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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Jun 19. 2017

양평 이야기

내가 사랑하는 곳에서 산다는 것

"나는 자연을 정말 사랑한다."


그 어떤 말보다 이 말이 첫 문장으로 얘기되어야만 할 것 같았다.


내 여행도 마찬가지다.

나는 정말 다양한, 세상에서 존재하는 왠만한 주제에는 다 호기심을 갖고 얄팍한 지식 이상을 갖고 있다고 생각할 만큼 궁금하고 알고 싶고 경험하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이다. 기본적인 문화나 예술, 역사는 내 대학원까지의 전공이니 더 말할 것도 없고, 음식, 요리, 책, 공간, 건축, 다양한 삶의 형태와 라이프스타일에도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내가 한 여행만 돌아 봐도,

여행지에서는 늘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방문한다 - 어느 곳이건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 예술을 알 수 있는 곳을 방문한다. 그래야 내가 여행하고 있는 곳의 뿌리를 어느 정도나마 내 인식 안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여행지에서 현지 시장에서 시장을 봐서 가장 그 여행지다운 요리를 배우고, 가장 전통적인 음식을 다양하게 섭렵한다 - 음식은 누가 뭐래도 한 지역의 역사와 문화, 지리 기후적 특성까지도  이해할 수 있는 최고의 매개체이다. 특히 오랜 기간 수많은 문화권의 영향이 여러 겹 덧입혀진 나라의 요리는 식민주의적 관점으로 보더라도 그렇게나 재미있고 매력적일 수가 없다.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월간지 원고를 쓴다. 

요가를 배우면서 여유롭게 시간을 두고 지낸다 

 등등.



그런 나임에도 불구하고 여행지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늘 자연이다!!


"이 기준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내 마음에 와닿는 풍경이겠지. 예를 들면 잘 다듬어진 뉴질랜드나 스위스. 실은 뉴질랜드는 못 가봤지만. 그런 자연에 나는 끌리지 않는 편이다. 

그보다는 사람이 자연 안에서 순응하면서도 질곡한 삶을 이어 오는 삶의 현장으로서의 자연. 수많은 이야기가 오고 가고 문명이 교류할 수 있는 그런 자연. 원시적인 형태의 오염되지 않은 문화가 보존되고 있는 자연 등에 매료되는 편이다"


가장 아름다운 자연을 향한 내 바람은 언제나 나를 중국과 티벳을 이어 주었던 차마고도, 인도최북부에 위치한 라다크, 파키스탄의 히말라야 자락으로 이끌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지금의 나는 서울에 지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고, 그렇다면 이 순간을 여행 중 잠시 정착한 것처럼 즐기자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약간의 무리가 따르겠지만, 내가 그렇게나 좋아하는 양평은 어떨까? 나는 하고 싶고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왜 늘 바람으로만 그쳐야 하는 것인지 궁금했었다. 



2013년부터 서울에서 그렇게나 드나들었던 양평에 실제로 살아 보는 것은 어떨까? 비록 누군가는 어이없어 할 정도로 서울 홍대 지역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나는 나의 몸과 마음이 쉴 수 있는 진짜 집이자 작업실처럼 머물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진정으로 원하게 되었다.


적어도 이 자연만 내 눈앞에 있다면 나는 어쩔 수 없이 한국에 머물러야 하는 지금의 이 상황에서 즐겁게 감사하게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자신에게 쥐어 준 사탕같은 거랄까? 일종의 타협점이겠지.


외국을 유독 좋아하는 나이기에, 사실 국내에서 내 마음을 사로 잡는 곳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내가 마음을 주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곳 말이다. 

몇 군데로 추려 지는데, 양평 / 경주 / 통영 / 부산. 이 정도인 것 같다. 

양평은 지금 내가 근거지를 두어야 하는 서울 바로 옆이니, 그래! 진짜로 한 번 살아보자! 이렇게 된 것이다.



가끔 출퇴근 때문에 몸이 고될 때는 있지만, 이 여유로움과 창문으로 보이는 북한강과 나즈막한 산들을 볼 때면 그저 감사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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