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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학자P Feb 28. 2022

공부하는 엄마의 미라클 모닝 한 달 후기


 어느덧 2월의 마지막 날이다. 새벽 기상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동안 미라클 모닝을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굉장히 자주 시도해보았지만, 지속적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가 둘이 되고나서부터는 생활의 패턴이 내 의지와 상관이 없어졌고 모든 일정은 '운명에 맡기는 것'이 되어버린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 동기란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음을 깨달았을 때, 진짜 이런 식으로는 죽도 밥도 안된다는 판단이 몸서리치게 찾아왔을 때, 나는 지금이 마지막 기회임을 알았다. 이번 일 년은 남편이 내 공부를 우리 가족의 최우선 과제로 적극 지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된 새벽 5시 기상.


 새벽 근무로 회사 다닐 때보다 백 배 천 배 힘들었지만 그래도 일어났다. 모두들 알겠지만, 침대에서 일어날까 말까 하는 딱 그 순간이 까무러치게 힘들다. 알람이 울리지 않아도 새벽 다섯 시면 눈이 떠지는 경지에 이르렀지만, 알람이 울리건 말건 일단 몸을 일으키는 데에는 나와 끔찍한 협상의 시간이 지나간다. 나는 알람을 딱 하나만 맞추는 타입이고,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사람임에도 그 잠깐의 사이에 오만가지 내적 갈등이 지나간다.


 새벽 기상의 괴로움이야, 모두가 아는 사실이니 이쯤 해두고..


 그래서 무엇을 얻었냐고?


 방해받지 않는 시간을 얻었음은 분명하다. 물론 아이들은 새벽에도 깬다. 8개월짜리는 종종 잠에서 깨 분유를 찾고, 27개월짜리도 가끔씩 우유를 내놓으라고 난동을 부린다.


 그러나 높은 확률로, 동이 틀 때까지는 온전한 시간 확보가 되었다. 그리고 매번 쪄가는 살에 우울했는데, 일어나서 무작정 밖으로 나가 조깅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잠든 남편을 믿고 나설 수 있는 시간 역시 새벽이 유일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이주가 지나고, 한 달이 되니 루틴이라는 것이 생겼다. 반드시 내가 무엇을 해야지 하고 짜 놓지 않아도 일어나서 착착 진행된다. 그리고 예전에는 공허하게 들렸던 새벽 예찬의 자기계발서들이 다시 보인다.


 어젯밤, 잠들기 전 새벽 기상에 대한 책들을 다시 들춰보았다. 왜 그렇게 공감하지 못했고, 그저 입에 발린 말처럼 느꼈던 것일까? 그들의 진심 어린 예찬이 이제야 무슨 소리인지 알겠다.


 잠을 자며 피로를 회복하는 시간도 너무나 중요하지만, 좀처럼 내 시간이란 게 없이 사는 엄마에게 온전히 고요한 나만의 시간을 확보한다는 건 또 다른 치유의 힘을 갖는다. 특히나, 미혼일 때는 정말 야행성이었고 밤에 집중이 잘 되었지만 육아에 찌들고 나니 저녁만 되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잠만 자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게다가 우리 아이들은 아무리 일찍부터 불 끄고 잠자는 시간이라고 노력해도, 결국 새벽 한 시가 되어서야 잠을 잔다. 미치고 팔짝 뛰겠다. 그래서 오후 시간엔 뭘 할 수가 없다. 나도 내가 이럴 줄 몰랐다. 그러다 보니 새벽이 오히려 그 기상의 순간만 이겨내면 황금과 같은 시간이 되었다. 이렇게 되면 하루에 네다섯 시간만 잘 수 있다지만, 어느 순간 새벽에 이렇게 글을 쓰고 공부하는 그 고요함의 순간이 기다려진다.


 아이가 6개월만 지났다면, 그리고 새벽 육아를 남편이 잘 책임져준다면 시도해볼 만하다. 기상 후에 바로 현관문 밖으로 나가 한 바퀴 걷거나 달리고 오는 것을 적극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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