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race Lee Aug 22. 2022

우리 아이 영어 공부 언제부터 시작하면 될까요?

뻔한 이야기 같지만 아이마다 다르다


  육아를 해 본 부모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모든 아이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육아서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출산한 친구들이 여럿 있는데 그 친구들의 아이들 하나하나가 모두 다른 특성과 기질을 갖고 있다. 신생아 시기 때만 보더라도 아이들은 천차만별이다. 자신의 필요가 채워질 때까지 숨이 꼴깍 넘어가게 우는 아이도 있고, 누구보다 무던하게 순둥순둥 지내는 아이들도 있다. 순한 아이의 부모는 큰 고민이 없을 수 있지만, 까탈스러운 아이의 부모들은 이 책 저 책 찾아보며 '우리 아이는 왜 이럴까? 내 양육 태도의 문제인가?' 등의 고민을 하며 이 방법 저 방법을 찾아 나선다. 그렇지만, 책 속의 해결책이 우리 아이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우리나라 엄마, 아빠의 워너비 오은영 박사님도 문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의 행동 수정을 할 때도, 면밀히 관찰하는 시간 후, 아이마다 다른 솔루션을 제시하신다. 

  조기 언어 교육에 대한 입장은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한 살이라도 빠른 나이에 외국어 교육을 시작하는 게 좋다'라는 의견과 '모국어가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외국어를 학습시키면 아이의 뇌에 혼란을 가져와 충분한 사고력을 발휘하기 힘들다.'라는 의견이 서로 맞서고 있다. 아기들은 6개월 즈음이 되면 이미 엄청난 양의 단어를 비롯해 복잡한 언어 지식을 얻는다고 한다. 뇌과학자들의 실험에 따르면, 아기들이 그저 먹고 자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 강력한 통계 컴퓨터가 있어 언어 신호를 푸는 작업을 한다고 한다. 태어난 지 이틀 된 아기의 뇌도 서로 다른 두 언어 신호를 구분할 수 있다고 할 정도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사진출처:픽사베이


  그러나 육아서가 모든 아이에게 적용되지 않듯이 아이들의 뇌 발달의 속도는 다르기 때문에 양육자는 이를 감안하고, 아이의 속도에 맞는 교육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유아기부터 외국어를 배우면 모국어의 어휘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이 점은 이중언어 교육을 목표로 욕심냈던 우리 아이의 모국어 발화가 늦게 일어났던 점을 봐도 공감된다. 아이들의 뇌 발달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이마다 뇌의 용량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외국어를 익히면서 모국어 어휘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한다. 이중언어로 장기간 학습할 경우 대부분 극복되는 부분이라고 하나, 모국어 어휘력이 떨어짐으로써 의사소통 경험에도 제한이 있을 수 있고, 해당 나이에 습득해야 할 언어 외 지식 습득도 더디게 할 수 있기 때문에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아이의 성향이 자신이 남보다 뛰어나야 스스로 만족하며, 다음 학습을 이어가는 의지가 생기는 편이라면, 더욱 주의해야 할 것이다. 

  반면, 아이의 언어 발화나 발달상황을 관찰했을 때, 모국어도 영어도 잘 학습해 나가면서 모국어 발화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면, 영어 학습을 일찍 시작하기를 추천한다. 그런 경우, 영어 '학습'이 아닌 '습득'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영어 학습의 목표가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외국어고에는 일반고에 비해 영어에 능숙한 아이들이 많은 편이다. 선발과정에서부터 영어 성적이 절대적 중요성을 갖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영어를 좋아하고, 또 잘하는 아이들이 많이 입학한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지방의 중소도시에 위치한 외국어 고등학교이고, 해당 도시가 속해있는 도내 곳곳에서 아이들이 모여 함께 공부한다. 일반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내신이 불리하기 때문에 현 입시 제도에서 외국어 고등학교의 인기는 많이 떨어졌다. 자연스럽게 입학성적이 낮아졌지만, 외국어를 진짜 좋아하는 학생들이 모이기도 했다. 다양한 배경의 다양한 학생들이 함께 모여 공부하고 있고, 아이들의 영어학습의 역사도 그만큼 다양하다. 소위 말하는 유아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 학원 출신(영어 유치원이라고 부르지만, 우리나라 교육 제도 아래에서 영어유치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 영어 학원이다.)도 있고, 학교 교육과정에서 영어교육을 시작하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한 친구들도 있다. 영어 말하기나 글쓰기의 측면에서 두드러지는 영어의 유창성이 돋보이는 친구들은 대체로 영어 공부를 일찍 시작한 편이다. 유아기부터 영어를 시작했거나, 해외 체류 경험으로 영어권 국가에서 생활한 아이들이 많다. 보다 자연스러운 구어적 표현들을 사용하는데 능숙하고, 발음도 우수한 편이다. 그러나 이 친구들 모두가 영어 성적에서 좋은 성적을 내느냐? 그건 절대 아니다. 영어 시험을 잘 보는 것은 학습 능력이 얼마나 우수한가에 따른 문제인 것이다. 아무리 영어를 일찍 시작하고 말하기와 쓰기가 유창하다고 해서 우리나라의 독해, 문법 중심의 영어 시험을 잘 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또한, 요즘 들어 두드러지는 현상은 한국어로 해석은 해놓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히 몰라 문제를 잘 못 푸는 경우도 많다. 문해력 부족의 문제인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언급할 기회가 있을 거라 본다. 

  결론은 유아기에 영어를 시작하는 것은 유창성과 발음 측면에서 분명히 유리하지만, 영어 성적의 측면에서 볼 때는 시작 시점은 크게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학습 방법과 문해력의 문제와 더 관련이 깊다. 아이가 유학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 학습의 목표가 영어의 유창성인지, 입시를 위해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한 것인지에 따라 영어학습의 적기는 달라진다. 유학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면, 해당 국가의 문화적 요소도 익히며 그 나라 또래의 영어 수준을 커버할 수 있을 정도로 공부하는 것이 좋다. 한 아이가 미국 유학을 목표로 준비한다면, 초등학교 1학년 때 미국 초등학교 1학년이 학습하는 수준의 내용을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속도를 맞춰나간다면, 무리 없이 유학 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 부분도 해당 국가에 직접 가서 1, 2년 언어 중심의 공부를 집중적으로 하면 커버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 영어 학습의 목표가 영어 유창성이라면, 영상 자료와 적절한 독서로 즐겁게 학습해 나가면 된다. 무엇보다 흥미를 잃지 않고 재밌게 공부해야 영어 공부에 대한 반감 없이 유창성을 신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입시 성적을 잘 받는 것이 목적이라면, 솔직히 말해 유아기의 영어 학습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우리나라 수능시험에서는 말하기나 쓰기를 평가하지 않는다. 듣기와 독해 영역에 평가 요소가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말하기나 글쓰기를 잘하지 않아도 수능 영어 시험 잘 보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오히려, 내신 시험의 서술형 평가 문항과는 관련이 있을 수 있는데 이 부분도 주어진 시험 범위 내의 문법과 문장 구조 학습을 한다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부분이다. 모국어 문해력과 오래 앉아서 집중해 공부하는 학습 능력이 더 중요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덕후를 이길 수는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