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나도 작가!

초보작가의 즐거움

by 서툰사남매맘





이 글은 『서툰 엄마의 울퉁불퉁 사남매 육아』에 수록되어 있는 글입니다.





책 읽기는 어느새 숨 쉬듯 당연해졌지만, 글쓰기는 늘 남의 몫 같았다.


나는 활자를 사랑했다. 활자중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싱가포르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며 에세이 쓰기를 훈련했고,


그 과정에서 글쓰기에 대한 감각을 조금씩 키워갔다.


과외선생님이 내 글쓰기 재능을 칭찬했던 기억이 있다.


립서비스였을지도 모르지만, 그 말은 오래 남았다.




한국으로 돌아와 대학에 입학했을 때, 영어 에세이 시험을 통해 교양 영어 수업을 면제받았다.


그때 나는 알게 되었다. ‘내가 글을 못 쓰는 건 아니구나.’


하지만 ‘작가’는 여전히 나와는 먼 존재였다.


나는 그저 누군가의 문장을 좋아하고, 그에 감탄하며, 조용히 책장을 넘기는 사람이었다.


가끔은 상상하곤 했다.


언젠가 아이들이 잘 자라면, 그 육아의 여정을 한 권의 책으로 담아보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오늘부터, 나도 작가’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무료 수업에 글쓰기 지도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말에 주저 없이 신청서를 썼고,


함께 제출할 에세이도 정성스레 써 내려갔다.


오랜만에 펜을 잡고 마음을 담다 보니, 어느새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셋째 아이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아이를 향한 내 마음이, 문장을 따라 흘러나왔다.



며칠 후, 면접 요청 문자를 받았다. ‘편한 복장’이라는 말에도 오랜만에 화장을 하고 센터로 향했다.


블로그 수업 때 오리엔테이션 해주셨던 주임님이 면접관 두 분 중 한 분 이어서 마음이 조금 놓였다.


다둥이를 키우며 출석 잘할 수 있냐는 질문에, 블로그 마케팅 수업 때 출석률 좋았다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같이 면접 본 분이 이화여대 선배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면접을 마친 후 “굿럭!” 그녀의 짧은 응원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다행히 우리 둘 다 합격했다.


첫 수업 때 다시 마주친 선배가 따뜻하게 안아주던 순간, 낯선 길을 함께 걷게 되었음을 실감했다.





첫 수업은 세 시간이 순식간에 흘렀다.


글 네 편을 써오라는 과제가 주어졌고, 나는 육아의 조각들을 다시 꺼내 글로 엮었다.


아이들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며, 소소한 일상을 다시 바라보았다. 쉽지는 않았지만, 즐거웠다.




수업 중에는 서로의 글을 읽고 피드백을 주고받았다.


일기와 에세이의 차이를 배우고, 내 글에 대한 조언을 들으며, 글쓰기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다.


지금껏 한 번도 체계적으로 배워본 적 없던 글쓰기 수업이 이렇게 재미있을 줄 몰랐다.


이보다 더 흥미로운 드라마가 있을까 싶을 만큼.



나는 이제 단지 독자가 아니다. 글을 쓰는 사람, ‘작가의 시선’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


『오늘부터 쓰면 된다』의 유인창 작가는 말한다. “시선이 바뀌면 모든 것이 새로워진다.”


지겹도록 반복되던 일상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햄버거를 사러 가던 오후, 아이의 치과 진료, 거리의 벚꽃들도 글감이 되었다.


전에는 책을 읽는 데서 멈췄지만, 이제는 메모하고 생각하고 내 말로 다시 쓰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박웅현 작가는 『여덟 단어』에서 80세에 한글을 배워 시를 쓴 할머니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녀는 말한다. “이제 돌멩이도 들쳐보게 되고, 들국화 냄새도 맡게 됐다.”



그 말이 가슴 깊이 와닿았다. 별다를 것 없던 어제 같은 오늘이, 이제는 향기 나는 하루로 바뀌었다.


글쓰기는 그렇게 내 삶을 바꾸었다.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초보 작가로서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첫 책을 기다린다.


나를 끌어주는 선생님과, 함께 웃고 고뇌하는 도반들 곁에서, 나는 다시 한 문장씩 써 내려간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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