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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혜숙 Apr 13. 2018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 '생필품'

생필품을 제외하고 아무것도 사지 않는다.

늘 머무는 공간, 늘 사용하는 물건이 일상을 지배한다.



그들에게 생필품은 '단지' 약간의 식료품과 약, 화장지, 일을 하기 위한 인터넷 사용료(둘다 프리랜서로 집에서 일한다)정도였다.

추위와 더위에서 지켜줄 집이나 옷은 이미 있으니 생존을 위해서 필요한 가장 중요한 생필품은 '먹을 것' 이었다.

먹을 것 중에서도 끼니를 위한 것 외에 와인 같은 것은 생필품이 아니었다.

그렇게 생필품을 제외하고는 물건을 사지 않으며 1년을 살아보는 실험을 한 부부가 쓴 책이 [굿바이 쇼핑-주디스 러바인]이다.


이들에겐 2~3번 정도의 충동구매가 있었으나 그때마다 의견을 나누고,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생각에 확신을 가지게 되고, 그러면서 문득 깨닫게되는 각성을 경험해 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생필품이고 무엇이 생필품이 아닌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는 종종 어려움을 겪었다.


생필품과 생필품이 아닌 것은 어떤 판단과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을까?

의식주 중 어느 한 가지라도 없거나 지극히 부족하면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된다.

생존은 인간 존재의 근원적 목적이므로 생존을 유지해주는 것은 의심의 여지없이 필수품이 된다.

그래서 생존을 위협하는 결핍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그러나 굶주림과 추위로부터 벗어난 이후부터는 필수품과 그렇지 않은 것의 판단이 좀 더 복잡해진다.

물건을 사는 것이 단순히 필수품을 충족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인 면이 훨씬 더 많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자의와 타의가 구분이 안될 만큼 화학적 결합이 되어버린, 스스로도 해석이 어려운 '욕구와 욕망'의 덩어리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의식적으로 소비를 억제하고 그로 인해 종종 일상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모순과 혼란 속에서 생각과 감정들을 이해하고 정리해 나간다.


또한 소비를 하지 않음으로써 의도치 않게 관심사의 변화를 겪기도 한다.

소비를 통해 채우던 일상을 돈을 지불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들로 채워야 했기 때문이다.

의도치 않게 '여유로운 시간'까지 얻게 된 것이다.




나의 필수품을 스스로 정의할 수 있다면 필수품이 아닌 '부차적인 것들(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어디선가 읽은 기억에 사람들은 자신이 소유한 물건 중 10~20%만 사용한다고 한다.

즉, 내가 소유한 물건 중 80~90%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물건인 것이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물건들을 사지 않고 집안에 두지 않으면 일상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는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해온 수많은 사람들의 비슷비슷한 증언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홀가분하고 안정되고 여유로워진 마음과 반복적이고 익숙한 것들의 소비로 채우던 시간과 공간을, 

소비하지 않는 다른 방식으로 채우면서 생경 하면서도 기분 좋은 일상을 맞이하게 된다고.




각자의 필수품은 저마다의 삶의 가치 기준에 따라 다를 것이다.

이 물건이 내게 왜 필요한가에 대한 고민을 하려면 그 물건으로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며 그것을 왜 원하는지에 대해서 스스로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왜 원하는지는 내가 가치를 두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추구하며 사는지에 대해서 스스로 되짚어보고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내가 원하는 물건은 내가 원하는 삶과 맥락을 함께 할 것이다.




생필품 [生必品], 필수품 [必需品]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물품



늘 머무는 공간, 늘 사용하는 물건이 일상을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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