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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라시아 Jul 21. 2021

[서평] 천종호, 내가 만난 소년에 대하여

누가 청소년 범죄를 만들어 내는가


호통 판사로 유명한 천종호 판사의 글. 그가 재판에서 만난 수많은 아이들 중 인상 깊었던 사연을 글로 묶어냈다. 누구보다 엄하게 아이들을 판단하고 벌을 내릴 것 같은 ‘판사’인 그가 오히려 아이들을 단죄의 시선이 아니라 따뜻한 격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어, 바람직한 처벌이란 무엇인지 혹은 올바른 교육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얼마 전 수업 시간에 법정의 ‘설해목’이라는 수필을 가르쳤는데, 내용 중 ‘아버지가 제발 사람 좀 만들어 달라며 편지까지 써서 보낸 한 아이에게 스님이 오히려 따뜻한 한 끼 식사와 씻을 물을 가져다 주니 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흐르’던 이야기가 나온다. 비난, 비판, 훈계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오히려 따뜻한 한 마디가 아닐지.

일탈하는 아이들을 바라볼 때 그 아이들을 차갑게 바라보기 이전에 아이의 가정 환경과 고민같은 성장 배경을 들여다보고 그들을 ‘이해’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저자가 강조하는 것처럼 소년범들의 처벌과 교화는 이루어져야겠지만, 그들이 사회로 나왔을 때 적응하고 새롭게 사회의 일원으로 나설 수 있는 제도가 단단하게 뒷받침되어야겠다는 데 크게 공감했다.

나 또한 ‘요즘 아이들’이 무섭다며 청소년 비행에 대해 혀를 차고 소년법 개정에 동조하는 입장이었는데, 글을 읽고 나니 소년법의 취지와 개정 방향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아이들은 부모와 사회의 보호 하에 있어야 하는데, 그 보호의 테두리가 부족하진 않았는지 생각해 보고 그 테두리를 정비하는 것이 우선일 것 같다. 누가 청소년 범죄를 만들어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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