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영재(Gifted)가 된 아들

by 예쁜 구름

우리 큰 아들 얘기는 여러 번 글로 썼지만, 한국에서 못 보던 아들의 모습을 캐나다 와서 새롭게 발견하면서 많이 놀라고 있다.


어릴 때부터 남다른 면이 보이긴 했지만, 그저 좀 똘똘하고 빠르게 배우는 것일 뿐 그냥 보통의 범위에 있겠지라고 생각해 왔었다. 캐나다 오기 전에 지인의 추천으로 진행한 웩슬러 검사에서도 특정영역이 최상위에 있었지만, 평균은 그냥 똑똑하네.. 정도였기에 크게 마음에 두지 않았었다.

다만 영재성이 있다는 가정하에 어떻게 교육하는 것이 좋을지 다양한 자료를 찾아보기는 했었다.


캐나다 온 지 얼마 안 되어서부터 학교에 불려 가기 시작했는데, 그 스트레스는 말할 수 없이 컸다. 아이가 수업시간에 집중을 안 하고 만들기나 그리기만 하고 있어 친구들에게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불려 가기 시작한 건데 한국에서는 비슷한 일도 없었다 보니 아이가 캐나다에 온 것부터 꼬인 건가 싶었다.


전에 글에서 쓴 적이 있지만, 선생님들께 아이가 정신적인 문제가 없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기질 테스트 결과, 웩슬러 결과, 한국 학교 담임선생님들의 평가 내용을 모두 영어로 정리하여 학교에 보냈었다. 그 과정을 통해 특수 교사가 아이를 다른 시선으로 보기 시작했다.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수업시간에 딴짓을 할 뿐 딱히 나쁜 행동을 하지도 않았고, 캐나다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현지 아이들도 잘 안 쓰는 어휘를 표현한 적도 있던 것을 주목했다. 특수 선생님이 아이가 Gifted 교육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시게 되었고 교육청에 아이의 웩슬러 점수를 보내셨다.


그렇게 여름 방학이 지나고 새 학년이 되어 새담임 선생님을 만났는데 감사하게도 아들을 키우는 남자선생님이셨다. 큰 아들은 인생 처음으로 남자 담임선생님을 만나서 약간은 긴장감을 가지고 학교 생활을 했다. 덕분에 개학 후 한 달 동안 선생님이 부모를 호출하시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주, 특수 선생님, 교장선생님, 담임선생님, 교육청 심리전문가, ESL 선생님, 그 외 학습과 관련한 교육청 분들 몇 분이 모여 큰 아이에 대한 미팅을 갖게 되었다. 캐나다에서 치른 웩슬러 검사는 아니었지만, 워낙 비언어 영역이 상위 0.1~0.5% 수준으로 높게 나왔다 보니 gifted 결정 여부를 위해 미팅이 필요하다고 여기신 것 같다.

그날 좀 놀란부분이 있었는데, 담임선생님이 아이를 꽤 관찰하셨다는 부분이었다. 여전히 만들기에 집중하는 모습이 있다고 하셔서 나는 좀 답답하고 실망했었는데, 선생님이 아이가 영어를 이해 못 해서 그런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뭘 해야 할지 몰라서 가만히 있거나 딴짓할 때 옆에 가서 가이드를 주면 누구보다 빠르게 과제를 해결했다면서 구체적인 예시들을 들어주셨다.

(아이는 선생님이 자기가 잘 못하는 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적이 몇번 있었다.)

나에게는 아이가 혹시 집에서나 외부에서 산만한 모습이 있는지를 주로 물어보셨다. 책 읽기 시작하면 몇 시간, 만들기 시작하면 몇 시간 그냥 시간이 흘러간다고 전달했다.


그렇게 미팅을 한지 만 하루 만에, 아이가 gifted로 선정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gifted라 하면 한국에서는 영재원에 합격했다는 느낌이고 뭔가 장한 것처럼 느껴지는데, 캐나다는 그런 시선보다는 뭔가 일반 교육으로는 부족하니 다른 방식으로 교육할 아이로 분류하는 느낌이다.

여하튼 캐나다는 gifted로 분류되면 교육청에 등록이 되고 individual education plan (IEP)으로 관리가 된다. 뭐 얼마나 관리를 해주는지, 어떤 프로그램들이 있는지 지금은 아는 게 하나도 없는데 아이에게 조금 더 신경을 써준다는 면에서는 다행이고 감사하게 느껴진다.

한국에 있었으면 사교육 학원 보낼 맘도 없고, 영재원 준비할 여유도 없는 엄마 때문에 그냥저냥 책 읽고 만들기나 하며 지냈을 텐데..


티비에 나오는 천재성 폭발하는 아이들이나 받는 게 영재 교육이고 gifted 프로그램인 줄 알았는데, 우리 아이가 gifted로 관리된다니 좀 신기하긴 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새로운 도전을 위한 힘겨운 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