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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Jul 05. 2017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단상 2

알쓸신잡 / 연남동 / 망원동 / 제주/ 그리고 양평 ...?

      

젠트리피케이션 (Gentrification)

어느 순간부터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사실 1, 2년 전부터 서서히 이 단어가 어느 기사에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순간 이 단어가 너무 어렵고 대단한 단어 같아 보여서 약간의 위협감을 느꼈다. 모두가 너무나 똑똑하게도 이런 단어를 이미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나만 모르고 뒤처진 느낌이었달까? 그만큼 신선한 단어가 우리의 삶에 임팩트 있게 등장했다는 느낌이었다    

 

'어쩌면 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가장 직접적으로 경험한 사람일 지도 모른다'



연남

나는 2013년 9월부터 연남동에서 거주했다. 연남동의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서야 뭐 더 할 말이 있겠는가. 서울에 머무는 동안 나의 주 활동지역은 삼청동, 서촌, 연남동 지역이다. 내가 좋아해 마지 않던 지역들. 내가 좋아하던 그 호젓하고 포근하고 자연스러운 옛스러움이 남아 있는 소박한 지역들. 내가 그 곳을 좋아했던 만큼 1년 쯤 지나자 조금씩 그런 분위기를 찾아 이 곳을 찾아 드는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늘어 난다. 그러면서 가게가 하나 둘 씩 바뀐다. 그 감각과 멋없음이라니.      


연남동 우리 집 쪽으로 걸어 가는 길에 정말 예쁜 마당 넓은 청록색 빛나는 기와로 된 2층 주택이 있었다. 특히 밖에서 보이는 2층은 벽이랑 발코니쪽도 나무로 되어 있어 밤이면 노란빛의 조명을 받아 얼마나 예쁘고 아늑하게 보였는지 모른다. 알고 보니 그 2층은 친구의 친구가 살고 있는 집이었다. 그런 우연이라니! 그런데 그 친구가 어느 날 집주인으로부터 나가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그 후에 보니, 그 집의 담장이 철근과 천으로 에워싸져 있었다. 지금 그 집은 7층짜리 오피스텔 건물로 바뀌어 있다. 그래. 땅값이 치솟는 곳인데, 어느 집주인인들 큰 돈을 축적할 수 있는 유혹의 기회를 마다할 수 있겠는가. 이해 못할 부분은 아니다. 그런데 그저 씁쓸해 진다. 그 곳을 지날 때마다 느껴지는 그 씁쓸함은 신기하게도 여전히 가시지 않는다. 그리고 그 주위는 이상한 감각 없는 체인형의 가게들 간판이 멋없게도 원색적으로 걸려 있다.   



이내 우리 집도 예외가 아니게 되었다. 어느 순간 바로 옆 단층 주택을 오피스텔로 만들기 위한 공사가 매일같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조금 시간이 지나자, 사방을 둘러싸고 서너 건물이 동시에 공사를 해댄다. 나의 집은 더이상 집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쉼과 휴식의 공간이어야 할 집인데, 나는 늦게 일을 마치고 와서 잠을 청해도 해뜨자마자 시작하는 공사 소음으로 인해 제대로 쉴 수도 없었다. 주말에도 말해 뭐하랴.


망원  

연남동에 살 때부터 망원동은 망원시장의 느낌으로 대변되는 그 특유의 서민적이고 사람 냄새나는 동네로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던 곳이었다. 마침 우리 집이 망원동과의 경계에 위치해서, 곧잘 망원시장으로 저렴하게 장을 보러 드나들고, 2500원 하던 사랑해 마지 않는 손칼국수를 한 그릇 후루룩 뚝딱 먹거나 3900원에 리필까지 되는 닭곰탕을 뜨끈하게 먹은 후 고로케 집에서 바삭바삭 튀겨진 핫도그를 1000원 주고 디저트로 들고 걸어 다니던 곳이었다.

그 곳도 역시 변해갔다. 이 곳을 경리단을 따라 망리단길이라고 부르니 어쩌니 하고, 어느 '힙'하다는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외관과 인테리어의 가게들로 골목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당연히 돈냄새를 맡은 대기업 자본들이 함께 밀려 들어 온다. 오히려 나는 그 이후로 망원동 골목을 누비비지는 않는다.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적어도 이 곳 주민들은 급격한 변화를 지지하기 보다는 원래의 모습을 지키려고 하는 듯한 느낌이라는 점이다.


성수   

사회적 혁신가 혹은 기업가를 서포팅하는 글로벌 차원의 단체에서 잠깐 일하던 2013년, 당시 사회적 기업가 혹은 소셜 앙터프리너들이 성수동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아직도 기억한다. 성수라는 지역 자체가 내게는 워낙 낯선 곳이었기에 지하철역에서 내려서 걸어 가던 길이 내게는 아주 거칠고 주거지와는 동떨어진 휑한 느낌이었었는지. 그런 곳에 독자적인 철학과 개념, 감각으로 무장한 사회적 기업들이 자리를 잡고 골목 한 켠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 처음은 얼마나 멋스러웠던가. 그러다가 대림창고라는 압도적인 랜드마크가 들어 서면서 성수동은 급격하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나는 오히려 발전한 이후의 성수 쪽에는 발걸음을 하지 않고 있다.


제주

그리고 제주라고 예외겠는가. 말해 뭐하겠나. 우리가 알고 있던 그 자연만이 넘쳐나던 호젓하고 원시의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던 제주는 불과 5년 안에 사라져 버렸다. 나는 사람들의 탐욕과 무개념, 미래를 내다 보지 못하는 혹은 내다보려 하지 않는 이기심과 무지가 정말 무섭고 불쾌하다. 2013년부터 1년 동안 살다시피했던 아름다운 곳이 급격히 변화되어가고 자연이 아니라 사람이 주인이 되어가는 이 섬을 보는 것이 썩 마음 편한 일은 아니었다. 아니, 늘 마음이 아팠고 지금도 그렇다.

 

양평...?

내가 살고 있는 양평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서 양평 가는 길목에 위치한 팔당 강변에 스타벅스가 두 달 전에 들어선 것을 보고, 운전 중에 나는 눈을 비볐다. 설마, 스.타.벅.스? 그게 여기에 들어선다고? 흠...... 여전히 그 곳을 지나다닐 때마다 내 마음은 편치가 않다. 스타벅스가 어떤 곳인가? 매장이 들어서면서 주위의 상권을 모두 바꾸어 버리기도 하고, 역으로 앞으로 상권이 유망한 곳을 미리 알고서 덤벼 들어 매장 위치를 선점하는 곳이 아니던가.      

이제 그러면 수도권에도 개발의 영향이 여과 없이 미치고, 저 멀리 동쪽으로 동쪽으로 강원도로 가야 안심이 되는 걸까. 그러면 뭐하나? 이미 강릉은 제 2의 제주로 각광받고 부동산 값이 치솟고 있는데.     

         



지금까지 평균적으로 보면, 내가 좋아서 찾던 것들을 다수의 대중들이 좋아서 따르고 화제가 되고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는 데에 3-4년 정도의 차이가 있는 듯하다. 앞으로는 그 격차가 더 줄어들겠지. 사람들의 취향 변화와 세상의 흐름은 더욱 더 빨라질 테고, 이미 수많은 젠트리피케이션의 전례로 인해서 안 그래도 국토가 한정되어 있는 이 나라에 손을 댈 수 있는 곳은 갈수록 제한되어 갈테니.


이제 어디일까? 도대체 이 주체성 없는 사냥꾼들은 또 어디를 타겟으로 해서 움직일까? 그래서 도대체 그 결말은 무엇일까? 하나같이 감각있는 척, 빈티지스러운 척 둔갑한 가게들로 전국이 뒤덮여야만 만족할 텐가? 이 나라의 전 지역이 그렇게 똑같은 모습으로 덮여야만 만족하는 걸까 사람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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