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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라시아 Jun 27. 2022

장강명, 댓글부대

세 명이 모여 말에 말을 덧붙이면 아니땐 굴뚝에도 연기가 난다

세 명이 모여 말에 말을 덧붙이면 아니땐 굴뚝에도 연기가 난다는 것을, 이 소설은 보여주고 있다. 팀 알렙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몇명의 남자들이 사례금을 받고 어떠한 세력이 원하는 대로 여론을 조작하고 영향력을 행사한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파괴하여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기도 하고, 한 사람의 인생을 망쳐 놓기도 한다. 젊은 세력에게 보수 사상을 은연 중에 주입하기 위해 대대적인 작업을 벌이기도. 

이 소설은 물론 허구지만, 극사실주의에 가깝다. 참 있을 법한 일이고, 사회 현실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 속 장면들을 보면 정말 그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 한켠이 서늘해지고 내가 보고 듣고 사실이라 믿는 것들이 어찌 보면 사실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사실이라 하더라도 누군가의 기획에 의해 나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곁가지에 불과한 것들..?



 작가는 무엇을 풍자하고 있는 것일까? 먼저, '남산의 노인'을 대표되는 사람들일 것이다. 자신의 생각이 맞는 것이라 믿고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극보수. 자신만의 세계를 공고하게 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생각이 다른 세계를 파괴하고 싶어하는 폭력적인 인간. 그리고, '팀알렙'과 같은 댓글부대들.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는 의뢰받은 바를 행하는 자들이다.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전략을 짜고 행동으로 옮기지만 그들이 자축하는 성공을 바라보는 독자의 마음은 한없이 씁쓸해진다. 세력으로부터 쓸모가 사라지면 그들 또한 필요 없어지는 소모품인 것을, 그들도 어쩌면 알고 있겠지. 마지막으로, 나와 같은 군중들이겠다. 우린 어쩌면 어떤 것이 '진실'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다. 그저 보여지는 것을 사실이라 믿고, 나름 의견이라고 내세우는 것도 소몰이당하는 느낌. 이 소설을 읽고 나니 더욱 그렇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 보면 처음 목적과는 달리 엉뚱한 곳을 헤매고 있는 스스로를 자주 보곤 하는데, 내가 길을 가고 있는지 길이 나를 데리고 가는지 헷갈릴 지경이다. 그곳에서 '나'는 '나'가 아닌 것이다.



이런 류의 소설을 오랜만에 읽어서인지 머리가 맑아온다. 가끔, 시야가 흐릿해질 때 등을 밝혀주는 이런 소설이 참 단비같이 느껴진다. 학생들에게도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보여줘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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