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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Jul 10. 2017

내가 사랑하는 인도 여행지

내가 다시 인도 여행을 간다면 다음 여행지는?

세상에 200개 가까운 나라에서 딱 '인도'라는 곳을 정해서 여행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은 스스로를 그 카오스와 혼돈의 세계로 의도적으로 몰아넣기 위함일 것이다. 인도는 그저 방콕 대신 가는 여행지가 아니며, 유럽 대신 쉽게 갈 여행지도 아니다. 모든 것이 우리의 생각과 다른 곳을 오랫동안 여행하고 보니, 그 중에서 내게 유독 짙게 남아 있는 곳들이 존재하게 되었다. 인도 자체가 카오스이다 보니, 특별하게 기억되는 여행지는 아무래도 그런 점에서 조금은 한 발짝 떨어져 있는, 독특한 느낌을 지닌 곳인 듯하다.



1. 라다크 Ladakh

이보다 아름다운 색감의 조화가 있을까. 여유와 평안의 곳, 라다크.

내게는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곳, 인도의 파라다이스같은 곳이다. 

산, 그 중에서도 히말라야를 너무나 사랑하는 나에게 최적화된 여행지.

여름에만 육로가 열리는 이 곳을 여행자들은 주로 6월에서 8월 사이에 방문한다.

그렇게 딱 2년 전 이 때 7월에 방문했던 나는 라다키로부터 오히려 9월쯤에 방문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때쯤이면 사람들도 빠져 나가고, 온난화로 인한 몬순의 영향에서 완벽히 벗어 나면서도 선선하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온난화의 영향인지, 그 건조한 라다크에도 여름이면 비가 내리는 기이한 현상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이제 내가 이 곳을 다시 방문한다면, 레를 중심으로 한 알치나 라마유르 쪽은 경험했으니, 오지 중의 오지 스피티 지역을 꼭 가볼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진짜 라다크를 찾기 위해서.


2. 바르깔라 Varkala

인도같지 않은 인도랄까. 그저 편안하고 쾌적한 쉼을 안겨 줬던 곳, 바르깔라.

잊고 있던 바르깔라가 생각나면서 내 마음이 심하게 요동치고 들썩였다. 만약 이 곳이 지금 우기만 아니라면 나는 당장 티켓을 끊어서 이 곳으로 날아갔을 것이다. 왠만하면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얘기하지 않는 아끼는 곳. 인도에서 보기 힘든 상대적으로 맑은 바다와 해안 절벽 위에서 바라보는 탁 트인 바다. 그 특이한 눈높이의 수평선을 어찌 잊으리. 그렇게 거대하고 멋진 바다는 처음 보는 듯했다. 내 마음 안까지 다 시원해져 버리는. 이 곳에서 바라 보는 아라비아해를 보고 있자면, 뭔가 모를 설명하기 힘든 느낌이 올라온다. 뭔가 내가 정말 낯선 곳에 왔구나 하는 기분이랄까. 낯선 곳을 탐험하고 있다는 기분 좋은 흥분이랄까. 이 곳에서 언젠가 한 두달 살아 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처음 방문했던 2011년 이후로 하고 있다. 언젠가. :)

물론 이 곳이 매력적인 이유는, 북적하고 정신 없고 북인도에 비해서 깔끔하고 상대적으로 교육 수준이 높은 남인도에 위치한 지역인 것이 크다.


땅끝에 서는 신비로운 느낌, 깐야꾸마리. 사진은 주한인도대사관 블로그로부터 .

신기하리만치 바르깔라와 비슷한 느낌으로 깐야꾸마리 Kanyakumari가 생각이 난다. 이 곳은 사실상 여행자들이 굳이 찾아갈 만한 관광지적 요소는 별로 갖고 있지 않다. 그저 인도 최남단 땅끝이라는 점! 그것이 다인 곳이다. 현지인들이 사랑하는 이 곳에서 그들 사이에서 바다를 마주하고 서 있으면 정말 내 발 앞으로 바닷물의 흐름이 세 갈래로 나눠서 내게로 흐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 오묘함이라니. 아라비아해, 인도양, 벵골만의 바닷물이 교차하는 것을 보고 있자면, 정말 세상의 끝이자 시작에 온 듯한 설레임이 든다. 뭔가 탐험가가 된 느낌이랄까. :) 내가 여행하는 곳이 이 지구상 어디쯤 위치해 있구나 하는 실감을 오랜만에 하게 되는 곳이다. 가장 북쪽 히말라야부터 바다끝 깐야꾸마리까지 인도의 광대한 스케일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하지만 이것이 인도의 매력 아니겠는가! :)


3. 폰디체리 / 뿌두체리 Pondicherry / Puducherry

언젠가 길게 지내 보고 싶다, 폰디체리.


이상하게 왜 이 곳이 내 기억에 이렇게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폰디체리(여행 당시 이름을 그대로 사용해서)를 처음 방문했던 것은 2005년 미술사 대학원 시작을 앞두고 동아시아 교수님들 연합의 초기불교유적 답사를 위해서 인도에 방문했던 때였다. 당시 인도를 처음 방문했던 나는 모든 것을 알아서 먹여 주고 실어다 주는 여행의 특성상, 어디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그저 신기해 하며 따라 다녔다. 그 때 유독 깔끔하고 세련되고 유럽스러운 곳을 반 나절 지나갔는데, 지나보니 그것이 인도에서 유일한 프랑스 식민지였던 폰디체리의 프렌치쿼터였던 것이다. 뭔지 모르게 그 느낌이 참 산뜻하고 예쁘게 남아 있는 곳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콜로니얼리즘, 식민지가 갖게 되는 다층적인 문화와 역사에 매력을 느끼는 내가 이 곳에 끌렸던 건 어쩌면 당연한 듯하다. 다시 방문한다면, 쾌적하고 예쁜 숙소에서 잠을 자고, 아침에는 감각있는 까페에서 크로와상과 맛있는 커피를 함께 먹으며 여유로운 바다를 느끼고 싶다. 물론 인도의 다양한 시간과 문화를 곱씹으면서. :)


왠지 모르겠지만 참 아름답다고 특별하다고 느꼈던 곳, 마말라뿌람.

첫 여행 당시 마말라뿌람을 가는 길에 폰디체리를 들렀던 듯하다. 마말라뿌람에는 미술사적으로 굉장히 유명한 조각이 남아 있다. '아르주나의 고행'. 그리고 이 곳만의 특별한 건축양식들. 어디가 어딘지로 모르고 다니던 시절, 오래 머문 곳은 아니지만 마말라뿌람 유적을 거닐고 그 곳에 앉아 있던 시간이 너무나 여유롭게 남아 있다. 바다에서 불어 오던 한 줄기 바람과 함께. 해안에 건축된 인도 종교 건축의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곳. 언젠가 꼭 여유롭게 며칠이고 머물면서 그 느낌을 오래 새겨 보고 간직해 보고 싶다. 기억의 조각에 늘 함께 떠오르는 그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오히려 나머지 인도 지역은 시쳇말로 충분히 징하게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보통 떠올리는 인도의 모습에서 조금 벗어난 곳들을 방문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나보다.

그래서 내가 인도 여행을 가게 된다면, 나의 다음 여행 루트는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 :)


남인도 코친으로 들어 가서, 바르깔라에서 아라비아해의 넓디 넓은 수평선을 바라 보며 무조건적인 긴 휴식!

마이솔에서 요가 배우기! 이 곳에서 유독 맛있을 채식요리들과 함께.

문나르 차밭을 거쳐서.

마말라뿌람에서 여유롭게 시간 보내기. 

폰디체리에서 마무리. 

그러다가 어쩌면 안다만으로? :)


언젠가 이 곳만의 광활한 자연와 흥미진진하게 변화해 온 문화를 다시금 느끼고 싶다.

이 곳이 나를 다시금 두근거릴 수 있게 하길 바라면서.

애증을 떠나 어쨌거나 인도는 나를 가장 편안하게, 그러면서 동시에 설레게 하는 곳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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