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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May 25. 2018

눈으로 보는 베트남 음식들 - 2

하노이, 후에 / Hanoi, Hue

아침에 눈을 뜨고, 어떤 음식부터 먹어야 할까 행복한 고민이 또 시작되었다. 

비슷한 음식들이 겹치지 않게 음식의 양과 식사 시간의 텀을 잘 계산해서 전략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필요한 때! :) 정말 하노이는 온전히 먹기 위하여 온 곳이므로!!

푸드 파이터가 되기로 다시금 결심해 보는 아침이다. ㅎㅎ


에어비앤비 숙소에 비치된 아주 꼼꼼한 로컬 맛집 리스트들 중에서, 약간 예상 가능하긴 하지만 하노이 고유 음식이라고 하는 깔끔한 닭쌀국수를 맛보고 싶었다.

아침에 깔끔한 육수로 속을 달래 주며 시작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으로 근처 식당으로 내달렸다.



긴가민가 하며 들어선 휑한 골목에 역시나 현지인들이 가득차 있는 허름한 식당 한 곳이 있었다.

외관은 우리가 딱 좋아할 정도로 현지 냄새가 폴폴 풍기는 곳! :)



보는 것만큼이나 개운하고 더없이 담백 깔끔한 그런 닭쌀국수였다.

뭔가 몸에 좋은 보신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느낌! :)


더 깔끔한 칼칼함을 위해서 양념통에 있던 고추를 첨가해서 먹어 보니, 이건 너무 시원한 맛!



베트남의 일상적인 아침 풍경.

모두 커피나 차를 한 잔씩 앞에 두고, 한참을 얘기를 나눈다.

이 골목에서도 유독 현지인들이 많이 자리잡은 곳이 있기에, 우리는 '이 곳이구나!' 하는 직감으로 노상 커피 집에 자리를 잡았다.

아침 먹은 후엔 무조건 모닝 커피 타임!! :)


수많은 까페 쓰어 다를 먹어 봤지만, 역시 현지인들이 먹는 대로 먹어야 제일 맛난 듯하다.

맛있고 적당히 쌉싸름한 커피는 기본이어야 하고, 최적의 연유의 비율은 역시 현지인들이 제일 잘 알지 않을까!

커피 한 모금 들이키는 순간 바로 왜 이 곳이 인기인지 알 수 있었다.

한국에 돌아 와서도 너무나 생각나는 베트남 커피!

달달하게 힘내기!! :)



커피를 10분에 한 모금 꼴로 마시는 듯하던 현지인들보다 더 아껴 가며 커피를 마시고 천천히 아침 시간의 여유를 부리다가, 이틀 전 우리의 양평 트립에 왔던 하노이 토박이 Linh을 이틀 만에 다시 하노이에서 보기로 했다! :)



알고 보니 Linh은 가장 번화한 곳 호안끼엠 호수의 한 복판에서 버블티 까페를 운영하면서 다른 본업도 하는 완전 멋진 커리어 우먼이었다! 저 메밀티는 어찌나 시원하던지 여름에 최고일 듯한 그녀만의 시그니처 메뉴! :)


우리가 베트남 음식을 얼마나 열망했는지 아는 그녀는 무엇을 먹었냐고 물었다.

'그 골목에 있는 소고기 야들야들한 퍼를 먹었어!' 그러니, 바로 아니란다!ㅎㅎ

진짜 현지인들은 바로 옆에 있는 아주 작은 소고기 쌀국수 집을 간단다!!

이런 소중한 정보가! 역시 현지 친구는 최고의 정보 소스다!! ㅎㅎ


당장 다음 날 아침 같은 골목 바로 옆 집으로ㅎㅎ

너무 다른 스타일이라 일단 비교 불가! 맛있긴 정말 맛있다ㅎ

그 날 그 날 기분 따라 배 상태 따라 매번 택할 수 있다면ㅋ



낯선 식당에 들어 가고 언어 조차 통하지 않는 곳이라면, 일단 들어 가면서부터 스캐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게 적당히 하지만 매의 눈으로 캐치해내는 센스!ㅎㅎ

우린 당연히 육수가 있는 퍼를 예상하고 갔지만, 80프로의 사람들이 볶음 쌀국수를 먹고 있었다.

약간 혼돈에 빠진 우리! 저건 뭘까 과연??

둘 다 시켜서 먹어 보자! 우리가 언제 여기를 금방 다시 오겠니! :)


진하디 진한 육수! 

어쩌면 육수를 이렇게까지 진하고 걸쭉하게 뽑을 수 있는지.

베트남 음식의 매력은 어디까지인 것인가? :)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켜 먹던 이것!

다들 찌는 듯한 실내에서 땀을 뻘뻘 흘려 가며, 그걸 감내하고서라도 이 요리를 먹고 있었다.

볶음 국수로 불고기와 유사한 느낌인데 불맛을 매우 강하게 내뿜고 있어서 매우 매력적이었다.

테이블에 함께 내어 준 수많은 야채들과 함께 비벼 먹는 것임은 맞은 편 직장인이 먹는 모습을 보고서 알 수 있었다. :)

이렇게 베트남 음식의 경험치가 또 넓어지는 구나 싶었다. 

독특하고 매우 매력적인 음식!



Linh을 만난 후, 호안끼엠 호수 동북쪽에 있는 시장을 어슬렁 어슬렁 돌아 다녀 본다.

진짜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시장을 둘러 보는 건 여행의 가장 큰 재미다! :) 사람 냄새 폴폴 나는 이 곳. 

저 많은 음식과 반찬들을 포장해 와서 집에서 가득 다 맛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안타까움을 멈출 수 없었던 사랑스러운 곳!



시장을 조금 벗어나, Linh이 적극 추천한 저녁 메뉴를 맛보러 한참을 헤매다 드디어 찾았다!!

노상 음식점에서 그녀가 사진으로 보여 줬던 음식을 저장해서 이들에게 보여 줬고 이내 음식이 만들어져 왔다.



너무 예상 가능한 맛의 비쥬얼에, 이걸 추천해 준 게 맞는 건가 싶었다.

그런데 한 입 먹었을 때, 우리의 입에서 바로 '우와' 하는 감탄사가 흘러 나왔다!!

어쩜 이리 맛난지!!

저 야채는 딱 우리 나라의 갓인 듯했다.

약간 시큰한 듯 적당히 감칠맛 있게 간이 된 저 요리는 너무나 심플한 듯하면서도 멈출 수 없는 마성을 지닌 음식이었달까.ㅎㅎ

베트남 여행 중 많은 음식들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고 기억에 남는 두 가지 음식 중 하나로 손꼽는 음식!!

먹어본 적 없는 독특한 미감이면서 무엇보다 그냥 가장 맛있는 요리.ㅎㅎ


이건 함께 시켜 본 볶음 누들.



아쉽고 또 아쉬운 하노이의 마지막 점심은 다시 먹어도 또 먹어도 질리지 않을 분짜!

외부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들어간 이 곳은 성요셉 성당 바로 옆에 위치한 분짜 식당.

심지어 첫 날 먹었던 분짜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더 맛있다.

흠... 어쩌라고.ㅎㅎ 이제 이걸 마지막 식사로 하노이를 떠나야 하는데.ㅎㅎ


베트남 여행을 하면서 계속 느꼈지만,

베트남 음식을 가장 매력적이게 하는 것은 단연 소스인 듯했다.

적당히 달고 시큼하고 상큼한, 많은 맛을 한 번에 지니며 모든 음식을 아우르는 그 소스는 정말 저 동쪽에서 온 여행자를 무장해제시켜 버리는 그런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끝까지 궁금치 않던 에그커피도 하노이 토박이의 강력 추천으로 마셔 보니, 한 번밖에 못 마신 게 억울할 뻔했다. 달걀 거품은 그 어떤 크림보다 부드러웠고, 베트남 커피와의 쓰디쓴 맛과 달콤 묵직한 조화가 더없이 완벽했다!

한국에서 매일 맛볼 수 없나 하는 생각이 들만큼!


매우 세련되고 깊이 있는 맛이라는 생각에, 마지막까지 베트남 음식을 알 것 같다가도 다시금 두리뭉실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렇게 매력적인 곳이라니. 

언제 다시 시간을 조금 더 들여서 떠나는 버스 안에서 내려다볼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현지 노상 식당들의 음식을 제대로 섭렵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여전히 가득하다.


내가 딱 좋아하는 느낌의 간식! :)

그 통통한 쌀바게트를 납작하게 만들어서 허니와 버터에 구워낸 Flat Baguette.

저 버터리하고 달콤한 향은 그저 계속 킁킁거리고 싶게 만드는 것! :)

딱 완벽했던 오후 디저트! 

가격도 200원 정도였던가?ㅎ 

가히 물가의 천국이라고 불릴 만한 곳!


하노이 공항에서 노숙을 하고, 새벽에 이제는 진짜 목적이 있어 방문한 중부 지방의 다낭행 비행기에 오르고 거기서 3시간 여 기차를 타고 후에로 향한다.



우리 나라의 경주와 같은 도시라고 이해하면 가장 쉬울 후에!

베트남의 아름다운 고도이자, 베트남의 전라도라 불리는 후에!

최고의 미식 도시, 아니 미식 시골이다.ㅎㅎ




이 곳의 유명한 새우 친구들� . 

반베오, 반록, 반남. 그 중 반베오는 최고! 

베트남 음식의 소스는 모든 걸 맛있게 만들어 주는 마법의 소스인 듯!

후에 음식은 예상과는 다르게 매우 담백하면서 고급스러운 맛이었다.

내 스타일의 음식이었다.

여기까지는 관광객 코스ㅎ


베트남에서 모닝 커피를 절대 거를 수 없다. :)

가장 사랑하는 시간!


후에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은 분보후에!

이름도 '후에'가 들어간 이 지역의 고유 음식.

2년 전 근처 호이안을 여행할 때에도 분보후에 노상 식당에 현지인들이 가득한 것을 보고서, 소위 목욕탕 의자에 앉아서 동네 아저씨들 사이에 껴서 먹어 본 적이 있던 분보후에!


가장 유명한 분보후에 집이라기에 찾아 왔더니, 역시 현지인들 가득이다.

저렴한 가격을 깜빡할 정도로, 고기를 숭덩숭덩 넣어서 함께 주셔서 친절한 미소로 건네 주신다.

그나저나 고기는 너무 실해서 이빨이 튕겨 나올 것 같은 정도! :)

적당히 칼칼하고 적당히 담백한, 고기 육수의 맛이 우러난 그런 맛이다.

좀 더 담백한 선지국같은 음식에 쌀국수를 담궈 먹는 맛이랄까?

진짜인 곳에서 먹어 보니, 분보후에 원래의 맛을 알 것 같다.ㅎ


저녁은 이 곳에서! 

완전 현지인 지역에, 채식 요리를 전문으로 정말 맛깔스럽게 하는 곳이 있다 해서 갔더니, 사찰에서 운영하는 곳인 듯했다.

그런데 나만 외국인일 뿐, 100여 명이 넘는 현지인들이 외식을 하고 있기에 어찌나 놀랐던지.

친절한 주인 아저씨는 빈 자리가 거의 없는데도, 굳이 나 혼자만을 위한 자리를 너무나 친절하게도 만들어 주신다. :))

메뉴판은 거의 책이고, 모든 메뉴는 거의 상상하기 힘든 것들.

진짜 현지 요리일 이 음식들을 다 맛보고 싶은 마음 한가득이었다.

나는 가장 심플하게 채식 백반같은 것을 시켰다. 

정말 건강한 맛!! :)) 

여행 중 이렇게 속이 편할 수가!! 좋은 의미다.ㅎㅎ

치즈같이 약간 발효된 음식은 솔직히 내 입맛은 아니었지만, 더없이 독특한 현지 요리였다.

기억에 남을 경험!


다음 날 아침 7시 후에의 풍경. 

모든 골목에는 있는 줄 몰랐던 아침 노상 식당들이 쭉 늘어서 있다.

 


이 집을 진작 알았더라면, 나는 후에에서 삼시 세끼를 모두 이 곳에서 먹었을 것이다!!!

내겐 최고의 맛집!!


후에는 강을 끼고 있어서 재첩이 유명하다.

재첩 비빕밥과 함께 나오는 재첩국.

딱 우리 나라의 재첩국이다. 오랜만에 어찌나 시원하던지.ㅎㅎ


이 정갈한 느낌의 아침상이란.ㅎㅎ

맛 또한 너무나 깔끔하고 세련되며 정갈하고 또 매콤하게 맛깔스럽다.

매일 매일 먹어도 또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맛!

내가 이번 베트남 여행에서 꼽는 최고의 미식! :)



사실 세 그릇은 먹었어야 했던.ㅎㅎ

버스 시간이 촉박해 그럴 수 없었으나,

후에에 간다면 꼭 다시 이 집에 가서 모든 요리를 맛보리라!

계속해서 현지인들이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들어 오는 것이 충분히 이해되던 곳!


비록 작은 식당이지만, 나는 이 곳에서 비로소 후에 요리가 왜 높게 평가받는지 백프로 공감할 수 있었다.

여전히 심심한 듯 아름다운 고도이지만 음식만으로도 다시금 오고 싶을 곳, 후에를 떠날 즈음에 나는 그 매력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



@gracejieun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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