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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란 Jul 02. 2024

장맛비 속의 동행자

비 내리는 날의 이야기

누군가는 기다렸을 비 소식에 나에게 불편함을 주는 장마를 더 이상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둘째를 등교시키고 차에서 내리려던 찰나, 더욱 세차게 내리는 비를 차 안에서 감상해보기로 했다. 바람 소리와 함께 들리는 빗소리가 참 좋았다. 이렇게 한바탕 쏟아낸 뒤 세상이 맑아질 거라는 기대 때문일까. 운전하며 일터로 향하는 길에도 장맛비는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었다. 비의 양에 따라 와이퍼의 움직임은 분주하면서도 유연했다.


문득 앞 유리에 쏟아지는 빗물을 처리하며 내 시야를 확보해주는 모습을 보며 내 차에 고마움을 느꼈다. 나의 첫차, 2005년산 흰색 중형차. 회사에 다니고, 데이트하며 수많은 추억의 장소에 나를 데려다주었다. 결혼 후 아이들을 함께 키워냈으며, 이제는 같이 늙어가는 모습이 어여쁘고 마음 한켠이 쓰라린 나의 자.동.차.


오늘따라 쏟아지는 장맛비에 참다운 동행자가 되어주어 내 눈물을 닦아주는 것 같았다. "그래, 실컷 울어. 울고 나면 마음이 가벼워질 거야. 너의 눈물은 내가 책임질게."라고 와이퍼가 조용히 속삭이는  것 같다. 때로는 실컷 울도록 내버려 두기도 하고, 무심한 듯 한 번씩 쓱 닦아주기도 하고, "괜찮아," 토닥이며 닦아주기도 했다. 그래서 오늘따라 더욱 고맙다.


올봄 남편이 "내년쯤 자동차 바꿔줄게, 조금만 더 타"라는 말이 기쁨보다는 아쉬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그건 아마도 너와 정이 들었고, 이별을 암시하는 말임을 깨달았기 때문이겠지. 언제나 너에게 기대어 쉴 수 있었고, 막막한 삶에 절망할 때  실컷 울기 위해 찾아갔던 나의 든든한 공간이 있었기에 오늘의내가 명랑하게 웃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고맙다, 나의 귀염둥이. 내가 지어준 너의 별명이 귀염둥이라는 사실은 절대 잊히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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