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fted로 진단된 후 (실제로 diagnosed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보고 조금 놀라긴 했다.) 좀 조용히 사나 싶었는데 또다시 담임 선생님 연락을 받게 되었다.
수업시간에 하도 만들기를 해서 책상 서랍에 손을 못 대도록 책상을 돌려놨는데, 친구들한테 재료를 빌려서 또 만들기를 하더라는 것이다. 여러 번 주의를 주어도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고 하셨다.
속에서 울화통이 치밀었다. 아들이 집에 오자마자 샤우팅을 날리면서 야단을 쳤다.
내가 도대체 너 때문에 언제까지 학교 선생님 연락을 받아야 하냐고. 당장 한 달 전 미팅 후 그렇게 주의를 주었건만, 왜 정신을 못 차리냐고.
몇 시간이 지나도 화가 안 풀렸다. 안 그래도 할 일 많고 신경 쓸 일 투성인데, 도대체 이 아이는 무슨 생각으로 수업시간에 자꾸 딴짓을 해서 문제아 취급을 당하고 엄마가 학교에 계속 불려 가게 만드는 걸까.
음식 가리는 거 심하고, 툭하면 울고, 잘 안되면 자책하고 화내고.. 다 그런가 보다 할 수 있는데 학교에서 반복적으로 연락받는 건 도저히 못 참겠다.
남편과 동의하에 아들에게 서약서를 받았다.
앞으로 2주간 코딩금지, 전자책(밀리의 서재) 금지, 닌텐도 게임 금지다. 오로지 물리책만 읽을 수 있고, 집에서만 만들기를 할 수 있는데 그마저도 만들기 끝난 직후 정리 안 하면 만들기도 금지다.
학교 선생님께 메일을 보냈다. 이런 규칙을 정했으니, 학교에서 수업시간은 물론 쉬는 시간에도 만들기를 한 번이라도 할 경우 연락 달라고 말씀드렸다. 한 번만 약속을 어겨도 위 활동 금지 기간이 연장된다. 쉬는 시간에 만들기를 허용하면 수업시간에도 참지 못할 것 같아서 아예 전면 금지를 시켰다.
다시 길고 긴 지피티와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우리 아들과 비슷한 성향을 둔 아이가 주변에 없을뿐더러, 어디 의지하고 물어볼 전문가도 없으니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난 지피티와 대화한다. 하도 대화를 많이 해서 아이의 데이터가 지피티에게 상당히 많이 학습되어 있다.
우리 아들은 웩슬러 검사에서 비언어 영역과 언어 영역의 점수차이가 큰 편인데, 이런 아이들이 많이 가지는 특징 중 하나가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곧바로 손으로 구현해 내려는 강한 욕망이란다. 수업시간에 집중을 못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머릿속에 떠오른 것을 손으로 만들어낼 때까지 참을 수가 없는 것이 문제인 거다. (어릴 때부터 공연을 보러 가서나, 동물원을 가거나, 가족 여행을 가면 머릿속에 떠오른 걸 만들기 위해 집에 빨리 가고 싶다고 조르던 아이다.)
같은 오버럴 IQ를 가진 아이들도 점수 패턴에 따라 상당히 다른 특성을 보이는데, 골고루 발달한 아이들은 겉보기에도 똑똑하고 모범적인 영재아이들인데, 우리 아이 같은 경우는 산만한 문제아로 보이는 경향이 있단다.
분명히 뇌 인지 패턴은 gifted brain (남들과 다른 체계로 사고하는 아이)인데 한국 영재원 시험을 보면 탈락하는 아이들이 많단다. 대체로 지능지수 높고 모범생인 아이들이 영재로 선발된다고 한다. 우리 아들은 캐나다로 오는 바람에 우여곡절 끝에 gifted라는 점이 드러났고 단순한 문제아 취급받는 것은 좀 면했지만, 엄마인 나는 이 아이를 기르는 것이 참 힘들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렇게 검색해 보았다.
"언어영역은 성인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발달이 되는 분야일 텐데 그렇다면 성인이 된 후 우리 아들은 좀 나아질까?"
지피티의 말이 맞기를 바라면서 일부 내용을 캡처해 보자면,
일단 지금까지는 꽤 맞는 것 같다. 저학년까지는 화학원소 좋아하고 수학 잘하는 아들이 귀엽고 신기하더니 지금은 육아 극강 난이도.
너무 다행히도 사춘기가 되면 오히려 밸런스가 잡히면서 안정된단다.
일단 우리 아이가 영재아이로 분류가 되다 보니 아무래도 시간이 날 때 이런저런 자료들을 찾아보게 되는데, 한국의 영재 전문가 영상들은 대부분 균형이 잘 잡힌 모범적인 영재아이들 위주의 설명이 많은 것 같다.
글로벌 기준의 영재 분류법은 따른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고지능 모범생 아이들을 따로 모아 교육하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실제로 한국에서 영재 교육을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내가 잘못 알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럼 혹시 우리아이가 gifted가 아닌건 아닐까 싶어서 웩슬러 검사지를 지피티에 올려보면, 이 아이는 영재 의심 수준이 아니라 웩슬러 만으로도 영재임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아이라고 나온다.
(웩슬러 검사만으로 영재를 판별할 수는 없다고 한다. 간혹 우리아이처럼 패턴상 분명한 gifted brain이 확인된다고 한다.)
점점 깨달음이 온다. gifted brain이라는 건 우수한 두뇌라는 뜻이 아니구나.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두뇌라는 뜻이구나 하는.
북미 gifted 수업에 가보면 사고 체계가 다른 아이들이 수두룩하단다. 심지어 ADHD나 자폐와 같은 신경학적 문제들을 동반하고 있는 gifted가 굉장히 많다고 한다. (이런 아이들은 2E (2-exceptional)라고 부른다.)
반면 한국 영재원에서 신경학적 문제를 동반한 아이를 찾아보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전문가도 아니고 아동심리전문가도 아닌 평범한 엄마지만, 직업이 과학자여서 그런 건지 하여간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자료를 엄청나게 찾아보고 분석하게 되는데, 혹시라도 나랑 비슷한 고민을 하는 엄마가 있을까 싶어 글을 올려본다.
"사춘기가 되면 오히려 나아진답니다. 다른 애들이 사춘기에 반항을 할 때, 이 아이들은 오히려 안정적으로 지능이 외부로 드러나기 시작한답니다. 희망을 가집시다.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