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호(號)는 경거망동이다. 내가 지었다. 경거망동이란 '가볍고 망령되게 행동한다.'이다. 여기서 망령이란 '언행이 보통 상태를 벗어나는 현상'으로 이보다 나의 행동을 잘 표현하는 단어란 찾기 힘들다. 겸손하거나 웃자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정말로 그러하다. 쉽게 말하자면 '일의 앞뒤를 생각하지 않고 경솔하게 행동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애칭으로는 '최대충', '태어난 김에 사는 여자' 등이 있다.
나의 삶에서 경거망동으로 인한 자질구레한 실수, 일화들이야 너무나 많고 현재도 진행 중이라 매일매일 쏟아져 나오지만 여기서는 굵직한 것들로만 풀어보려고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좋은 건 잘 깨지지도 않는 코렐 밥그릇이 내 손에서 갑자기 튕겨나가 통통 튀다가 떨어져 박살이 나도 '어머 깨졌네' 하면서 어이없어 피식 웃을 때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매번 이렇게 너그럽지는 못하다.
나의 행동양상의 예를 들어보겠다. 설거지를 하다가 옆을 보니 가스레인지가 더러워 갑자기 가스레인지를 닦다가 후드를 보니 후드가 더러워 과탄산소다를 가지러 다용도실에 갔다가 빨래가 쌓여있어 빨래를 돌리고 손빨래할 건 욕실로 가져가서 화장실에 놓여있는 눈썹 깎는 칼을 보고 안 깎은 지 오래네 싶어 눈썹을 깎고 나와 침대에 잠시 누워 릴스를 한판 보고 나와 설거지를 하는 식이다. ENFP의 청소법을 검색해 보면 이와 같은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으니 나를 너무 특이한 사람으로만 보지는 않았으면 한다. 이렇게 살아왔지만 학교도 잘 마쳤고 공부도 뭐 나쁘진 않았고 (태어나보니 엄마가 최대충이라)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아이들도 나름 잘 크고 있다.
이제야 이런 내가 조금 받아들여지고 그런가 보다 하지 실은 여기까지 오는데 굉장히 힘들었다. '나는 도대체 왜 이럴까', '뇌가 없는 걸까' 매일 자기 전 하루동안의 일을 되뇌면서 이불킥을 하는 게 일상이었다. 아직 그러지 않는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제는 '어쩔 건가 이게 나인데', '나의 장점도 있지 않나?라고 자책을 좀 덜하려고 한다. (이런 나의 장점은 아래 다른 글에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람) 그리고 나의 경거망동 일화들로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나를 이전보다는 많이 인정하고 나와 사이가 좀 더 좋아진 것 같아 안심이다. 자! 이제 시간의 흐름에 따라가 아닌 의식의 흐름대로 떠오르는 일들을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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