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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라시아 Jul 21. 2021

[서평] 무루,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한 편의 '시'와 같은 그림책을 통해 인생을 비추다


  좋은 그림책을 소개하는 책 정도로 기대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여러 가지 그림책들이 등장하고, 그림책의 내용과 우리 삶의 연결점을 찾아 풀어내고 있었다. 그런데 참 좋았던 것은, 단순한 그림책 소개를 넘어서 작가의 삶에 대한 '지향'이 드러나 있는 에세이에 보다 근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작가의 지향에 무척 공감이 갔다.

  한 소년이 구덩이를 파는 체험을 담은 그림책 <구덩이>. 그 책을 언급하며 작가는 자신이 지난 날 해온 '삽질'들을 떠올리는데, 나 또한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취미며 관심 영역을 넓혀 온 삽질의 역사를 가지고 있어서 매우 이입이 되었다. '무엇 하나 이룬 것이 없다'는 푸념 또한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작가는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경험, 결과를 담보하지 않는 순수한 모몰입 외부의 반응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를 삽질의 조건이라고 말하며, 그런 시도와 모험이 있을 때 재미있는 삶도 펼쳐질 것이라고 말한다. 나 또한 책을 읽으며 삽질의 역사를 떠올리며 오랜만에 미소지을 수 있었다. 그 자체로 매우 즐거웠다는 사실에 만족하며, 그리고 그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새로이 깨달으며.

  그밖에 ‘비건지향적’인 성향은 내가 김한민 작가의 <아무튼, 비건>을 읽고 느낀 생각과 비슷해서 미소지어졌고, 자유를 희구하며 비혼을 선언한 작가의 선택에 대해서는 무한 응원을 보내고 싶어졌다. 원하는 대로 그는 나중에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될 것 같다.

  "그림책은 읽는 이의 경험을 넘어설 수 없다"는 작가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림책은 사실 읽는 이만큼의 그림책이 된다는 사실. 그림과 짤막한 몇 마디 말은 마치 한 편의 시와 같은데, 읽는 사람마다 저마다 책의 여백을 채워 나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작가가 어른들이 읽을 만한 그림책을 소개하고 있는데 몇 가지는 꼭 찾아서 읽어 보고 싶다. 그 중 인상깊은 것들은 나중에 학생들과 함께 읽어 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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