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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Jun 27. 2018

지리산 맛집 지도를 그리다

하동 / 구례

풍요로운 땅에는 맛있는 음식이 넘쳐 나기 마련!

지리산 하동 지역을 수차례 드나 들면서 나만의 스타일의 지리산 맛집 지도를 완성해가는 느낌이 들었다.


지리산은 여러 면에서 엄마의 품처럼 배를 불려 주고 여유로운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었다.



 구례 ( 동아식당 )

사실 지리산을, 하동을 목적지로 선택하면서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은 의외로 이 허름하고 오래된 노포의 식당이었다.

지리산에 관한 책을 뒤적이다 우연히 발견한, 시간의 흔적이 오롯이 겹겹이 내려 앉아 있는 이 식당의 간판을 보고서 음식의 맛을 차치하고서라도 가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느꼈다.

책에 소개된 것처럼, 이 곳의 정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이 곳 주민들이 힘겨운 하루를 마치고 거나하고 기분좋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그 소소하고 사람 냄새 나는 그 분위기 속에 함께 들어가 느껴 보고 싶었다. 지금은 흔치 않은 주인 할머니의 후한 인심을 온전히 느끼고, 예전 그 책 속의 시간으로 거슬러 가보고 싶었다.


가오리찜

이 곳의 시그니처 메뉴랄까? :)

보통 삭힌 생선으로 최고의 막걸리 안주로 손꼽히는 홍어는 값이 있으니 서민들을 위한 저렴하지만 맛 좋은 음식이 필요했을 테고, 이 곳의 반 삭힌 가오리찜은 여기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든든하고 마음 놓일 수 있는 그런 안주가 되어 왔다.


이 요리의 포인트는 단연 소스다!

간장에 삭힌 맵싹한 땡초!

슴슴하고 담백한 찐부추와 삭힌 가오리가 이 간장에 적셔 지면서 딱 적당한 맛을 낸다.

적당히 입맛 돌 정도의 삭힌 냄새가 식욕을 돋우고, 쫄깃한 듯 흐물한 가오리의 질감이 꽤 독특하게 다가온다.


가오리찜을 처음 맛본 날

사실 이 사진에 우리의 아쉬움이 묻어 있다.

가오리찜을 포장해서 하동 차밭을 바로 눈앞에 꼭 먹어 보고 싶었더랬다. 그런데 저 소스는 가오리 전체에 뿌려서 먹어야 했으며, 가오리는 바로 쪄서 나왔을 때 맛보는 건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남았다.

늘 그렇게 노래를 부르다가, 정말 두 달 만에 우리는 진짜 식당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그렇게 새롭게 맛보았다.

이전에도 그 독특한 맛과 향, 식감이 최고였지만, 제대로 맛보니 훨씬 더 맛있다. 원래의 맛을 확실히 알 것 같다!

꽃분홍 패키지와는 달리 구례 산수유 막걸리는 탄산이 많고 아주 깔끔한 맛깔스러운 막걸리였다. :)


돼지족탕

크아! 돼지족탕!! :)

약간 날이 서늘해지고 식당에서 오래 시간을 보내면서 두런두런 얘기하고 배가 두둑해졌으면 싶을 때, 이 메뉴가 자동으로 떠오른다.

저 뽀얗고 깊은 국물에 땡초를 가득 넣어 얼마나 칼칼한지! 딱 첫 술을 떠서 맛보면 바로 ‘크아!’ 하는 감탄사가 나오는 그런 맛이다. :)

예상과 달리 냄새가 나지 않고 딱 적당히 깔끔하고 깊은 맛이다. 처음에는 얼큰하고 칼칼한 국물과 함께 하다가 족발 부분을 꺼내서 고기 부분도 함께 하면서 국물을 약간 졸이면서 끓인다. 그러다가 라면 사리를 하나 넣어서 호로록 먹으면 얼마나 꿀맛인지! 이쯤되면 그리워질 탄수화물까지 딱 좋은 타이밍에 보충하게 되는 그런 소박하면서도 마음 든든한 음식이다.


제육볶음

이 메뉴도 그저 맛있다!! :)

실한 돼지고기가 숭덩숭덩 들어가 있는 데다가 할머니의 특제 소스와 함께하면 배가 남산만큼 든든하게 불러지는 그런 음식이다.


지리산을 찾을 때면, 하동을 찾을 때면 늘 이 곳을 적어도 한 번은 찾는다. 음식도 음식이거니와 그 분위기, 손님을 두고 장사 속이 전혀 없이 늘 그저 배부르고 기분 좋게 먹이시려는 할머니를 다시금 보고 싶어서였다.

늘 부족하면 라면 사리 더 꺼내어 먹으라 하시고, 테이블에 공기밥을 말씀 없이 하나 더 툭 올려 놓아 주신다.


그렇게 늘 제 값을 다 받으시는 적이 없다.

요즘은 되려, 그게 마음이 괜히 불편하다.

그런 걸 바라고 가는 게 아닌데.

늘 받기만 하고 드기는 게 없는 것 같은 기분이라 영 죄송하고 감사하다.


"방문하고 보니, 이 곳은 백종원씨가 추천한 곳이었다. 사실 백슨상님을 참 좋아하긴 하지만, 이 분이 미디어에서 추천한 곳은 오히려 믿고 거르는 편이다. :) 특히 음식은 더없이 주관적인 영역이기에 이렇게 글에서 언급하는 것이 매우 조심스럽기는 하다. 식당을 기억할 때에는 단지 맛만이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선호하는 분위기, 당시의 적절한 타이밍, 추억 등 다양한 요소가 어우러진 총체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그저 무언가 잘 맞아 떨어져서 마음 한자락 남겼던 곳이라고 이해해 주시기를 바라면서 글을 쓴다."


남해 ( 신부산횟집 )

지리산을 방문할 때 놓치기 쉬운 부분이 있는데, 사실 넓디 넓은 지리산 자락은 바다와도 꽤 가깝게 자리해 있다. 특히 하동에서 남해는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 장미 언니는 얘기 도중에 갑자기 자신이 먹어본 물회 중 최고였다며 두 엄지손가락을 내릴 줄을 몰랐다. 언니도 이 곳의 미식가이자 식도락가이신 사장님을 따라 갔다 알게 된 데라며, 이 곳 물회를 꼭 먹어 보란다. 그렇게 우리는 추진력 최고인 장미 언니의 반강제적 떠밀림과 매우 자발적인 식도락에 대한 열망으로 대화 도중에 곧장 남해로 떠났다. :)


양념을 슥삭슥삭하면 이렇게 맛깔스러운 물회가 준비된다!
지금 봐도 침이 바로 꼴깍 넘어 가는 장면이다!! :)

아!! 바야흐로 다시금 물회의 계절이다!

적당히 시큼새콤하고 갓 잡은 횟감의 탱글탱글한 식감과 신선한 맛이 그대로 살아 있는 이 곳 물회는 우리에게도 역시나 지금까지 최고의 물회였다. 심지어 창원 출신으로 외식은 늘 횟집에서 하고 회를 일주일에 한 두번은 먹으며 자랐던 반 바다사람인 나는 물에 빠진 회는 진정한 회가 아니라는 지론으로, 사람들이 그렇게 찬양해 마지 않는 제주도의 전복 물회나 여타 물회에도 크게 감동을 받지 못했던 터였다.

이런 나에게 진정한 개안의 놀라움과 혀끝의 미뢰의 감각이 새롭게 돋아 나는 신세계의 경험을 안겨 준 곳이 바로 이 곳의 물회였다.


그렇게 배부르게, 그보다도 너무나 기분 좋고 행복하게 점심 식사를 마무리하고 나오니 소박한 시골 항구 마을 앞에 자리하고 있는, 한낮의 햇살에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는 남해 바다가 눈앞에 들어 온다. 지리산에 폭 안기러 왔다가 남해 바다를 보게 될 줄 상상이나 했겠나. 이것이 여행이 묘미이자, 현지 정보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의 즐거움!


섬진강 국수

지금도 눈에 선한, 하동 차밭으로 해가 내려가는 풍경.

섬진강으로 갈 때마다 다양한 차밭의 풍경을 마주했다. 아름답고도 아름다운 지리산의 따스한 일몰 풍경을 마주하며 섬진강으로 간 적도 있었더랬다.

신선 놀음이 따로 없을 것 같은 섬진강변의 재첩국수집!  착잡한 대나무 자리 위에 앉아 솔솔 불어 오는 바람을 마주하고 있다면 부러울 것이 없을 만큼 여유로운 곳이다. 이 곳을 발견했을 때, '우와 우와!'를 얼마나 연발했던지!

첫 방문 때에는 장미 언니의 추천에 따라 100프로 검정콩을 직접 갈아서 만들어 주신 콩국수 한 사발을 주문했다.


검정콩국수

콩물이 어찌나 진하고 고소하던지, 지금까지 먹었던 콩국수는 저리 가라 할 정도의 깊고 진한 맛이었다.

특히 검정콩을 좋아하는 나는 특유의 고소함을 즐기며 감탄하며, 아껴가며 먹었다.

먹기만 해도 절로 건강해지는 느낌이 그득한 그런 엄마 손맛이 베어 있는 그런 음식같았다.


저 놓임새도 어찌나 정갈하던지.

너무나 선해 보이시던 주인 아주머니는 이렇게 모든 반찬에서 효소의 맛이 느껴지는 건강하고 정갈한 음식을 정성스레 내어 주셨다.


재첩국수 / 재첩비빔국수

하동의 명물 재첩!

진정 하동다운 음식이라면 아무래도 콩국수보다는 이 재첩 국수일 게다.

저 시원하고 얼큰하고 속이 한번에 다 풀려 버릴 것 같은 깊은 맛은 먹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맛.

국물을 마실 때마다 연신 '크아'를 내뱉는다. :)


저 비빔국수는 또 어떻고!

더없이 깔끔하지만, 감칠맛으로 인해 젓가락을 놓을 틈 없이 연신 먹게 되는 그런 매콤한 맛이다.

경상도 입맛으로 서울의 매운 양념 맛에 늘 30프로의 아쉬움을 느끼던 나는 한 젓가락 뜨자마자 딱 경상도식 양념을 맛보고서 그렇게 마음이 스르르 편해질 수가 없다.

고향이다! 고향에 돌아 왔구나! 딱 그런 마음! :)

보기만 해도 시원한 국물 맛! 다시 가면 두 번, 세 번 먹어 나의 피로한 간에 기분 좋은 선물을 안겨 줄 것이다. :)
요렇게 귀여운 아이가 꼬리를 계속 흔들며 반겨주는 곳. :)

그렇게 국수 한 그릇 딱 하고, 착잡한 대자리에 누워 벚나무 잎이 살짤 살짝 바람이 하늘거리는 파아란 하늘을 한없이 바라 보거나 눈감고 등에서 전해져 오는 시원함을 느끼는 것만으로 지리산에 온 이유가 충분하다는 그런 생각을 하는 시간이다.

별세계에 둥그러니 있는 느낌!

바쁜 세상 속에 나만 비밀스레 여유를 누리는 느낌!

좋고 또 좋아서, 오래오래 머물고만 싶은 그런 아끼는 곳이다.  

어느 날은 국수를 먹고 났더니, 이렇게 섬진강을 진하게 물들이면서 아름답게 넘어가는 해를 끝까지 하염없이 바라 보기도 했었다.

없던 감성도 생길 것 같은 그런 풍경!

무언가 마음에 툭 건드려지는 게 있어 애틋한 듯 애잔한 듯 한없이 바라 보았던 시간이었다.

지리산의 아름다움을 아직 제대로 보지도 않았을텐데, 이 곳은 얼마나 더 아름다운 풍경들을 곳곳에 숨겨 두고 있을까?


형제봉주막

이 곳 역시 꽤 알려진 곳이다.

친구가 몇 년 전 지리산 학교에 대해 다룬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그 때 지리산 예술가들이 모여 있던 곳으로 등장했다며 가봐야 한다고 했다. 시간이 내려 앉은 듯한 특유의 감성 넘치는 분위기가 실제로 보면 어떨지 참 궁금했다.


처음 들어 서니, 무뚝뚝한 듯 사람 좋아 보이시는 사장님이 계신다. 배가 좀 불렀던 터여서 김치전을 주문했다. 지금까지 늘 노래를 부르고 있는 형제봉주막의 바로 그 김치전!!! 역시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고, 안주도 드셔 본 분이 잘 만드신다? :) 이건 정말 술과 음식을 제대로 즐기시는 분이 만들어 주실 수 있는 딱 좋은 매콤 칼칼함이 있는 얇고 바삭한 김치전이었다.

매운 걸 좋아한다 했더니, 땡초를 송송송송 썰어서 함께 부치셨는데 이 맵기가 말도 못하게 정확하다!

나는 전은 자고로 얇은 게 더 맛있다는 주의다.

어느새 이 김치전은 나의 모든 김치전의 기준이 되어 버렸다.


늘 갈 때면 사장님은 이런 저런 얘기를 함께 맞춰 주시며 막걸리를 함께 해주신다. 어떤 날은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신다는 가수 조동진씨가 돌아가신 직후여서 추모의 분위기로 묵직한 분위기로 기타를 퉁겨 주셨고, 또 다른 날은 약간의 취기로 기분 좋게 애창곡들 퍼레이드를 들려 주신다.

'한겨울에 꼭 와보고 싶어요!' 

라는 말에,

'겨울이 제일 좋지. 꼭 와봐.'

라고 하셨는데 올해 겨울에는 꼭 챙겨서 가보고 싶다.


구례 (백련추어탕)

추어탕이 맛없기도 어렵겠지. 아니, 맛을 떠나서 몸을 위해서라도 꼭 먹어야 하겠지. :)

구례 초입에 있는 추어탕집!

역시, 빠꼼이 장미 언니를 통해서 알게 된 미식가 사장님의 추천 맛집이다.

진하고 진하다.

추어탕에 대해서 뭐 더 할 말이 있을까?

정말 맛있다! 끝! :)


하동 돼지고기

하동 지역에 처음 방문했을 때 하동 시장 정육점에서 이 곳 삼겹살을 끊어 왔었다. 숙소 테라스에서 후라이팬에 구워서 한 입 먹었는데 세상에!! 그냥 삼겹살이어도 고마울 텐데, 쫀득쫀득 정말 맛있다! 풍광과 기분 덕분만은 아니었다.

구례는 원래 한우의 고장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 곳은 도대체 뭔가 싶었다. :)

다음 방문 때에는 아예 하동의 정육식당으로 향했다. 하동 현지분들이 가득한 곳으로 골라 들어 갔다. 연습을 끝낸 듯한 초등학교 축구부 아이들이 한가득 맛있게 먹고 있었고 외식하는 식구들도 그득했던 곳이었다.

결론은, 하동은 돼지고기가 정말 사랑스러운 곳이다!! 유난히 쫀득거리고 탱글탱글한 맛에 추가 주문은 기본이었다. :)

이건 얼마 전 악양에서! :) 목살 바베큐를 구워 주고 있는 주인 가족. :) 고맙습니다!!ㅎ

고전 막걸리

가진 건 이 정보 하나였다! :)

여행을 할 때면 늘 그 지역의 막걸리를 맛보는 즐거움을 꼭 누린다. 빼놓을 수 없는 여행의 큰 즐거움!

농주였던 막걸리인 만큼 맛이 그렇게 질곡하고 편안할 수가 없다. 특히 쌀과 물이 좋은 곳은 막걸리의 맛이 뛰어날 수밖에! :)


지리산을 가기 전, 고전 막걸리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됐다. 고전?? 우리 고모가 시집가시고 대여섯살 적 나도 방문했었던 그 고전?? 그 조그만 시골 마을 고전이 맛좋은 막걸리를 갖고 있다고? 세상이 갑자기 좁게 느껴진다. :)


긴가민가 하며 양조장에 도착하니 문이 잠겨 있다. 허탈할 뻔하다가 유일하게 갖고 있었던 정보였던 핸드폰 번호로 전화를 거니 다행스럽게도 사장님이 받으신다. 근처라고 15분만 기다려 달라고 하시더니, 정말 트랙터를 몰고 나타나신다!

너무 점잖으시고 차분하고 선하신 분이었다.

딱 아빠 고향에 가면 만날 수 있는 큰아버지같은 인상과 말투를 지니셨다. (아빠의 고향은 지리산이 아닌 다른 쪽 하동이다. :))

처음엔 그냥 소량으로 만드셨는데, 주변에서 맛이 좋다며 막걸리를 부탁하시면서 조금씩 더 만들게 되셨다고 한다. 농사도 함께 지으시면서 혼자서 막걸리를 만드신다 했다. 말씀을 들어 보니, 손이 정말 많이 가는 바쁜 작업일 듯했다. 무엇보다 위생에 정말 신경을 많이 쓰신다고 하셨다.

맛을 엄청 궁금해 하니 파란 바가지에 가득 담아 주신다. 급하게 뭘 찾으시더니,

“안주할 만한 게 이것밖에 없네.”

미안해 하시며 마른 멸치를 주신다!

“마시고 싶은 만큼 다 마시고 가”

하신다. 따스함이 너무 감사하다!


그 기대하던 고전 막걸리의 첫 모금을 마셨을 때 어찌나 행복했던지! :) 정말 깔끔한 맛이다!!!!

인위적인 맛 없이 딱 깔끔한 맛! 그러다가 모른 채 무한정 편하게 마시게 될 그런 맛이었다.

딱 사장님의 성품이 그대로 담겨 있는 맛이었달까?

고전 막걸리를 사서 서울로 오는 길은 지리산을 떠나는 아쉬움을 잠시나마 늦추어 주는 그런 기분 좋은 느낌이었다.

나중에 악양 숙소 아드님한테 들으니, 막걸리로 유명한 악양에서도 고전 막걸리만 받아서 드시는 어르신들이 계시단다.

역시 싶었다. 그 얘기가 충분히 공감되었다.


남원 ( 태화관 )

아!! 내가 참 사랑하는 곳이다.

2년 전, 지리산이 궁금해서 혼자 서울에서 차를 내달렸던 지역이 남원 산내면 지역과 함양 마천 쪽이었다.

섬진강 상류 지역 역시 내겐 너무 낯선 곳이어서 궁금했기에, 가는 길에 상류의 작은 마을들을 한참 다니다 보니 이미 해는 지려 하고 주위에 먹을 곳은 하나도 없지 않은가! 그저 작디 작은 집 몇 채 있는 시골 마을들일 뿐이었다.

검색을 해보니 가장 가까운 도시가 한 시간 너머의 남원이다. 무언가 오지에 와 있는 느낌이었다. :) 검색 결과를 신뢰하지는 않지만, 왠지 모르게 끌리는 한 곳이 있어서 무조건 네비를 찍고 달렸다.

그 곳이 바로 남원의 중국집, 태화관!

저녁 8시 즈음 도착해서 짬뽕을 주문하니 면이 다 떨어졌단다. 대신 짬뽕밥은 어떻겠냐고 한다. 나는 그렇게 이 곳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짬뽕밥을 맛보게 되었다.


나는 해물만 들어간 짬뽕을 그다지 선호하지는 않는다. 더없이 깔끔하고 얼큰하겠지만, 무언가 깊이가 없는 맛이랄까.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특히 제주의 유명한 해물 짬뽕집들에서 다른 사람들이 감탄하듯이 맛있게 먹은 기억이 없다. (제주를 그렇게 모르지는 않는다. 몇 년 전, 1년 가까이 살다 시피 했었기에. :))

그 해산물의 천국 제주에서도 나는 돼지고기와 해물이 적절히 어우러진 짬뽕집을 격하게 아꼈었다.

이름마저 친근하고, 웍으로 요리하시는 아줌마의 든든한 뒷모습만으로 신뢰도 100프로를 안겨 주는 소낭짬뽕!

아! 그립고 그립고 또 그리운 곳이다.


육지에서 그 그립던 소낭짬뽕에 버금가는 감탄스러움을 안겨주었던 곳이 내겐 이 곳 태화관이었다.

그리고 이후에 가장 아끼게 된 짬뽕집은 두물머리 짬뽕! 오랜만에 갔더니 갑자기 사장님이 그만 두시고 자리를 빼셨다!!! 그 허탈함과 충격이 너무 커서, 거의 실연당한 사람 마냥 그 앞 문구점 아저씨를 붙잡고 어디로 가셨는지 아냐고 물어봤더랬다.

정말 지금도 찾고 있고, 찾고 싶다!

두물머리 짬뽕 주방장님은 어디로 가셨을까??

말씀이라도 좀 해주고 가시지ㅠ.ㅠ


태화관 짬뽕밥을 먹었을 때의 감탄스러움은 내가 음식을 먹고 정말 맛있다고 행복해 했던 몇 순간들 중 손에 꼽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얼큰 칼칼한 국물에 참기름 조금으로 고소함이 살짝 베어나는 국물이 밥과 함께 먹기에 딱 적당했다. 그리고 풀어지지 않고 후라이로 조리된 계란까지!!

포근한 주인 가족분들을 덕분에 낯선 도시에서 큰 위안을 얻기도 했다. 내겐 최고의 맛과 왠지 모를 정스러움이 절묘하게 얽혀서 묘한 위안을 안겨 주었던 그런 음식이었다.


지금도 종종 이 곳에서 한 끼를 맛보고 싶어 지리산을 가거나 올 때 굳이 길을 둘러 남원으로 향한다.


그밖에

하동에서 먹은 황태찜!

토종닭백숙 / 묵은지 닭볶음탕

쌍계사 올라 가는 길, 계곡 옆 한 식당에서 묵은지와 함께 만드는 닭볶음탕이 그렇게 맛있단다. 실한 토종닭으로 만드는 곳이라 기본 서너명은 모여야 갈 수 있을 것 같아 아직 가보지는 못했다. 언젠가 꼭 맛보고 싶은 곳이다.



내가 맛본 음식들은 이 곳의 수많은 훌륭한 음식들 중 정말 사소한 몇 가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혹은 이 곳 분들은 최고로 치지 않는 평범하디 평범한 곳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게는 지리산이 얼마나 풍요로운 곳인지, 사람 냄새 나는 곳인지를 알려준 곳들이기에 참 소중하다. 당시의 나의 설레는 기분, 여행지에 대한 기대감, 주인분들의 온기, 기분 좋은 공기의 느낌 등이 어우러져 특별하게 기억할 수 있게 된 것이 감사한 곳들이다!


앞으로 더 수많이 드나들게 될 지리산 행의 기분 좋은 워밍업으로는 꽤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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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ejieun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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