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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May 25. 2018

눈으로 보는 베트남 음식들 - 3

호이안 / Hoi An

문화와 역사, 예술을 사랑하는 내게 음식은 가장 흥미로운 집약체 중 하나이다.

음식은 그 안에 한 나라의 문화와 역사, 지리, 기후, 그 곳 사람들의 성향과 취향, 그들의 고급문화부터 소소한 생활상까지,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문화가 교차하며 변화하고 있는 한 나라의 단면을 가장 재미나고 박진감 넘치게 보여 주는 매개체니까.


흠.. 그리고 그냥 너무 맛있으니까!ㅎㅎ

음식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맛있는 음식을 경험하고 즐기는 그 시간은 그 자체로 너무나 행복한 일 아닐까!

이건 베트남 여행 중, 나만의 미식 체험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이다. :)



후에에서 호이안으로 오던 길에서 만난 풍경들.

호이안스러운 풍경과 특유의 노란색 색감에 마음이 설레어 온다.

빛바랜 노란색에 오랜만에 마음이 놓아지고 따스함이 번지는 게 느껴진다. 

다시 오게 될 지 몰랐는데, 2년 만이다.

일단 너무 배고프다. 

아무 음식이라도 먹고 배를 채워야 될 상황. :)

그래도 베트남인데 아무 꺼나는 안 되고, 예전에 휴가 기간으로 문을 닫아서 너무 아쉬웠던 쌀국수 집을 맛보기로 결정했다.

이 음식이 나왔을 때가 단연 베트남 여행 중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 중 하나!! :)

극도의 배고픔 중에 이런 최고의 음식을 대접받았으니.ㅎㅎ

퍼의 클래식이랄까. 

더함도 덜함도 없는 딱 좋은 그런 맛!!

짜조는 언제나 최고! 

집집마다 다른 스타일은 늘 짜조를 맛볼 수밖에 없는 정당한 이유!! :)

지금 보아도 짜조를 한 입 베어 물었을 때의 바사삭 소리와 그 식감, 퍼의 얼큰한 국물이 그대로 떠오른다. :)


먹었으면 또 여유로운 커피 타임! 

여행의 모든 건 밸런스다! :)

 가장 좋아하는 망중한의 시간.

하노이에서 서양식 커피를 가장 잘 내린다는 곳에서 오랜만에 라떼와 책을 함께 하는 시간.


이제 궁극의 반미집을 찾아서!! :)


호이안의 이 반미집은 항상 줄이 길게 서 있는 가장 유명한 집이다.

2년 전, 이 곳에서 생애 첫 반미를 먹은 후 슬프게도 나의 반미 스탠다드는 너무나 높아져서 그 어떤 반미에도 후한 평가를 내리지 못했다는 슬픈 이야기가.ㅎㅎ

오랜만에 오니, 여전히 줄은 더 길어져 있고 마치 공장처럼 반미를 제작해 내는 이 시스템이 다시금 놀라웠다.

나는 비프가 메인인 메뉴를 주문!


아아아아, 이거지!!ㅎㅎㅎ

이 집 특제 소스를 당할 제간이 없다.

정말 푸집한 한 끼 식사가 아닐 수 없는 그런 맛!


이제, 내가 또 그리워 마지 않았던 2년 전 그 노상 식당으로!

호이안 강변에 있는 식당에 오랜만에 갔는데도 주인부부가 알아 본다.

세상에나!! 두 팔 벌려 안아 주시는데 어찌나 놀라면서도 마음 따뜻해 졌던지.ㅎㅎ


우리 나라 불백같은 불향 살짝 나는 돼지고기에 깨와 달콤 짭조롬한 맛이 어우러진 음식이다.

단짠의 조화를 무엇으로 이기리.ㅎㅎ 

거기다 입안 가득 고소함이 번지는데!

너무나 그리워 했던 이 집의 이 음식은 여전했고 너무도 맛깔스러웠다.

2인분을 시켜 버린 건 그만 흥분해서 깜빡해버린 나의 실수! :)


짜조는 집집마다 다르다! 그러므로 다 맛봐야 한다!! ㅎㅎ

바사삭, 바사삭!  

어찌나 그 식감이 좋던지.ㅎㅎ 시간이 지나도 유지되는 그 바삭함이 그저 신기할 뿐.

사진을 보니, 다시금 침이 꼴깍 넘어 간다.ㅎㅎ



저녁을 먹고서 마주한 호이안 밤 풍경.

이 곳이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한 순간은 등으로 불밝힌 저녁이 내렸을 때가 아니라 바로 비가 내리던 때!

비로소 이 곳이 낭만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인파를 벗어나니 이 곳만의 운치가 조금씩 느껴진다.


연잎차. 

관광지 한가운데 유독 사람들이 줄 서 있던 가게.

인스타용인 듯하여, 나는 절대 안 가리라 하며 늘 지나 다녔는데 입맛을 정리해 줄 음료로 이것만한 게 없겠다는 생각에 나도 그 줄에 동참했다.ㅎㅎ

깔끔하고 은은한 맛은 단연 일품!! 

왜 혼자 고고한 척한 것인가.ㅎㅎ


다음 날 아침, 자전거를 타고 일찍 숙소를 나섰다.

가다가 자전거를 돌렸다. 대로변 노상식당에 사람들이 한가득 앉아서 이런 메뉴를 먹고 있었기에!!

누가 봐도 서양의 영향이 단연 느껴지는 메뉴였다.

역시 베트남은 프랑스의 영향이 음식에도 짙게 남아 있었다.

식민지배는 여전히 피해국에는 가슴 아픈 역사이지만, 문화가 교차하고 융합되며 때로는 전혀 새로운 결과물을  탄생시키는 그 문화와 역사의 교류 과정에 크나큰 관심을 지닌 나로서는 이 아침 식사가 어찌나 흥미롭게 다가왔는지 모른다.


영어가 전혀 안 통한다.

모를 때에는 무조건 손가락!

'저 사람이 먹는 거 주세요! :)'


내 주변 사람들, 지나가던 바이크의 사람들도 모두 나를 쳐다본다.ㅎㅎ

또 나 혼자 외국인이다!! 

그런데 이런 거 이제 난 너무 익숙하다는 것!

씽긋 웃으며 다른 손님에게 자리를 살짝 권하고, 웃으며 같이 먹는다.


아, 진짜 맛있다!!

저 바사삭 부서지는 겉면과 촉촉한 속의 쌀바게트를 조금씩 떼어서 손에 들고 푹 적셔서 먹거나 재료들을 얹어서 원하는 대로 먹는다.

오랜만에 서양식을 먹는 느낌이라, 배가 행복해 하는 눈치다.ㅎㅎ

계란과 토마토, 고수가 어우러졌는데 말해 더 무엇하리!!

아, 기분 좋다!! :)

그나저나 저 쌀바게뜨는 정말 한국에 들여 와야 한다!!ㅎㅎㅎ

'Chiken'이라고 붙어 있는 표지를 보고 바로 반가워서 들어간 가정식 집에 역시 태국의 하이난 라이스같은 이 메뉴가 있어서 어찌나 반가웠던지.ㅎㅎ

저 국은 그저 딱 아주 오랜 시간동안 끓인 진하디 진한 닭육수의 맛이다.

삼계탕이 절로 떠오르는 그런 맛.

매력적이고 자극적인 음식과 이렇게 담백하고 깔끔한 음식을 넘나 들며 다채로움을 보여 주는 베트남 음식은 아직도 내겐 너무나 풍요롭게 다가올 뿐이다.

요가 수업도 하면서 채식 식당도 운영하는 곳.

이 곳 식당이 호이안 트립 어드바이저의 최상위권이기에 궁금해서 찾아갔다.


인테리어랄 것도 없는 공간이었지만, 음식만큼은 그저 최고를 외칠 수밖에 없었던 곳!

핫 팟의 뚝배기에 정성과 시간을 들여 조리해 낸 가지의 부드러움과 저 간장 베이스의 짭조롬한 맛은 밥 한 공기는 그냥 뚝딱할 정도로 호불호가 없을 그런 최고의 맛이었다.

그리고 주문한 가지 페이스트와 쌀바게뜨!

가지 페이스트가 어찌나 맛있던지 파신다면 포장해서 한국에 가지고 오고 싶을 정도였다!!

특히 저 바게뜨와는 환상의 궁합! :)


호이안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

침묵으로 말하는 곳.

2년만에 다시 왔는데 여전하다.

‘Enjoy the Silence’


이 공간에서 예쁘지 않은 걸 뭘까.

밖으로 머물렀던 시선이 다시금 차분해 지게끔 하는 오아시스같은 곳이다.

하나하나가 모두 아름답고 시선이 오랫동안 머물게 한다.


호이안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내가 아끼는 곳에서 기꺼이 보낼 수 있었으니 더없이 감사한 여행이 아닐까 싶다.


다시 곧 돌아올 날이 있겠지.

내게 이번 베트남 여행은 단연 매력적인 음식의 향연이었다. 

그리고 그만 그 매력에 발을 꽤 깊게 담궈 버린 느낌이다. :)




@gracejieun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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