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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이스 Aug 16. 2023

서른, 내 인생의 귀인


그땐 몰랐다. 잠시 나에게 선행을 베푸는 사람들인 줄로만 알았다. 10년이 지난 뒤에야 나는 생각한다. 그들은 내 인생의 귀인이었다고. 그런 좋은 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고, 과거를 돌아봤을 때 감사한 마음과 기억하기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는 것 같다.
 


이미정 선생님

중학교 1학년, 새로운 문화에 첫 발을 내 디딘 시기, 나에게 등불과도 같은 존재 였다.  국어 과목을 맡았고 선도부를 지도하는 선생님이었던 것 같다. 학교에 교복을 입고 가야 하는 것도 몰라 며칠 동안 사복을 입고 다녔다.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어느 날 선생님이 다가와 조심스럽게 물었다. “졸업생들이 입었던 교복인데, 내가 세탁을 했어, 입을 수 있겠니?” 감사하게 받았다. 대한민국 교복 값은 왜 그렇게 비싼지 아직도 의문이다.
 
국어시간, 선생님이 설명을 하면서 " 이부분 밑줄 긋고, 별표 두 개"라고 한다. 관련 내용을 공책에 적으면서 동시에 밑줄과 별표를 그릴려니 시간이 부족했다. 손을 들어 조금만 천천히 진행해 달라고 했다. 선생님이 나에게 다가왔다. 공책에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교과서에 바로 정리하면 된단다. 이북에서는 교과서를 후배들에게 물려줘야 해서 낙서를 한다는 것은 생각지 못했다. 그렇게 나의 국어 진도는 시작되었고 쉬는 시간마다 선생님을 찾아가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중에는 점심 시간을 비워서 보충 수업을 진행해 주셨다.
 
방학에는 중고등학교 필독서를 한 아름 챙겨 오셨다. 주는 것이 아니라 방학동안 읽고 반납 하란다. 그때 읽었던 책이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워낭 소리", "갈매기의 꿈" 등등이다. 선생님을 통해서 독서의 눈을 떴고 국어시간이 기다려지는 재밌는 시간이 되었다. 그렇게 안산에서의 삶을 마무리하고 나는 서울로 이사 오게 된다.
 


서상희 선생님

 
이사온 서울에서 중학교 2학년 담임 선생님이다. 방과 후에 다닐 수 있는 한꿈 학교를 소개해 주셨다. 덕분에 수학이며 영어며 국어 과외를 받을 수 있었다. 한꿈학교에 봉사온 대학생들에게서 무료 과외를 받았다. 방학에는 자신의 동생을 소개해 주어 영어와 과학 과외를 받았다. 중3, 처음으로 내 영어 점수가 90점을 넘었다. 과학 머리는 아닌지 과학 점수는 70점 대로 낮았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도와주시는 만큼 내가 따라가지 못한 것 같아서.

선생님과 처음으로 가산디지털단지에 있는 쇼핑몰에 가봤다. 겨울 내내 교회에서 물려준 코트를 입고 다녔더니 패딩을 사주셨다. TEDDY BEAR 마크가 있는 따뜻한 패딩을 선물해 주셨다. 2010년 당시 10만 넘게 주고 산 것 같다. 조카에게도 선물해 본 적이 없는데 나에게 선물하는 거란다. 황송한 마음이 들었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도 들었다. 그렇게 선생님과 쇼핑도 하고 뮤지컬 “영웅” 함께 관람했다. 관람하고 오는 차안에서 뮤지컬 소감을 물었다. 부끄럽지만 솔직하게 말씀 드렸다. 배경지식이 없어서 그런지 잘 모르겠다고. 대사를 하는데 노랫말처럼 말해 감정 이입이 잘 되지 않았다고. 그럴수 있다고 인정해 주셨다. 다음은 조카에게 물었다. 당시 고3이던 조카는 술술 잘 풀어 나갔다. 무대 세팅 분석과 인물 분석은 물론 막힘이 없었다. 또 한번 나의 부족함을 느꼈다. 같은 경험을 해도 배경 지식이 얼마 만큼 있느냐에 따라서 생각의 깊이도 다름을 직감했다.
 
대학교 입학하고 선생님 생각이 나서 찾아 뵈려 했다. 교육청에 문의하니 이미 은퇴하셔서 연락처를 개인정보상의 이유로 알려줄 수 없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근무한 학교를 알려주면서 학교의 문의하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23년이 되었다. 올해 스승의 날에는 꼭 선생님을 만나 뵙고 싶다. 감사했다고 전해 드리고 싶다. 지금처럼 밥 벌어먹고살 수 있는 것도 어찌 보면 선생님의 덕이 가장 크다. 간호사는 힘들고 약사가 되라고 했는데, 이놈의 근성,,, 간호사가 되었다. 조금 더 잘되어서 찾아뵙고 싶었는데, 더 이상 어떻게 발전하랴. 더 늦게 전에, 사우디 간호사로 가기 전에 뵙고 싶다. 선생님 너무 감사했습니다.



현재 가장 든든한 존재, 친구들

 
효윤이
착한 친구다. 남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여길줄 아는 흔치 않은 친구다.  나의 일상을 공유하는 친구다. 힘들 때도 즐거울 때도 항상 옆에 있어주고 무조건 내편을 들어주는 친구다. 함께 잘되자! 남은 시간도 잘 살아 보자!
 
뚜림이
나에게 도전 정신을 안겨주는 친구다. 항상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해 나간다. 가끔 내가 너무 나태해 보일 때가 있다. 나의 능력치를 올려주는 친구다. 그 어려운 컴퓨터 공학을 졸업하고 IT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앞으로 더 좋은 곳, 더 넓은 곳에서 충분히 일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친구다. 앞으로도 함께 능력을 배양해 나가자!
 
한영언니
쉼이 필요할때 언제든지 달려갈 수 있는 친구다. 걱정, 근심, 마음이 힘들거나 고민이 있을 때 상담을 하는 친구다. 묵묵히 내 말을 잘 들어준다. 어른이 되면 그게 잘 안되더라. 남의 얘기 들어주는 거. 그 힘든걸 언니는 묵묵히 잘 들어준다. 앞으로는 언니의 이야기도 잘 듣도록 할께요. (급 존칭어)
 
은서언니
말해 뭐해. 같은 성향의 ENFP. 같은 길의 삶을 살아갈 동지이자 친구다. 탐험, 모험, 여행, 새로운 거, 못해본 거 다 해보고 싶어 하는 성향이 닮았다. 그래서 우리는 평생 잊지 못할 인도 배낭여행을 했잖는가. 앞으로도 아프리카, 남미, 유럽, 가고 싶은 곳 함께, 아니, 따로 또 같이 누려보자고요.
 
서른, 지금까지의 지나온 시간들을 돌이켜 보니 무수히 많은 인연들과 어울리며 살았다. 하지만 현재 나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는 내옆을 지켜주는 친구들인 것 같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한 달에 한 번씩은 만나려고 노력한다. 삶을 살아가면서 한 명의 진정한 친구만 있어도 살맛 나다는데, 나는 여럿 있으니 살맛 나도 너무 난다. 그대들은 현재 나의 귀인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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