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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Lee Aug 18. 2022

덕후를 이길 수는 없다

언어를 잘하려면 결국엔 많은 입력이 필요하다

외국어 고등학교에 입학하다


  나는 외국어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로 공부를 곧 잘했었고, 영어를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았었다.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전교에서 공부를 아주 잘하면 과학고, 그다음 잘하면 외국어고 이렇게 입학하던 시절이었다. 각 중학교마다 과학고, 외국어고 입학생 명단을 플래카드로 만들어 걸던 그런 때였다. 엄마는 내 진로와 공부에 대해 크게 터치하시는 편은 아니었지만, 내심 외국어 고등학교에 입학하기를 바라셨다. 외국어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뭐였는지는 기억나진 않지만 꽤 비싼 뭔가를 사주겠다고 하셨던 것 같다. 같은 중학교 출신의 선배가 입시 홍보를 와서도 계속 외국어고에 올 것을 열심히 피력했다. 이런 분위기에 휩쓸려 덜컥 외국어 고등학교에 입학하기로 결정했고,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입학했다. 입학 후, 평탄한 길을 걸었던 것은 물론 아니었다. 외국어 고등학교 재학 시절의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겠다.


  내가 졸업한 외고는 그 당시 입시 위주로 교육과정으로 운영하던 다른 외고들과 달리, 외국어 교과 수업을 정석대로 운영했던 학교였다. 전공 외국어가 있었고, 제2외국어는 영어, 제3외국어까지 교육했던 학교였다. 하루 종일 외국어 수업만 했던 날도 있었다. 덕분에 다양한 외국어에 노출되어 생활할 수 있었다. 외고에는 외국어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는 친구들이 있다. 가장 외국어를 잘하는 친구들은 '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에서 살다 온 친구들'이다. 어린 시절 가족의 파견 근무, 유학, 사업 등 다양한 이유로 외국에서 살다 온 경험이 있는 친구들이 해당 국가의 언어를 제일 잘 구사한다. 발음도 따라 할 수 없는 경지에 있는 친구들이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상당량의 언어에 노출되어 모국어 습득 방식으로 제2언어를 습득한 친구들이다.


덕후를 이길 수는 없다


  그다음으로 외국어를 잘 구사하는 친구는 해당 국가의 '문화에 푹 빠져있는 친구들'이었다.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 대중가요, 영화 등 대중매체를 중심으로 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의 문화에 몰입되어 있는 친구들은 누구보다 언어 습득의 속도가 빨랐다. 소위 말하는 '덕질'이 자연스럽게 학습으로 이어진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은 자주 찾게 되어있고, 자연스럽게 노출의 기회도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나의 영어회화 실력 향상에도 미국 드라마가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내가 좋아하는 소재의 미국 드라마나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한 미국 드라마를 보면서 빠져들고, 유튜브를 통해 좋아하는 배우들의 인터뷰를 보고 또 보고 했었다. 의학드라마나 법정 드라마 같이 어려운 영어 어휘가 많이 나오는 경우, 자막을 보기도 했지만, 배우들의 인터뷰는 한국어 자막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집중 또 집중해서 보게 된 것이다. 그야말로, 필요에 의한 학습이 저절로 일어난 경우이다.

사진출처: 픽사 베이



무조건 노출 빈도가 높아야 한다


 우리 아이들의 언어 습득도 마찬가지이다. 아빠, 엄마의 발화가 넘쳐나는 집의 아이들의 모국어 습득이 빨랐던 것처럼 외국어 학습에도 학습하고자 하는 외국어에 대한 노출 빈도는 높을수록 유리하다. 그렇다면,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우리는 어떻게 우리 아이들에게 영어 노출 빈도를 높여줄 수 있을까? 외국에서 살다 온 친구들의 외국어 학습 환경처럼 모든 환경을 외국어 친화적인 환경으로 만들어 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한국에서 사는 우리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영어만 학습하면 되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쉽지 않다. 아이들의 발달 과정에서 언어 학습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고, 가장 기본이 되어야 다른 학습으로 전이될 수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는 외고에서 두 번째 외국어를 잘했던 친구들의 방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흥미'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뽀로로처럼 '노는 게 제일 좋은 사람들'이다. 일부, 공부가 노는 것보다 재미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노는 게 더욱 재미있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도 자신이 흥미 있어하는 분야를 통해 자연스럽게 영어 학습까지 이어진다면, 공부인 듯 공부 아닌 '습득'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아이의 흥미를 가장 잘 알고, 맞는 자료를 찾아줄 수 있는 사람은 엄빠(엄마, 아빠의 줄임말)이다. 아이의 영어교육을 학원과 영어 유치부에 일임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이다. 놀면서 영어 공부할 수 있는 열쇠를 가진 사람은 주 양육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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