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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Dec 12. 2018

인도 티루바난다뿌람에서의 하루

음식과 예술을 찾아서 떠난 짧은 여행

남인도의 'soul'을 찾아서

바르깔라에서의 모든 날들이 좋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 중에서 충족되지 않는 것이 있었다.

바로 진정한 로컬 음식과 문화 예술!


바르깔라는 인도에서는 드물게 깔끔하고 여유로운 해변 휴양지이지만 그만큼 마을의 취향도 서양 여행자들의 구미에 맞게 맞춰져 있는 편이다. 절벽 위에 늘어선 여행자를 위한 식당들은 예쁘고 감각적이며 이용하기에 편한 만큼 음식은 ‘continental’이라고 표현하면 딱 어울릴 만큼 가장 보편적이고 실패하지 않을 메뉴의 음식들로 구성되어 있다. 다시 말해, 남인도만의 ‘soul’이 담겨 있지가 않았다. 나는 그렇게 관광지 식당에서 멋들어지게 앉아 있기 보다는 그저 골목을 걷다가 현지 사람들이 시끌벅적하게 드나들고 먹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는, 그런 사람 냄새 나는 진짜 식당에 가서 이 곳만의 음식을 그들의 방식으로 먹고 싶어졌다. 이 곳 인도 음식을 먹을 때조차 두 손에 들고 있는 나이프와 포크를 이제 그만 내려 놓고서!


께랄라의 주도 티루바난다뿌람

그렇게 딱 하루의 짧은 여행을 다녀 오기로 했다. 티루바난다뿌람 (Thiruvananthapuram)으로!

인도에서 가장 풍요롭고 선진화된 지역인 께랄라 주의 주도. 비록 향신료의 도시이자 고대 무역항의 아름다운 예술 도시 코친(Cochin / 코치 Kochi)이 가장 이름난 도시겠지만 사실상 께랄라 주의 심장 같은 곳 티루바난다뿌람 -이전 식민지 영어 표현으로는 트리밴드럼 (Trivandrum)-. 바르깔라에서 남쪽으로 딱 한 시간만 기차를 타고 내려 가면 닿는 곳이다. 차를 빌려 바르깔라에서 이어지는 해변을 옆에 두고 남쪽으로 줄곧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그득했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쉽고 보편적인 방법인 기차를 이용하기로 한다.


이전에 인도 최북단의 라다크를 여행한 다음 남쪽으로 곳곳을 따라 내려 오면서 결국 인도의 최남단 깐야꾸마리 (인도 지도에서 뾰족한 삼각형 지점에 위치한 곳)를 찍고 올라가는 길에 티루바난다뿌람을 스치듯이 들른 적이 있었다. 그 당시의 밝은 느낌이 지금도 뇌리에 박혀 있을 만큼 그 곳은 유난히 따뜻하고 싱그러웠다. 과연 남쪽에 위치한 햇살의 도시다웠다. 봄바람같은 햇살로 도시에 상큼함과 생기가 기분 좋게 부유하고 있는 느낌이었달까. 그런 기억을 지니고 있는 곳이기에, 이번에야말로 티루바난다뿌람을 조금 더 깊게 느껴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루 동안의 짧은 여행!

무려 아침 5시 반에 눈을 떴다. 여행 중이 아니라면 절대 내게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그렇게 바르깔라 해변에서 8 km정도 떨어진 바르깔라 쉬바기리 (Varkala Shivagiri) 기차역으로 오토릭샤를 타고 내달렸다. 역시 인도 특유의 깨어나는 아침 공기는 더없이 매력적이다.

기차에서의 한 시간은 지극히 짧은 순간이었다. 어느새 중앙 기차역(Central Station)에 내리니, 오랜만에 인도 대도시다운 느낌이 물씬하게 오감으로 와닿았다. 차며, 버스며, 사람이며 모든 것이 교차로 앞에서 정신없이 뒤섞여서 자신들만이 알 수 있을 질서로 움직이고 있었다. 유유자적한 해변 휴양지에 머물던 나는 오랜만의 혼란에 순간 인도를 처음 왔을 때처럼 일시적인 멍함과 아득함을 느낀다. 이럴 때에는 나를 둘러싼 눈앞의 상황을 최대한 빨리 파악하고 내 자신의 몸과 정신의 리듬을 이 분위기에 재빨리 적응시키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가장 전통적인 인도 까페, Indian Coffee House

 < Indian Coffee House Maveli Cafe >

Add : Maveli Café, Near K.S.R.T.C. Stand, Overbridge, Thampanoor, Thiruvananthapuram, Kerala 695014


우선 그리웠던 인디안 커피 하우스로 향했다.

남인도의 프랜차이즈 까페라고 하기에는 이 곳의 격상을 너무 깎아 내리는 느낌이다. 남인도 곳곳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간이 식당 겸 까페로, 남인도식 간단한 식사 겸 스낵을 다양한 음료와 함께 판매하고 있는 유서 깊은 곳이다. 무엇보다 이 곳이 가장 유명한 이유는 전통적인 유니폼을 입고 서빙을 하는 웨이터 아저씨들 때문! :) 그 각잡힌 전통적인 모습이 무질서의 인도 안에서 꽤 이질적인 낭만과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하지만 이 나라 사람들은 필요한 경우 더없이 제대로 각을 잡고 자신들의 전통을 고수할 수 있는 멋진 사람들이니까.

드디어 로컬 음식을 현지 사람들과 함께 맛볼 수 있게 된 나는 그저 설레기 시작한다. 오랜만에 진짜 여행하는 느낌이랄까, 탐험하는 느낌이랄까. :)

수많은 선택지들 중에서 이들리(Idli) 세트와 그동안 그리웠던 마살라 짜이(Masala Chai)를 주문했다. 


남인도의 아침 식사, 이들리

남인도의 쌀을 밤새 발효 숙성시켜 작고 동그란 모양의 호빵처럼 쪄내는 형태인 이들리(Idli)는 남인도의 아침 주식이며, 끼니 중간 중간 스낵처럼 간단히 먹기 위해 남인도 사람들이 즐겨 찾는 음식이다.

그 자체로도 발효된 맛과 향이 나서 좋지만, 주로 코코넛으로 만든 처트니(Chutney) 토마토를 기본으로 하는 묽은 스튜와 같은 삼발(Sambar)과 함께 곁들여 먹는다. 이들을 이들리 위에 뿌려서 푹 적셔서 손으로 조금씩 뜯어 먹거나, 이들리를 각각의 사이드에 찍어 먹으면 새콤 고소한 맛으로 아침의 입맛을 돋우기에 최적이다.


내가 받은 접시에는 갈색의 도넛 모양의 튀김이 하나 따라 나왔다. 바로 와다 (Vada)! 와다는 보통 간단한 스낵류의 튀긴 음식, 짜이와 함께 곁들일 수 있는 튀긴 한 입 음식쯤으로 해석할 수 있을 듯하다. 인도의 길거리 음식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튀긴 계란, 각종 렌틸콩의 튀김 등이 대표적이다. 남인도에서는 ‘도넛 모양의 튀긴 렌틸 스낵’으로 통용된다.


와다를 한 입 베어 무니, 안에는 아주 고운 입자의 브라운 렌틸콩의 맛이 살짝 느껴진다. 겉은 바삭하며 약간 거친 입자의 느낌이 나서, 와다의 튀겨진 겉면과 나름 촉촉한 속의 질감의 대조가 매우 맛깔스럽게 느껴진다. 신기한 것은 분명 튀긴 음식인데도 아침 식사로 먹기에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오히려 더 고소해서 손이 계속 간다는 사실! 이들리와 달리 와다 하나만 먹을 수 있을 만큼 이미 간이 잘 베어들고 재료가 채워진 음식이라 손이 가는 걸 멈출 수가 없다. :)

그렇게 그리웠던 짜이는 짜이의 기원인 북인도의 그것만큼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마살라 짜이에 대한 나의 갈증을 채우고도 남을 만큼 충분히 달달하고 아주 깊은 향신료의 맛이 났다. 무엇보다 하얗고 낮은 커피 잔에 짜이를 푹 담아서 넘친 그 모습 그대로 가지고 온 자연스러움에 나는 새삼스럽게 반가웠다. 이런 인도스러움이. :)


최고의 짜이집을 찾아서

< Chinthya Tea Stall >

Add :Sankar Rd, Althara Nagar, Sasthamangalam, Thiruvananthapuram, Kerala 695010


이 다음엔 티루바난다뿌람에서 가장 맛있는 짜이로 유명하다는 길거리 짜이집으로 향한다! 오토릭샤를 타고 아침 8시에 15분 가량 북쪽으로 쭉쭉 올라 가니 내가 찾는 곳에 가까워 오는 것이 느껴진다. 처음 제대로 탐험하는 도시를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휘젓고 다니고 있는 것이 스스로도 어리둥절하지만 익숙한 기억들이 겹쳐지며 괜히 신이 나기 시작한다.

미리 본 몇몇 사진들과는 달리, 정말 인도 특유의 허름하고 복잡한 길거리 짜이집이었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이 곳이 마음에 들었다. 마음 한 켠에서는 혹시 번듯하고 깔끔한 짜이집이면 왠지 아쉬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왔기에. 이 곳에는 나이 많은 아저씨들, 릭샤 기사들 등이 한데 모여서 한 손에는 바닥이 좁은 유리잔에 담긴 짜이를, 한 손에는 와다 하나씩을 들고 드시고 있다. 아침 식사 중이신 거다. :)


이런 현지스러운 곳에 그것도 아주 이른 시간에 왠 외국 여자 한 명이 다가서니 다들 적잖이 놀란 표정이다. 하지만 그 이질감도 잠시! 나는 이내 한 손을 저높이 들어 뜨거운 짜이를 다른 잔으로 따르며 식히고 있는 주인 아저씨의 따뜻한 눈빛에 마음이 바로 풀려 버렸다. 잘 찾아 왔구나 이런 느낌! 다른 아저씨 손님들도 나를 앞쪽으로 이끌어서 메뉴 하나하나를 소개해주며 뭘 먹고 싶은지 물어봐 주신다.


“와다!” 

라고 외치니,

다들 크게 호응해주며 바로 엄지척을 한다.

이 집 와다가 정말 맛있다며! :)

양파를 주재료로 한 어니언 와다는 정말 간단한 음식인 듯하지만 딱 알맞은 간에 겉은 완전 고소 바삭한 맛에 속은 꽉 들어찬 양파의 매콤달짝상큼한 맛으로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다른 한 손의 달짝지근한 짜이와 먹으니 그저 딱이다!! 길가에 서서 와다 한 입, 짜이 한 모금하니 세상 행복해진다.


앞선 인디아 하우스에서 이들리 하나만 남길 껄 하는 후회가 막심해진다. 이 맛난 곳에서 에그 와다도 먹고 다른 것도 너무 먹어보고 싶은데 말이다! 이렇게 식탐의 먹부림을 부리면 제 발등을 찍는 일이 있다는 걸 또 몸소 느낀다. 아침을 두 번을 먹었으니 배는 강아지 배마냥 가득 불러서 다양한 와다를 그저 바라만 볼 뿐.


열대 지역의 동화같은 박물관, Napier Museum

동화적인 외관은 아무 것도 아닐 정도로 내부에는 엄청나게 고귀한 유물들을 가득 지니고 있었다. 내부에서 보는 건축은 또 어찌나 아름답던지, 몰래 찍고 싶은 것을 얼마나 참고 참았는지 모른다. 문화적인 갈증을 단 한 번에 채워 주었던 고마운 곳!

로컬 현지인 20루피, 외국인 200루피의 입장료.

담당 아저씨가 날 보더니 계속 근엄한 목소리로,


“너 인도인같아 보이는데??

너 정말 인도인같이 생겼어!!

인도 어디에 살아?”


그렇게 내게 서너번 얘기하시며 서로 쿵짝을 맞추다, 사람들이 안 볼 때 눈을 찡긋하시며 로컬 가격으로 끊어 주셨다.

이런 사랑스러운 께랄라 사람들! :)

티루바난다뿌람은 인도에서 코끼리 상아(ivory)로 가장 이름난 곳이며,  오랫동안 상아 무역의 찬란한 중심지였다. 보고도 믿기지 않을 만큼의 정교한 상아 조각들.  
특이하고 아름다운 나피에르 박물관의 내부. 각종 문화의 건축양식이 어우러진 모습. 오랜 무역 도시의 흔적. (사진은 공식홈페이지에서)


문화적인 향기가 그득한 도시

내가 가장 사랑하는 밝고 여리여리한 인도의 연두빛 잎사귀들이 맞아 주어 예상치 못하게 더 행복했다. 이 곳의 햇살만큼이나 아름다운 이 곳은 그 안에 비교도 안 될만큼 더 아름답고 쾌활하며 빛나는 사람들을 품고 있었다.

길에 끝없이 그려져 있던 생기 넘치는 벽화들
동글동글, 께랄라 사람들의 성품같은 귀여운 말라얄람어 / 아름다운 관공서 건물

도시를 계속 걷다 보니 이런 오래된 책향기 물씬하는 골목이 선물처럼 나타난다. 이 곳의 역사를 간직한 서양풍의 건물에 이런 멋진 문화적인 향기가 가득한 곳이라니!

대학교가 근처에 있는 골목이라 가까이 가보니 영어로 쓰인 복잡해 보이는 전공책들이 한가득이다. 꽤 많은 영어 소설책들도 함께 그득 쌓여 있다. 굳이 머리 더 써가며 영어 책을 보고 싶지는 않기에 한번 쭉 둘러 보는 것으로 낭만을 담았다.


진짜 남인도 밀즈를 제대로 맛보다

- 가장 맛깔스럽고 아름다운 채식!


< Mothers Veg Plaza >

Add : Bakery Junction, Near Russian Culture, Palayam, Vanross, Palayam, Thiruvananthapuram, Kerala 695034

밀즈는 우리 나라의 백반 혹은 정식에 해당하는 한 끼의 풍성한 남인도식 식사를 뜻한다. 남인도가 아닌 다른 인도 전역에서는 보통 ‘탈리’라고 불리는데, 남인도에서는 ‘밀즈 (Meals)’라고 불리며 모두 배가 부를 때까지 무한리필을 제공하는 푸짐한 인심의 백반같은 식사다. 특히 남인도에서는 이 곳에서 많이 나는 큰 바나나 잎을 접시 대신 사용하여 그 위에 각종 음식들을 조금씩 얹어 먹는 것이 특징이다.


오후 12시 즈음이 되면 남인도 곳곳 대부분의 로컬 식당 입구에 ‘MEALS READY’라는 간판이 거짓말처럼 똑같이 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럼 이 간판을 따라 앨리스가 토끼굴에 따라 들어가는 것 마냥 입장하면 끝! 나머지는 그들이 다 알아서 해줄 테니까! :)

남인도의 밀즈를 구성하는 각종 사이드 요리 (우리 식의 반찬)는 이 곳에서 많이 재배되는 재료를 바탕으로 하기 마련인데, 식용 바나나, 파인애플, 비트의 뿌리 등이 다양하게 활용된다. 특히 예쁜 진분홍색의 착즙된 것 같은 사이드 요리(서브지)는 모두 비트의 뿌리를 활용해서 만든 것인데, 특유의 새콤하고 깔끔한 맛으로 모든 남인도 음식을 상큼하게 어우러지게 하는 역할을 한다.

 2, 300명은 족히 앉아 있을 거대한 식당의 실내에 들어 서니 갑자기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멍해진다. 싹싹하고 유쾌한 종업원들이 나를 편한 자리로 안내해 준다. 앉아 있자니, 바로 싱싱한 바나나잎을 한 켠에 가득 들고 있는 아저씨가 내 앞에 바나나잎을 깔아 준다. 그 이후로 나는 앉아 있기만 할 뿐, 모든 것이 그들의 질서대로 착착 진행된다. 더없이 유쾌하고 밝은 이 곳 아가씨가 사이드 반찬(서브지)들이 담긴 스뎅을 가져 와서 하나하나 바나나 잎위에 올려 준다.

엄청난 현지 맛집이었지만 주인 아저씨와 담당하는 아가씨가 친절하게 하나하나 설명해 주며 먹는 법을 자세히 알려준다. 덕분에 고맙게도 음식을 하나하나 제대로 즐기며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설명대로 손으로 쓱싹쓱싹해서 처음 맛보았을 때, 너어어어무 맛있어서 눈이 둥그래졌다. 세상에 내가 몰랐던 이런 맛이 있구나 싶어서. 더없이 건강한 자연 재료의 채식요리답게, 기분 좋게 담백하면서 새콤 달콤한 다양한 맛의 서브지들이 입 안을 축제처럼 만들어 준다. 고유의 재료의 있는 그대로의 질감들까지 느껴지며 더없이 몸이 건강해지고 가벼워지는 느낌적인 느낌이 이내 들기 시작한다. 
젊은 친구는 왔다갔다 하며 계속 나를 챙겼고, 이미 첫 음식들에 배가 불러진 내게 3라운드가 더 남았다며 안 된다고 힘내라고 한다. 반드시 모두 맛보아야 한다며. :) 생각이란 걸 하지 말란다! 그저 눈앞의 음식과 손에만 집중하라며! :)

두 번째 라운드는 앞과 다른 음식들로 다시 바나나 잎이 채워졌다. 처음에 비해 달큰한 음식들이 주를 이룬다.
맞은편 현지인 할아버지는 장난스러움과 애처로운 공감 그 어디쯤의 위로를 계속해서 내게 건네며 마주 앉아 즐겁게 오래오래 이 정찬을 즐겨 간다.

그렇게 4번의 라운드를 모두의 응원을 받아 가며 드디어 다 맛보았다!
하고 싶은 얘기가 참 많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내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맛’을 이 곳에서 처음으로 맛보았다. 그것도 아주 다양하게!

매끼 이런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나의 입맛도 고급스럽게 충족시킬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이 음식들을 보약 삼아 몸이 더없이 건강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 지금도 다시 쓱싹쓱싹 먹고 싶어 입맛을 다시게 되는 최고의 점심이었다!! :)


***

“남인도 채식 정찬, 사디야 밀즈와 남인도의 전반적인 음식에 대한 글은 이후 조금 더 자세하게 쓸 예정입니다. :))”


도시의 눈닿는 곳곳에 푸르른 나무와 아름다운 꽃들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어 너무 싱그러웠던 날.


해안 도시의 피쉬 커리 (Fish Curry) 를 맛보러!

< Mubarak Meen Kada >

Add : Ruby Nagar Rd, Chalai, Chalai, Thiruvananthapuram, Kerala 695036


점심에는 채식 요리와 남인도 음식의 가장 기본이자 대표격인 채식 정찬 밀즈를 맛보았으니, 저녁에는 평범한 로컬 식당에서 께랄라 주 남부의 이름난 음식인 피쉬 커리를 제대로 맛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가는 기차편의 시간을 가늠해 보다가, 마침 식당이 역에서 멀지 않은 곳임을 알고는 비가 한 차례 뿌리고 간 흙길을 따라 나섰다.

알고 보니 이 곳은 무슬림들의 상업지역이었다. 가는 길에 길 양편으로 쭉 마늘과 각종 채소들의 물류 저장창고들이 늘어서 있었고 조금 지나니 각종 물품들이 거래되는 시장 구역이 보였다. 막상 이 곳을 가보니, 조금 전 내가 들렀던 오래된 힌두 사원 지역의 그저 뒤편이었다. 중심지인 힌두 사원을 두고 그 앞은 당연히 힌두들이, 그 다른 편은 이 곳의 무슬림들이 사이 좋게 자신들의 생활 근거지를 지켜서 공존하고 있는 것이었다. 인도의 어느 지역을 가든지 쉽게 보이는 모습인데, 특히 남인도에서는 이 두 종교에 카톨릭이 추가된다. 한 지역에 힌두교, 이슬람교, 카톨릭이 조화롭고 평온하게 오래도록 공존하고 있는 모습은 퍽 인상적이다.


마침 비가 내렸던 터여서 평소 조금 더 긴장하게 되는 면이 있는 무슬림 지역의 시장 골목 골목을 물어 물어 한참을 찾아간 끝에 길 밖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는 유명한 피쉬커리 맛집을 발견했다. 간판도 제대로 눈에 띄지 않는 2층에 위치한 곳이었다. 그래도 찾으면서 시장 분들께 이 곳 이름을 얘기하니 다들 끄덕끄덕하며 알려 주신 곳이다. 허름한 계단을 따라 올라 가니 사실 더욱 당황스러운 모습이 펼쳐져 있다.

아직 식사 시간대가 아닌지라, 거의 텅 빈 식당에 어린 청년들이 여러 명 카운터에 있는데 다들 영어 한 마디도 거의 제대로 통하지 않을 지경이다. 인테리어? 그런 것 따위는 전혀 있지도 않다. 더없이 베이직한 테이블과 의자만이 쭉 놓여있을 뿐! 처음에는 내가 찾는 그 유명한 곳이 맞나 싶을 만큼 그 어떤 꾸밈의 한 조각조차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하지만, 정말 이 곳이 내가 찾는 곳이 맞다면 나는 로컬 중의 로컬 집을 제대로 찾아온 것이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나는 음식을 주문하는 그 순간까지도 내가 잘못 찾아온 것이라고 굳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밀즈를 시키고, 내가 ‘피쉬’라고 얘기하니 이들이 손짓을 한다. 이 집은 생선 튀김으로도 매우 유명한 집이기에. 한 쪽에 조리된 음식이 솥에 들어 있었다. 서너 개의 작은 솥이 죽 줄지어 있는 곳으로 나는 갔다. 그 중 한 가지는 ‘tuna (참치)’라고 했고, 또 다른 한 가지는 다른 생선 종류인 듯했다. 크게 기대가 없었던 나는 완전 실패하지는 않을, 그나마 익숙한 재료인 참치를 가리켰다.

이내 그들은 나의 바나나 잎 위쪽에 두 세 덩이의 참치 조각을 함께 조리된 아주 칼칼하고 매콤해 보이는 빨간색 큼직한 건고추들과 담아 주었다. 맛보기 전에는 전혀 맛을 추측할 수 없는 외관이었다. 무언가 건조한, 매우 드라이한 요리였다.

이내 영어 한 마디조차 잘 통하지 않던 어린 청년이 스뎅에 담긴 각각의 음식들을 들고 왔다. 세 개의 통으로 이루어진 데서 하나씩 떠서 나의 바나나 잎 위에 조금씩 얹어 주었다. 이 약간 말라 비틀어진 듯한, 빛 바랜 듯한 바나나 잎 조차 점심 때의 그 싱싱하고 푸릇하던 바나나 잎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왠지 이 곳에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조금 웃음이 나기도 했다. 재미있는 경험! 무언가 극과 극의 경험을 하고 있는 재미있는 하루였다.


그렇게 청년이 밥까지 떠주고 나서 나의 식사는 비로소 시작되었다. 각종 사이드 요리들을 조금씩 얹고 피쉬 커리와 밥을 쓱싹쓱싹해서 먹어 보니 ‘어? 맛있다!’ 라는 생각이 이내 들었다. 그러다가 저 쪽에 보이는 심지어 말라 비틀어져 보이고 거무튀튀한 생선도 한 번 맛은 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손으로 딱딱한 참치의 한 조각을 뜯어 내니 쉽게 딱 한 입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양이 손에 들어 왔다. 아무 기대 없이 무심결에 입에 넣은 그 참치 한 조각은 입에 닿는 순간, 나는 ‘이 집이 맞구나!! 나 잘 찾아온 거 맞구나!!!’ 라는 생각으로 반가움이 차올랐다. 그 매콤 칼칼하며 약간은 짭조롬한 맛깔스러운 양념이라니! 거기다 겉은 건조하게 바삭한데 속은 나름 부드러운 그 느낌이란! 

‘이 마법의 양념의 비율을 조리해낸 능력자는 누구란 말인가’ 그런 생각이 다 들었으니 말이다! 이건 우리 나라의 어떤 사람들이 오더라도 반가움에 허겁지겁 입으로 가져갈 딱 그런 맛이었다. 어쩌면 맥주 한 잔, 소주 한 잔과도 딱 어울릴 만한 그런 맛이랄까.

한참 밀즈를 혼자서 감탄하며 먹고 있을 때쯤, 그 청년이 갑자기 무언가를 나의 바나나 잎 위에 얹기 시작함다. 무엇인지 자세히 보니, 아주 작은 생선으로 만들어진 반찬 같은 것이었다. 약간 검은색에 가까운 색으로 인해 보는 순간 입맛이 쉽게 돋워 지는 그런 외관은 결코 아니었다.

그래도 고마운 마음에 밥 한 줌, 반찬 한 줌 손으로 먹어 보니 딱 우리 나라의 멸치였다. 멸치를 매콤 칼칼하게 만든 음식이었다. 아, 이것도 어찌나 맛있던지! 무엇보다 그 청년의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시키지도 않았던 음식을 맛보라고 슬쩍 담아 와서 주던 그 미소와 마음이. 서로 말은 통하지 않지만 그런 행동 하나와 눈빛 하나로 우리의 마음은 통하는 순간이 어쩌면 더 기쁘고 즐거운 기억으로 자리하는 것 같다.

제대로 시켜 먹으면 이런 식사가! 피쉬커리, 생선튀김, 새우튀김(Prawn Fry)가 유명한 집인데, 너무 아쉽게도 새우는 다 떨어져 맛보지를 못했다. (사진은 Google에서)

피쉬커리 맛집답게 피쉬커리도 칼칼하게 맛있었다. 다만 참치 조림이 너무 특별할 만큼 인상적이었기에! :)

그렇게 배부르게 먹고 나오던 시장 골목의 느낌은 여전히 비가 추적추적하고 검은 옷이 주를 이루고 있는 어두운 빛의 느낌이었지만, 나의 마음은 그것마저 기분 좋게 보이고 콧노래를 부르며  두 다리는 평소보다도 더 씩씩하게 걸었으니.


다시 돌아오고 싶은 곳

유난히 도시가 반짝거린다는 느낌을 받는 곳들이 있다. 이 곳이 그랬다. 그리고 문화적으로 풍부한 점은 내가 좋아하는 캘커타를 곧잘 떠오르게끔 하기도 했다. 간혹 이런 도시들을 만날 때면 나는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도시에 마음의 큰 한 자락을 건네게 된다. 그동안 바르깔라에서 늘 그리웠던 진짜 남인도 음식의 면면과 문화의 향기로 마음이 포슬포슬 데워진 짧지만 꼭 필요했던 하루 동안의 여행이었다.

또한 따뜻하고 좋은 사람들로 오래 기억될 도시! 이미 바르깔라에서 출발하던 기차 안에서도, 이 곳에서 만난 사람들 모두에게서 느껴지는 이 도시 특유의 유쾌함과 밝음을 나는 쉽게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나저나, 이 도시는 미식 여행만으로도 다시 꼭 가고 싶은 곳! 가고 싶었던 훨씬 더 많은 식당들과 버스 안에서 아쉬움 가득 내려다 볼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Veg Restaurant’은 분명 내가 몰랐던 또다른 새로운 미각을 선사해 주리라고 의심치 않는다.

기승전 음식 얘기이지만, 맛깔스럽고 새로운 음식은여행 중 우리의 가장 큰 기쁨이자 발견 중 하나가 아닐까? :)

모두 맛있는 여행 하시길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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