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race Lee Aug 17. 2022

영어를 향한 엄마의 욕망

한국어, 영어를 모두 가르쳐보겠다는 엄마의 욕심

  영어교육을 전공하고 학교 현장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지만, 영어교육을 언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예외 없이 나에게도 찾아왔다. 대학교 때로 돌아가 보면, 함께 영어교육을 전공했던 선후배들은 대부분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영어교육은 무조건 일찍 시작하겠다고 다들 이야기했었다. 영어교육을 전공하면서도 '영어를 더 잘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은 여전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언어를 전공하다 보니, 아이가 성장해가며 보이는 언어 발화가 예사로 보이지 않았다. 영어 교육론을 배우며, 접했던 언어 습득의 과정이 실제로 눈앞에 펼쳐지고 있으니, 신기했고 재밌었다. 영어 교육론 수업 중 언어 수업을 언제 시작하면 좋을지에 대한 언급 역시 나온다. 이 고민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있었던 고민인가 보다.

                                                                                                                    사진출처:pixabay


  아이가 태어나고 처음에는 영어와 우리말 모두를 자연스럽게 배우도록 하자는 계획을 세웠었다. 원어민 같을 수는 없겠지만, 영어교육 전공자 엄마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여 아이의 성장에 적용해 보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꿈은 아이가 두 돌이 되기 전에 무너졌다. 아이의 한국어 발화가 두 돌이 되도록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는 특이한 발화 패턴을 보였다. 모든 단어와 문장을 한 단어만 말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장난감을 끼워줘'라는 말을 하고 싶으면, '끼, 끼, 끼'라고 말하고, '과자를 까줘' 대신 '까, 까, 까'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재밌는 의사소통 방식이었지만, 영유아 검진 등에서' 두 단어를 연결하여 말한다'나 '짧은 문장으로 이야기한다' 등의 발달단계를 모습을 보이지 않자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또래에 비해 말을 빨리하던 옆 동에 살던 친구 아들의 언어 습득 환경을 살펴보았다. 그 집은 최적의 모국어 습득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친구도, 친구 남편도 말이 많은 편이었고, 아이의 행동에 뜨거운 리액션을 보여주며 소통하고 있었다. 언어교육의 관점에서 보자면 input이 우리 집의 3배는 되는 것 같았다. 그 이후로 나는 영어교육이고 뭐고 한국어 발화를 무조건 많이 하기로 했다. 남편은 성격상, 워낙 말 수가 적은 편이기 때문에 내가 발화 횟수를 늘리고자 노력하는 게 가장 빠른 방법 같았다. 그렇게 두 달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드디어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단어로 발화를 하기 시작하고, 일주일이 지났을까 바로 문장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추측건대, 우리 아이는 또래에 비해 신체 발육이 좀 늦은 편이고, 당시 우리 아이는 조음 기관 근육이 덜 발달하지 않았었나 예상해 본다. 더욱이, 뭐든 잘하지 않으면 보여주지 않는 우리 아이의 성향을 고려해 볼 때, 자신이 발화할 준비가 되지 않아 시도하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쨌든, 나의 야심 찬 두 언어를 모두 가르쳐보겠다는 계획은 이렇게 무너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부모 모두가 모국어를 사용하는 환경에서 두 언어를 자연스럽게 모두 습득하기란 애초부터 어려웠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교육에는 모두에게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완벽한 학습법이란 없으며, 아이의 환경과 성향에 맞추어 속도와 방향을 조절해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