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조르바의 '자유'를 꿈꾸자.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었을 때의 감격과 충만함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소설 속 인물의 자유분방함에 그토록 매료된 적이 있었던가? 조르바의 삶이 규범적으로는 온당치 않을 수 있지만, 그가 인생을 대하는 순수함과 열정은 앞으로 펼쳐질 인생이 잊지 말아야 할 '그 무엇'이 어떤 것인가를 분명히 말해주는 것 같다.
'조르바'는 일상을 뛰어넘고 부수는 인물이다. 그는 활자로 고착화되어 있는 지식들이 아닌, 생생하게 겪어 나간 체험을 통해 삶과 대면한다. 나는 비공식적 결혼이라면 수천번도 더 해봤고, 사람도 죽여 봤어. 라고 말하는 그는 절망적인 순간에 '춤'을 춘다. 살아 있는 모든 것에 기뻐하고 반응하며, 자신의 감정과 직관에 솔직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것과는 달리.
'조르바'의 삶은 비도덕적이다. 하지만 '선'하고, 순수와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따사로운 그리스 해변을 배경으로 뜨겁게 사랑하고 삶과 죽음을 맞이하는 조르바는 충격 그 자체이다.
나는 행복했고,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행복을 체험하면서 그것을 의식하기란 쉽지 않다. 행복한 순간이 과거로 지나가고, 그것을 되돌아보면서 우리는 갑자기 그 순간이 얼마나 행복했던가를 깨닫는 것이다. 그러나 그 크레타 해안에서 나는 행복을 경험하면서, 내가 행복하다는 걸 실감하고 있었다. (104)
지금 나는 행복한 걸까? 먼 훗날 지금을 그리워하며 다시 되돌려 달라고 절규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크레타 해안에서 느끼는 완전한 행복감을 갈망해 보다가도 - 행복의 정점을 찍어 본 사람은 평범한 일상의 단순함, 소박함을 견뎌낼 수 없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소설의 여러 장면 중 부불리나가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조르바의 애인이자, 퇴물 카바레 가수인 그녀가 꿈꾸는 나날들은 사랑하는 남자와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소박한 삶이다. 조르바를 좇으며 삶에 대한 열정을 다시 한번 불태우지만, 시름시름 앓아가는 그녀에게 더 이상 희망은 없다. 그녀가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에서, 두 명의 노파는 그녀의 생명이 이 땅에 붙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곡을 한다. 그리고 그녀의 죽음과 동시에 기뻐하며 집안의 물건들을 챙긴다. 우르르 몰려든 집시 무리와 함께. 과부의 죽음도 인상 깊다. 상처받은 여인으로 인해 상처받은 한 남자가 세상을 등졌고, 그로 인해 그녀는 잔인하게 세상으로부터 버려진다.
가끔 무기력하다고 느낄 때, '조르바'를 꺼내어 펼쳐 본다. 찬란한 태양을 바라보며 '있는 그대로', '날 것'의 욕망을 수긍하며 살아가는 그를 바라보며, 내 안에 오래도록 잊고 있던 그것을 꺼내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