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히치하이킹
살다 보면 감사한 일들이 많다. 그중 하나는 바로 나의 시각을 넓혀 주는 사람들과의 만남이다. 2022년 여름 제주도 히치하이킹을 했다. 히치하이킹이라는 새로운 문명에 발을 들이게 한건 영국에서 온 로렌과 포르투갈에서 온 로드리고라는 친구를 통해서였다.
로렌은 나의 영어 선생님이었다. 대학생 시절 TNKR이라는 단체를 통해서 알게 된 친구이다. TNKR (Teach North Korean Refugees)은 외국인 자원 봉사자들을 모집해 탈북 대학생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 대면으로 만나 영어 수업을 진행하게 했다. 그렇게 만나게 된 로렌은 배울 점이 많은 친구였다. 다양한 여행 경험을 통해 아는 것이 많았고, 삶에 대한 유연한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그녀를 통해 처음으로 Couch Surfing이라는 앱을 알게 되었다. 해외여행을 할 때 현지인의 집에서 잘 수 있다고 한다. 호텔 같은 숙소는 아니지만 그 나라의 문화도 알 수 있고 특히 현지인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다른 단점들도 있겠지만 그건 본인이 알아서 유연하게 처리하면 된다고 한단다. 그렇게 나는 2018년 유럽여행 동안 카우치 서핑을 종종 이용했었다.
유럽 여행을 마치고 나도 기회가 되면 카우치 서핑 호스트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스위스에서 만난 호스트와 네덜란드에서 만난 호스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여행 좋아하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은 없다고 말해준 사람들, 내 인생에 햇볕 같은 존재 들이다.
2022년 기회가 되어 카우치 서핑 호스트로 등록했다. 등록하고 온 여행객이 로드리고였다. 굉장한 친구이다. 1년 넘게 세계 여행 중인데 히치하이킹을 통해서 이동한다고 한다. 동남아는 물론 우리 집도 히치 하이킹을 통해서 왔다고 한다. 대단한 인물이다. 동남아 여행 몇 번을 갔어도 난 그런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나 보고도 해 보라고 한다. 그렇게 히치하이킹을 하는 여행객을 만나 나도 제주도에서 시도해 보았다. 결론은 성공적이다.
처음 팻말을 들고 있는데 이렇게 민망할 수가 없다. 몇 번이고 들었다 내렸다를 반복하다가 이러다 안 되겠다 싶어 그냥 들고 있었다. 10분인가를 들고 있는데 차문이 열린다. 다행히 목적지가 비슷해 우리를 태워 주셨다. 차 안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어떻게 히치 하이킹을 하게 되었는지 제주도엔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그분 덕에 우린 공항에서 서귀포까지 무사히 오게 되었다.
우리를 태워준 이유는 딸 같아서였다고 한다. 현재 아내와 딸이 치앙마이 한달살이 여행을 갔다고 한다. 자신의 가족이 생각나 차를 세워 줬다는 그분, 감사합니다. 덕분에 새로운 경험 한번 해봤습니다.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습니다. 비 오는 날, 따뜻하게 숙소까지 픽업해 주셔서 더욱 고마웠습니다. 복 받으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