해라, 씻어라, 왜 싸우냐 하는 실랑이와 조율의 시간들도 이 10년이 지나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임을 알고 감사히, 소중히 여기자. (부디 10년 뒤에도 하는 일이 없길 바라며) 그리고 조금 더 지혜로워져야겠다. 지난 10년은 투박하고 무식한 육아였다면 이제는 약간은 세련되고 능숙한 육아가 되길 바란다.


오늘도 여전히 삼시세끼를 해대며 학원 숙제와 스케줄 챙기느라 정신없고 소리 지르겠지만 마음은 웃고 있길. 저녁을 주며 반찬이 부실해도 세상 맛있게 먹는 아이들의 먹는 모습을 보며, 투덜대며 숙제하는 아이의 뒤통수를 보며, 방금 갈아입힌 옷에 물 쏟았다고 갈아입고 싶다고 하는 아이의 옷을 꺼내며 피식 웃길. 그런 10년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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