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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라시아 Jun 28. 2022

박현희, 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 줄까

 동교과 선생님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이다. '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 줄까'라는 책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동화의 주제의식이나 인물의 행동 등을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해 보는 내용의 책이다. 동화는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바람직한 삶의 자세나 가치관을 알려주고 생각을 일깨우는 주제의식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인물의 행동 또한 그러한 주제 의식을 뒷받침하기 위해 의도된 경우도 있고. 

하지만 텍스트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읽었을 때 좀더 흥미진진한 독서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책은 보여준다. '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주는지' 행동의 원인 자체에 주목을 하기도 하며(저자의 분석에 의하면, 백설공주는 외로움을 못이겨 문을 자꾸 열어준다), 왕비의 행위 자체를 무조건 나쁘다고 비판해야만 하는가의 문제에도 물음을 던진다. 그리고 이러한 물음은 그렇다면 인간에게 미란 무엇이며, 미의 기준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진다. 



   '아기돼지 삼형제'에 대한 분석도 재미있었다. 과연 셋째 돼지가 지은 튼튼한 벽돌집만이 '좋은 집'인가에 대한 물음에서 글이 시작된다. 사람이 거주하는 환경에 따라 좋은 집의 기준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인데, 셋째가 지은 벽돌집만이 좋은 좋은 집이고 첫째와 둘째가 지은 집은 부실한 집이라는 설정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동화의 논리에 의하면 전통적으로 짚으로 집을 지어 오던 우리 민족의 집은 부실한 집이 되어 버리고, 튼튼한 벽돌집을 짓지 못한 민족은 열등하다는 인식을 갖게 되는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후반분에 등장하는 신데렐라 이야기, 라푼젤 이야기의 경우, 책의 초중반에서 보였던 날카로움과 신선함이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어서 다소 아쉬웠다. 하지만 기존에 익히 알고 있던 동화를 뒤집어 보고, 질문을 던지며 새롭게 해석해보는 내용은 무척 흥미로웠다. 학생들의 사고를 확장시키기 좋고 독서토론하기에도 좋을 듯 하다. 여름방학이나 2학기에 소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제로 수업을 진행할 예정인데, 교사와 학생의 역량에 따라 수업의 질이 달라질 것 같아 기대가 된다. 우리는 어떠한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 동화 텍스트는 얼마나 풍요로워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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