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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라시아 Jul 21. 2021

[서평] 존 윌리엄스, 스토너

평범한 한 남자의 이야기, 왜 그런데 가슴이 아플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스토너’라는 한 남자의 일대기이다. 농가에서 태어난 평범한 남자가 대학에 진학하고 학문에 눈 뜨며 교수의 길을 걷게 되고, 결혼하고 사랑하며 결국엔 죽음을 맞이하는 이야기이다. 평범한 이야기인데도 그가 걸어가는 삶의 장면이 때로는 애잔하고 때로는 아름답고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스토너가 쌓여 있는 책들을 바라 보고 책장의 감각을 느끼며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은 가슴에 큰 울림과 연민을 불러 일으킨다.

  삶의 모든 순간에 ‘열정을 주었’던 스토너. 이디스에게 애정을 갈구할 때도 그러했고, 캐서린이라는 여인을 만나서 사랑할 때는 더욱 자신의 진실에 근접했던 그. 참전을 결정해야 하는 순간, 학교에 어울리지 않는 학생에게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 스토너가 내린 결정들이 이후 그가 겪을 삶에 변화를 불러일으켰지만, 자신의 내면 속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결과였기에 후회는 없었을 것 같다.

  엄청난 학문적 업적을 쌓거나 훌륭한 인품을 가져서 모두가 우러러 보는 우리의 주인공이 아니지만, 스토너라는 인물의 삶을 들여다보며 한없이 너그러워지고 우리의 삶에 근접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순간순간 감동과 공감을 느꼈다.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냈는가 이전에 그가 쏟아낸 순간의 열정들로 그의 삶은 충만했을 것 같다. 

  


윌리엄은 부모에게 아무 할 말이 없음을 깨달았다. 그와 그의 부모는 벌써 낯선 타인들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그는 이런 상실감 때문에 사랑이 더 커졌음을 느꼈다. (p.39)



무감각, 무심함 초연함 밑에 그것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강렬하고 꾸준하게. 옛날부터 항상 그곳에 있었다. 젊었을 때는 잘 생각해보지도 않고 거리낌없이 그 열정을 주었다. 아처 슬론이 자신에게 보여준 지식의 세계에 열정을 주었다. 그게 몇 년 전이더라? 어리석고 맹목적이었던 연애시절과 신혼시절에는 이디스에게 그 열정을 주었다. 그리고 캐서린에게도 주었다. 그때까지 한 번도 열정을 주어본 적이 없는 사람처럼. 그는 방식이 조금 기묘하기는 했어도, 인생의 모든 순간에 열정을 주었다. 하지만 자신이 열정을 주고 있음을 의식하지 못했을 때 가장 온전히 열정을 바친 것 같았다. 그것은 정신의 열정도 마음의 열정도 아니었다. 그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하는 힘이었다. 그 두 가지가 사랑의 구체적인 알맹이인 것처럼. 상대가 여성이든 시든, 그 열정이 하는 말은 간단했다. 봐! 나는 살아 있어. (p.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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