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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Jul 06. 2017

이번 여행, 어디로 가지?

마음의 소리에 따르는 여행하기

어디로 여행을 갈까?


일을 그만두고, 지리한 마음 고생 후에 한 달 정도 그 사랑해 마지 않는 여행을 하고 싶어서 어디를 갈까 곰곰히 생각 중인데 신기리하지만치 내 마음을 크게 설레고 동하게 하는 곳이 지금으로서는 없다.

그럼에도 일하는 동안 한 공간에서 침체된 느낌이 있어서 무엇이 되었든 내게 새로운 문화와 환경을 안겨 주고 새롭고 더 큰 자극, 영감에 노출되도록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러다보니 정말 많은 곳들이 내 머리 속에서 오고 갔다.


1. 스페인에 가서 늘 아쉬웠던 스페인어를 제대로 학원 다니면서 배워 볼까? (물론 스페인 음식이 가장 큰 부분이다! :) 언젠가 나는 스페인에 가서 꼭 살아볼 생각이다)

2. 이탈리아 남부를 가볼까? 평소 가보고 싶어했던 시칠리아는 어떨까? (나는 정제되고 딱 떨어진 풍경보다 약간 거친 느낌의 장소가 더 끌린다.)   

3. 그러면 결국 또 인도로 가서 프랑스 식민지로 고급스럽고 세련된 느낌이 남아 있는 인도 뿌두체리에서 쉬다가 마이솔로 가서 요가를 배우는 건 어떨까?

4. 나아가 내 머리 속에는 그렇게 늘 꿈꾸던 탄자니아 잔지바르의 연초록 에메랄드바다와 케냐까지 떠오르기까지 했다. (나는 문명교류와 얽힌 역사에 큰 흥미를 느낀다. 언젠가 인도-아프리카의 문화 교류의 흔적을 따라 여행해 보고 싶다.)


내게 유럽에 비해 가격적으로 부담이 크게 되지 않고, 오랜만에 얻은 이 소중한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는 여행지는 평소 가고 싶어 했었던 동유럽이 아닐까 싶었다. 물론 아주 맛있는 맥주가 극히 저렴하다는 사실도 매우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

그러다가 지난 해 내내 끌렸었던 슬로베니아가 떠올랐다. 그 곳에는 지금 내가 원하는 모든 요소들이 다 있었다.

내게는 생소한 동유럽 느낌의 도시(류블랴나) +여름다운 시원한 바다(피란) + 와인밭이 쭉 펼쳐져 있고 맛있는 와인을 먹을 수 있는 곳(고리시카브르다) + 언제나 내가 사랑하는 산이 있는 자연(율리안 알프스)

뭔가 신비로우면서 친근할 것 같은 기대감의 류블랴나
아드리아해를 앞에 둔 피란
내가 사랑하는 와인밭이 펼쳐진 고리시카브르다
산은 언제나 옳다. 가장 큰 위안. 율리안 알프스


슬로베니아는 이탈리아와 서쪽 경계를 함께 하고 있어서, 다행히 유럽 왕복 항공권이 저렴한 베니스로 인을 해서 버스든 블라블라카든 이용할 생각으로 베니스 왕복 항공권을 결제했다. 그렇게 나를 몰아붙이는 마음으로 거금의 베니스 왕복항공권을 결제하고서는 일주일 뒤인 오늘 아침에 결국 취소해 버렸다!

물론 성수기의 가격적인 단점이 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것도 있다. :) 그리고 그동안 불합리했던 일들로 인해 마음 고생을 많이 하고 나니, 북적북적하고 여행 중에도 계획 수정이 불가피한 유럽을 여행하는 것이 심적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한 것 같다. 결국 내 마음이 아니라고 한 것이다.

시간과 돈, 흔치 않은 이 두 가지가 해결되어 평소 바랬던 여행지를 드디어 갈 수 있는 때인데, 결국 여행의 목적은 나의 마음만이 알 뿐인 것 같다.


그래서 진짜 어디로 갈까?


2011년에 한참 여행을 위한 여행을 1년 넘게 할 때 크게 인상적으로 남아 있지는 않던 캄보디아가 신기하리만치 스멀스멀 떠오른다. 내가 원래 좋아하는 것 중의 하나로, 가만히 고대의 유적의 신비롭고 웅장하고 거대한 느낌을 앞에 두고 그저 가만히 조용히 듣고 싶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인도의 이름 없는 유적들 앞에서도 그랬고 미얀마의 어디께에서도 그랬다. 그냥 가만히 그 앞에서 머물고 장대한 역사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싶었고 듣고 싶다는 생각이 지금으로서는 크다. 그러면 뭔가 내 마음에 큰 위안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아직 어디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충분히 마음을 쉬고 나다움을 회복하고 돌아 오는 편안한 여행이 되면 좋겠다. 잠시 내가 있던 곳에서 멀어져 내가 있어왔던 곳을 바라 보고 싶다. 그러면 늘 여행은, 쉼의 시간은 내게 마음 속의 소리가 커질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니까. 어디가 됐든, Bon Voyag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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