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알림이 종종 울려왔다. 오랜 기간 쉬었는데도 구독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알람이었고, 글을 안 올린 지 몇 달 되었다고 알려오는 알람이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해서 브런치에 글을 계속 쓰고 싶었지만, 육아하고 공부하고 일하기에도 벅찬 하루하루였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건대, 시간이 많을 때 공들여 쓴 글들보다 더 잘 쓸 수 있을지 스스로 의심하기 시작하니 어느 순간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어제부터, 당분간 꾸준히 쓰기로 했다. 현재 5시 기상 중인데, 이런저런 준비를 마치고 새벽 6시부터 7시 사이는 온전히 글쓰기에 나를 내어주고, 이후 공부 일과를 시작하기로 결심.
나에게는 공부 인증을 간략히 올리는 일종의 스스로를 위한 동기부여 인스타 계정이 있다. 오늘 문득 그 계정을 살펴보다 지난 공부 기록들을 쭉 훑어보게 되었다. 무척 놀란 사실은 내가 2020년부터 본격적인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게 왜 놀랍냐면, 너무 정신없이 살다 보니 언제부터 내가 공부를 시작했는지 잊은 채 거의 습관처럼 공부하며 살고 있었다는 점이 일단 놀랐다. 올해부터 시작했겠거니, 대충 1년 정도 공부한 것 같다했는데, 실제로는 2년 정도 된 것이다. 그러면서 뒤따라오는 생각은 ‘아니, 근데 아직 실력이 이 정도라고?’ 하는 현타였다.체감상 엄청난 변화가 없는 것 같았다. 그냥 조금 영어가 편해진 정도. 그마저도 리딩, 리스닝에 국한된 문제고 스피킹은 여전히 땀을 뻘뻘 흘린다. 그러니 지난 2년 동안 커리어와 육아와 집안일 사이에서 내 꿈을 펼쳐보겠다고 우기듯 구겨 넣은 영어공부 시간이 효율이 없었던 건가 싶어 무척 울적해졌다.
그리고 동시에 그래, 2년이나 했으니 이제 늘 때도 되지 않았나 싶어서 목표로 잡고 있는 올해까지 1년을 더 하면 이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지 않겠나, 기대감도 은근히 드는 것이다.
내가 절망과 희망을 오가고 있는 동안 결국 답은 하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냥 해라.’
괜히 감정 소비할 필요 없었다. 그냥 해야 되는 일은 같은 것이다. 어쨌든 결제한 인강을 듣고, 어쨌든 공부 시간에는 공부를 해야 한다. 감정은 사라지고 결과는 남는다.
언젠가 김연아 선수 짤을 본 적이 있는데, 운동하면서 무슨 생각 하냐는 내용이었다. 그때 김연아 선수가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뭐 이렇게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하루에도 열두 번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희망과 절망 속에서 저울질했다. 이 길이 아니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 아마도 서른이 될 동안 내가 체득한 데이터베이스들은 나를 강하게도 만들었지만, 나이를 먹어간다는 사실에 나를 겁쟁이로도 만들었던 것이다. 더 완벽한 성공에 다가가기 위해서, 나의 가치와 행복에 맞는 현명한 결정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답이 하나였다. 최선을 다해서, 그냥 해라. 잘하고 싶든, 대충 하고 싶든 결국 무언가 우리가 임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답은 하나였다. 일단, 그냥,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최선을 다해 일구어낸 하루하루가 결국 저 먼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것이다. 그 목적지에 대해 고민하기는 멈추고, 눈앞의 운전을 잘해야 하는 것이다.
브런치 글도 그렇다. 이제는 좀 더 자주 쓰려고 한다. 어차피 이 글을 잘 쓰든 못 쓰든 무슨 상관인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겠지. 절망의 글이든 희망의 글이든, 이제 나는 조금 더 무언가를 ‘그냥 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의미를 찾느라 너무 오래 서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