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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혜숙 May 11. 2018

좋은 물건을 고르는 안목

영화나 TV 속 물건을 향한 신기루 같은 욕망

영화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리틀 포레스트>의 '밥 짓는 솥'

밥 짓는 솥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일본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본 이후다.

그 영화의 주인공은 밥을 지을 때 뚜껑이 2중으로 되어 있는 검은색 도자기 솥에 한다.

흔한 냄비나 식당의 돌솥이 아닌 거친 질감의 투박한 그 솥이 영화의 주제와 잘 어우러졌다.


'밥 짓는 솥'

밥 짓는 솥은 고도화된 기술력으로 최고의 밥맛을 내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최신식 압력밥솥보다 '밥을 짓는다'는 본질적인 행위에 더 충실한 아날로그적인 물건이다.


넘칠 듯 넘칠듯한 밥물이 보글보글 거리다 갓 지은 밥에서 나는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솟아오르고 반질반질한 윤기와 찰져 보이는 흰쌀밥이 화면에 가득 잡힐 때 머릿속엔 이미 '저 솥 우리나라도 팔까?' 하는 소비욕구가 솟아올랐다.


그때부터 집에서 밥을 할 때면 전기밥솥을 사용하지 않고 돌솥밥으로 하고 있다.

비록 된장찌개 등을 끓여먹던 출처 불명의 알록달록한 뚝배기지만 어쩐지 돌솥밥을 해먹을 때면 그 영화의 여운이 되살아나서 행복감까지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행복감이란 나의 일상도 무의미한 루틴의 연속이 아니라 그녀의 일상처럼 여유와 의미로 가득 찬 것만 같은 만족감이다.




숲속의 작은집 난로  56

숲속의 작은집 식기  34


얼마 전 '물건들을 위한 물건 수납용품'이라는 글머리에 tvN 프로그램 '숲속의 작은집'을 언급한 이후부터 내 브런치를 방문하는 사람들 중 '숲속의 작은집' 물건을 찾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 보면 이미 숲속의 작은집에 나왔던 각종 물건들을 찾는 검색어와 그 물건들을 소개하는 블로그 글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나도 리틀 포레스트 때와 마찬가지로 박신혜와 소지섭이 밥을 하던 냄비를 검색해 보았다.

(리틀 포레스트를 보고 난 후 그 도자기 솥을 사서 쓰고 있었다면 이 물건들은 다시 탐내지 않았을까?)

프로그램을 보는 와중에 인터넷 검색을 하며 브랜드와 가격까지 정보를 확보하고 나니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살까? 사면 오랫동안 잘 쓸까? 밥은 잘 될까? 협찬일까?... ‘같은 온갖 생각들로 그 이후엔 프로그램이 어떤 내용이었는지보다 그 냄비를 살까 말까 하는 갈등이 더욱 머릿속을 맴돌았다.


tvN 프로그램 [숲속의 작은집]




광고, PPL


미디어와 유명인을 통해 물건에 덧입혀지는 이미지와 스토리는 물건을 선택하는 기준에 절대적일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일단 설득되고 나면, 그 물건은 개개인의 경험과 욕망으로 더더욱 '특별한 물건', '갖고 싶은 물건'이 된다.


마치 그 물건을 사용하면 나의 일상도 영화나 TV 속의 그 멋진 일상처럼 수많은 의미와 가치를 갖게 될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진다.

(누군가에겐 간절한 착각일 수도 있다.)






안목
사물의 좋고 나쁨 또는 진위나 가치를 분별하는 능력




좋은 물건을 고르는 '안목'

나는 '나에게 가장 좋은 물건을 고르는 안목'이 자신할 만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필요에 의해서든, 충동에 의해서든 다양한 이유로 물건을 구입하지만 종종 충분히 심사숙고하지 못하고 성급히, 또는 적당히 물건을 구매한다.

물론 여기에는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충분치 않은 이유가 있긴 하다.


내가 자주 쓰는 최선의 방법은 블로그나 커뮤니티의 리뷰를 통해 좋은 평가가 많은 물건을 선택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렇게 물건을 구매하면 실패할 확률이 현저하게 줄어들긴 하다.

그러나 나의 라이프스타일이나 소비 가치보다 더 우선하는 것은 나보다 먼저 사용해 본 사람 또는 나보다 더 좋은 안목을 가진 사람의 평가였다.


최선이 아닌 가장 '적당한 방법'인 셈이다.




나에게 좋은 물건을 고르는 안목이란,

그 물건의 본질적 가치를 이해하고 나의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하며, 나의 소비 가치에 부합하는 물건을 선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좋은 물건을 고르는 것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만 꼭 필요한 물건만 구매하고 사용함으로써 물건으로 인해 소비되는 에너지와 돈, 집의 공간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노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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