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이전까지의 역사는 참으로 열심히 배우고 외웠던 것 같은데, 정작 지금 이 순간의 역사에 대해서는 제대로 공부해보지도 알지도 못했다. 드문드문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 속에 살고 있으면서도 그 사건이 어떠한 배경 속에서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일어났는지, 과거의 사건과는 어떤 관련을 가지는 지는 잘 몰랐던 것. 현재진행중인 사건들은 아직 이해 당사자들이 생존해 있기에 그것을 역사로 명문화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누군가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평가하기도 어렵다. 그런 이유로 현대사를 객관적,총체적으로 바라볼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것.
1959년, 전쟁을 막 끝낸 세대의 사회복구와 1970년대의 산업화와 고도 성장, 그리고 민주화의 열망. 2000년대의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편의 드라마와 같은 굴곡진 현대사를 만나면서, 역사의 장면 곳곳에 있는 사람들의 고통에 아픔을 느끼고 타인을 위해 자신을 내던진 숭고한 희생에 고개가 숙여졌다. 사회와 권력에 의해 한없이 평가절하되었던 인간의 삶과 생명에 대한 미안함도 느꼈다. 영장없는 연행, 고문, 보도 연맹 사건, 간첩 조작 사건 등등.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현대사의 장면들이 글로써 명확하게 내 눈에 들어오는 순간 탄식도....
이책은 2014년에서 멈추어 있다. 아직 2018년 남북정상회담까지는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쓰여지고 있는 역사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후대에 부끄럽지 않은 미래가 찾아오길 바라본다.
덧.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익히 들었고 노동자들을 대변하여 분신한 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가 평화시장 재단사로서 충분히 잘 살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노동자들의 아픔을 대변하기 위해 분신을 택했다는 건 알지 못했다. 자신이 아닌 타인에 대한 연민에서 나온 숭고한 희생정신. 나같은 인간이 따라갈 수 없는 그의 내면에 경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