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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Dec 19. 2018

인도인들은 왜 손으로 음식을 먹을까?

인도의 오랜 문화

"인도에서 손으로 음식을 먹는 것은
단순히 위생 / 비위생의 영역으로 간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정신적인 영역까지 해당하는
인도 문화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전통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먹는 것은 공감각적인 경험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우리의 감각을 동원하는 매우 총체적인 경험이다.

특히 인도에서 손으로 음식을 먹는 전통은 인도의 고대 철학인 아유르베다(Ayurveda)와 매우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아유르베다라는 단어의 어원을 살펴 보면 그 의미를 이해하기가 쉽다.

‘삶 (Ayuh) + 지식, 진리 (Vedah) = Ayurveda’

이 세상 안에 내재해 있는 자연의 질서와 균형, 힘을 발견하여 그에 따른 자연스러운 질서를 따르고자 하는 인도의 고대 철학이자 오랜 근간이다. 이들은 인간의 손이 지닌 힘을 매우 일찍이 알아보았다.

아유르베다에 따르면 우리 인간의 손은 이 세계를 구성하는 5가지 원소를 모두 지니고 있는 매우 중요한 인체의 부분이라고 한다. 세부적으로는 순서대로 엄지는 Ether (공, 비어있음 - 모든 것을 채우고 아우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 검지는 Air (공기), 중지 Fire (불), 약지 Water (물), 소지 Earth (흙)을 의미한다. 또한 각각의 손가락은 우리의 신체 기관들 - 뇌, 폐, 위장, 신장, 심장 등 -과 매우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이해한다.

남인도 채식 성찬, 사디야 밀즈


남인도의 밀즈


정신적인 영역의 문화

인도의 오랜 속담 중에는 ‘음식을 손으로 먹는 것은 우리의 몸을 채우는 것뿐만 아니라 마음과 정신까지 충족시키는 행위’라는 것이 있다. 그만큼 인도인들에게는 손으로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한 개념이 아닌 것이다.

특히 손가락 끝을 모으는 것은 우리가 음식과 물리적으로 연결되는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연결됨을 의미한다. 우선 음식을 먹는 행위 그 자체에 매우 집중하게 됨으로써 우리가 그 어떤 시점이 아닌 ‘음식을 먹고 있는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 준다. 또한 먹는 음식의 질감과 향을 느끼고 나아가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더해줄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수단이 된다.


더욱 건강하고 이로운 식문화

또한 소화를 돕는 직접적인 장점이 있다. 손끝의 수많은 신경세포들을 통해 음식이 손 끝에 닿을 때 우리의 몸으로 곧 음식이 들어갈 예정이라는 신호를 뇌로 보내게 된다. 그에 맞춰 몸은 소화 효소와 즙을 적절한 시점에 분비한다.

홈스테이에서 함께 먹던 음식들. 쌀로 만든 이디야빰과 커리


그밖에도 우리가 식사를 천천히 할 수 있게 도와 주고 그렇기에 당뇨를 방지하는 데에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 음식을 빨리 섭취하면 체내에서 당의 불균형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부분이다. 또한 식기를 이용하는 것에 비해 양을 조절하기도 쉬우며, 실제로 포만감을 훨씬 쉽게 느낄 수 있다.


심지어 손으로 먹는 것이 더 위생적이다?

위생 / 비위생의 기존의 관념에서 보았을 때에도 손으로 음식을 먹는 것이 오히려 위생적인 측면이 있다. 바로 우리의 몸에 좋은 박테리아인 ‘Normal Flora’의 존재 때문이다. 우리의 손에 있는 이 좋은 박테리아를 우리가 손으로 음식을 먹음으로써 섭취하게 되면서 우리의 건강에 도움을 받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인도 손으로 음식을 먹는다?!

나는 한국의 음식 문화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인식해 왔든 그렇지 않든, 한국인들도 음식을 먹을 때 손을 굉장히 많이 사용한다. 그것이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부분이 전혀 없고 오히려 자연스러운 문화 중의 하나로 통용되고 있다는 점은 꽤 인상적이다. 특히 우리의 ‘쌈’이라는 음식 문화는 매우 특징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험상 외국 친구들에게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일을 수 차례 해오면서, 그들이 직접 손으로 쌈을 싸서 먹는 행위 그 자체를 얼마나 신기하고 새로우며 즐거운 경험으로 여기는지 알게 된 것은 오히려 나에게 더 신선한 충격이었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부분을 그들을 통해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여러 종류의 넓은 모양의 맛있는 채소 한 두개를 집어서 우리의 손바닥 위에 얹는다. 그리고 고기든 무엇이든 주재료를 직접 한 두 점, 혹은 원하는 만큼 얹어 나만의 한 입 요리를 만들고 쌈장이든 청양고추든 마늘이든 좋아하는 취향대로 쌈 안에 들어갈 음식을 정하고 조합한다. 그렇게 나의 입맛에 맞는 나만의 음식을 그 자리에서 매번 조리해서 먹는다는 그 즐거움! 처음에는 손바닥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던 손은 이내 마지막에 한 입에 쏙 넣을 수 있도록 손 끝을 한 데 오므리면서 모든 손가락을 모으게 된다.


쌈 - 음식을 먹는 즐거움에 집중!

외국 친구가 우리의 상추와 깻잎으로 쌈을 싸먹으면서 얘기했다. 이것은 음식을 나의 오감으로 느끼면서 먹을 수 있는 매우 친밀하고 뛰어난 문화라고. 나는 그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우리가 섭취하게 될 음식의 촉감과 향, 그 모든 것들을 우리의 오감을 총동원해서 느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음식을 먹는 그 행위와 즐거움 자체에 집중하게 되는 것. 이것은 일종의 '총체적 퍼포먼스'인 것이다.


나는 이것이 인도에서 손을 이용해 음식을 먹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각종 국물이 자작하게 있는 서브지들과 처트니들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종류를 골라 밥 위에 조금씩 올리고 마지막에 손 끝을 이용해서 슥삭슥삭 한 데 모은다. 그런 다음 손 끝을 모아 그 위에 밥을 올려 입으로 가져 가서 떠넣는 행위에서 느낄 수 있는 친밀감, 즐거움은 한국인이 느끼는 것과 유사한 것이 아닐까?


치킨은 무조건 손으로!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익숙하게 손을 사용하는 또다른 친숙한 사례는 아마도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닭요리이자 별식인 치킨이 아닐까? :) 간혹 외식으로 치킨을 먹는 경우에 식당에서는 포크를 한 두개 함께 준비해 준다. 그런데 나는 포크를 이용해서 치킨을 먹을 때면 도통 치킨의 고소하고 포근한 ‘맛’과 바스락거리는 ‘식감’을 최대치로 느끼지를 못하겠다. 그래서 나는 아예 함께 나온 식기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치킨은 무조건 두 손으로 먹는 것이다!! 두 손에 잡은 치킨을 입으로 뜯기도 하고, 한 입 크기 정도를 손으로 뜯어서 먹기도 하고 말이다. 그것이 치킨을 대하는 한국인의 예의가 아닐까? :) 그만큼 한국인은 관습적으로 혹은 문화적으로 손으로 먹는 즐거움을 이미 체득하고 있는 것 같다.




모든 문화는 상대적이다

단순히 손으로 음식을 먹는 문화에 대해 비위생적이라는 단편적인 관점으로 접근할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각 문화는 오랜 시간에 걸쳐 각각의 사회와 질서 안에서 합당하게 이어져 내려온 것으로, 그 자체로서 타당한 우수성을 지니고 있다고 믿는다. 각 사회의 함의된 가치를 지녔다는 것만으로도 모든 문화는 고유성을 존중받아야 마땅하다고 믿는다. ‘옳다 / 그르다’의 단편적인 판단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여전히 누군가가 손으로 음식을 먹는 것은 비위생적이라고 얘기한다면, 식사를 하기 전에 과연 손과 식기 중 어느 것을 더 깨끗하게 씻는지 물어 보고 싶다.


언젠가 인도를 여행하게 된다면 한 번쯤 이곳의 문화에 따라서 손으로 음식을 먹어 보는 것은 어떨까? 늘 양손에 들게 되는 숟가락과 포크를 잠시 내려 두고 나의 촉각을 이용해서 음식을 느껴 보고, 손을 이용해서 음식을 입으로 가져가서 먹어 보는 재미있는 경험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처음에는 익숙치 않은 느낌에 낯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알지 못했던 친숙한 감각과 음식 / 자연에의 강한 연결감을 느끼게 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나를 둘러싼 현지인들과의 묘한 유대감은 여행 중 얻을 수 있는 즐거운 덤이 될 것이다. 적어도 여행이 그전보다 조금은 더 맛있고 즐거워질 것이다.

언젠가 인도에서의 맛있는 여행을 응원하며. :)




@gracejieun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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