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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Jun 19. 2017

인도를 다시 가고 싶어지는 날이 있을까?

지난 내 시간들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가 아닐까. 

"인도"

인도를 좋아하는 이들 누구에겐들 그렇지 않으리. 

어쩌면 이 나라가 삶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마치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고 숙명의 인연으로 엮인 듯한 그 느낌. 


지금까지 10여 차례를 드나 들고, 이 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너무나 좋아하고, 이 곳에서 느꼈던 공기와 자유로움과 그 모든 것들. 

감히 그것들을 글로 옮긴다는 것 자체가 나의 너무나 소중하고 아름답고 찬란했던 시간들을 행여나 조금이라도 빛을 바래게 만들까봐 조심스러울 정도이니.





그런 나의 마지막 인도 여행은 2015년 7월이었다. 

그 이후, 내가 몇 년 전 느꼈던 그 설레임 가득한 인도 여행의 시기는 지나간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어떻게든 영원히 지속하고 싶었던 사랑의 식어감을 느끼는 것이랑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영원한 방랑자이면서 세상과 인생의 탐험자로 살고 싶은 나이기에, 적어도 인도만큼은 늘 내게 설레임을 안겨줄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지로 존재하리라고 믿고 싶었었다. 사실 그보다는, 내가 무조건 달떠 있고 치기 어렸던 그 시기를 지나 왔음을 여실히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인도는 이미 내게 너무나 익숙해진 곳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인도 전역에서 가보지 않은 곳을 찾는 게 더 어려울 만큼 왠만한 곳들은 10여 년에 걸쳐 다 다녔으니 말이다. 

그래서 한동안 내가 이 곳에 돌아 오려고 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마지막에 들었을 때, 그렇게까지 슬프거나 서운하지는 않았다.




왜냐고? 

언제든 때가 되면 내가 인도를 다시 자연스레 그리워하게 될 날이 있을 것이라고 마음 속으로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하긴, 얼마 전 아빠도 그러시더라. 난 당연히 니가 조금 더 나이 들면 인도 가서 살 줄 알았다고. :)




인도의 극단적이고 다양한 면모는 딱 이 두 사진의 간격만큼이 아닐까?

마지막 여행에서는 특히 극심한 빈부 격차로 인해 하위 계층들은 수십 세대가 흘러도 바뀌지 않을 것 같은 사고 방식으로 느릿느릿하게 이 생을 다 보내 버릴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었다. 

애정에서 오는 애증이겠지. 

그들이 더 좋은 삶을 볼 수 있고, 더 나은 사고 방식으로 조금 더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면서 지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정말 조심스럽다. 

나는 나만의 절대적 가치관을 들이 대면서, 내가 그렇게나 사랑해 마지 않는 인도에 대해서 

어쩔 수 없이 문화적 상대성을 부정하고 있는 것일 테니 말이다. 

그들의 전통적 가치관을 존중하지 않는다는것이 아니다. 

내가 인도에 이끌린 것도 그 때문이었으니까. 


그 전에도 그랬지만, 그 이후에도 어떻게 하면 인도에서 시간을 더 보낼 수 있을까, 

이 곳을 마치 나의 제 2의 고향처럼 여기며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궁리를 하며 마음 속으로 즐거워 했다. 

게스트하우스를 만들까. 

요가 수련을 정식으로 하면서 아름다운 남인도에서 방을 잡고 맛있는 음식도 해 먹으며 여유롭게 지내볼까 등. 생각만으로 설레는 일들. 그냥 그렇게 상상하며 즐거워 할 수 있는 정도였다.




그런데 인도가 조금씩.. 더 조금씩.. 생각나고 있다. 

예전처럼 겉잡을 수 없이 마음을 다 휘저어 버렸던 그런 광풍의 마음이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성과 감성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상태에서 지금 내 마음이 어떻게 흘러가고 변해 가는지 지켜 보고 있으니까. 


왜 갑자기 이 곳이 다시 생각나게 되었을까? 

 

환타옹의 '가슴 속에 인도를 품은 사람은 열 명의 셰익스피어가 부럽지 않다'라는 말처럼, 다시 열 명의 셰익스피어를 품을 흥미진진함과 생기가 그리워진 것일까?

일상을 특별하게 변화시켜 버리는 그 곳만의 매력이.


여전히, 이 나라의 오묘한 매력은 다 알 것 같다가도 모르겠다.

정말 한 평생 질릴 만큼 살아 봐야, 아 이제 됐다. 하면서 떠나려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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