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책 표지 디자인이 나왔어요
면지를 붙이는데, 화면 속 그림이 말을 안 듣는다.
내가 옮기면 밀치고, 내가 고정하면 튕겨나간다.
가라고 해도 버티고, 멈추라 해도 요지부동이다.
몇 번을 반복하다가, 어느새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온다.
키보드를 툭툭 치다가 쿵쿵 두드리게 되고, 나도 모르게 성질머리가 튀어나온다.
결국 남편을 불렀다.
“얘가 내 말을 안 들어! 애들도 내 말을 안 듣는데, 얘까지 말을 안 들어!”
쪼르르 달려가 하소연하자, 남편은 웃음을 터뜨린다.
“누굴 닮았는지 고집도 세고 자기 맘대로야~”
서운함과 속상함을 꾹꾹 눌러 담아 다시 쏟아낸다.
그러다 우리 둘 다 한바탕 웃었다.
나는 컴맹이고 기계치에다 마이너스 손이다.
내가 손대는 기계들은 하나같이 말썽을 부린다.
그런데 남편이 손만 대면, 그 고집불통 녀석들이 순한 양처럼 말을 듣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몇 번 툭툭 건드리자, 얌전해진 화면.
그 순간, 남편이 살짝 존경스러워졌다.
블로그 수업에서 잠깐 만났던 미리캔버스를 다시 꺼냈다.
이번에는 조금 더 자세히 배웠고, 처음으로 현수막도 직접 디자인해서 제작해 보았다.
할 수 있는 게 하나씩 늘어가는 기쁨.
돈보다 더 좋은 성취감이 있다.
(그렇게 돈 안 되는 나 자신을 또 한 번 합리화해 본다.)
표지 디자인도 직접 해보았다.
네 명의 아이가 나오는 그림을 찾느라 시간이 좀 걸렸지만, 결국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찾아냈다.
열심히 만든 결과물을 미술 감각이 있는 중3 딸에게 보여주자, 고개를 끄덕인다.
“이거 다 엄마가 한 거야?”
그 한마디에 어깨가 저절로 펴진다.
아직 서툴고 배울 게 많지만, 책 만들기의 매력에 점점 빠져든다.
글을 쓰는 것도 좋지만, 언젠가는 작가를 섭외해 책을 기획하고, 디자인까지 해보고 싶다.
면지, 장도비라 같은 세세한 구성요소까지 직접 고민하다 보니,
이제는 책을 넘길 때마다 더 유심히 보게 된다.
예전엔 그냥 지나쳤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시야가 넓어지고, 나의 세계도 조금씩 확장된다.
물론, 언젠가는 돈이 되는 책을 만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일은, 돈이 되지 않아도 해야 할 이유가 있다.
신앙을 가진 사람으로서, 언젠가는 신앙서적도 쓰고 싶다.
또한, 자살 예방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글을 쓰고 싶다.
최근, 너무나 가까운 지인의 딸이 세상을 떠났다.
십 대였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나는 자꾸만 생각하게 된다.
이대로 있어도 되는 걸까.
작지만 나라도 뭔가를 해야 하는 건 아닐까.
그렇게 나는, 책 한 권을 만들며
조금씩, 나 자신을 다시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